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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미래 전기차 주도권 달렸다…SK·LG '피터지게' 싸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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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테슬라가 독일 베를린에 짓고 있는 기가팩토리 조감도. 공장이 완성되면 테슬라의 전기차 생산능력이 크가 향상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테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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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다. 대한민국 재계 3・4위 간 배터리 분쟁 결론이 다음 달 말 나온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 ITC)는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 결론을 다음 달 26일 내놓겠다고 공지했다. ITC의 결론은 애초에 다음 달 5일로 예상됐지만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연기됐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1년 6개월 동안 이어진 소송전에도 불구하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소송 과정과 쟁점, 전망 등을 알기 쉽게 10문 10답으로 풀어봤다.

Q : 소송전은 언제 시작했나.

A : LG화학이 ITC와 델라웨어주 연방 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제소한 건 지난해 4월 30일이다. 제소는 LG화학 법무팀이 아닌 특허대응팀이 준비했다. 그만큼 사내에서도 보안 유지에 신경을 썼다고 한다. 이에 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6월 배터리 특허와 관련해 LG화학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을 한국 법원에서 제기했다.

Q : 쟁점은 뭔가.

A : 인력 스카우트를 통한 기술 유출이다. LG화학은 2017년 대법원 판결을 통해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하려던 핵심인력 5명에 대한 이직 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최종 승소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핵심 인력 유출이 이어졌다고 LG화학은 판단했고, 미국 법원 제소를 결심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스카우트가 아닌 경력직 공개 채용을 통해 필요한 인력을 충원했다고 주장한다. LG화학을 퇴사한 인력이 SK이노베이션뿐만이 아니라 중국 배터리 기업은 물론 국내 경쟁사에도 취업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맞서고 있다.

Q : 양사가 다투고 있는 특허는 무엇인가.

A :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기술과 관련된 특허다. 소송이 진행되면서 배터리를 감싸는 파우치 구조 특허를 놓고 양사가 대립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특허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재판 과정에서도 양사를 대표하는 변호사만 열람할 수 있고, 외부에는 공개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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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로고.



Q : 재계 3·4위 대기업이 대립하는 이유는.

A : 양사 갈등의 중심에 전기차 배터리를 둘러싼 글로벌 헤게모니 다툼이 놓여 있다는 해석이 많다. 겉으론 미국과 한국 법원에서 진행되는 소송전 형태를 띠고 있지만, 이면엔 전기차 배터리 시장 지배력과 기술 우위 확보가 자리하고 있다. 미래 자동차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이는 전기차가 빠르게 성장하는 것에 비례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2040년 무렵에는 신차 절반을 전기차가 차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두 회사 모두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놓고 물러설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서 “글로벌 전기차 메이커들도 양사의 특허 소송전을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조사업체인 IHS는 2025년 글로벌 배터리 시장 규모가 연 180조원 대를 넘어설 것으로 최근 전망했다. 이번 판결은 180조에 달할 이 배터리 시장 경쟁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Q : 소송의 주무대, 왜 한국이 아니라 미국인가.

A : ITC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기능 때문이다. ITC는 준사법 연방 기관으로 무역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폭넓고 독자적인 조사권을 가지고 있다. 동시에 지식재산권을 위반한 상품에 대한 수입을 금지할 수 있다. 조사 개시(discovery)가 진행되면서 양사는 관련 자료 제출 및 인터뷰 등 조사 절차에 응해야 한다. ITC는 조사 개시 후 45일 이내에 조사 완료 목표 일을 정해야 하는데, 이런 목표 일이 공개되면 판결 예정일을 대략 알 수 있다.

Q : 그동안 진행된 소송을 압축하면.

A : ITC는 지난 2월 LG화학에 예비승소 판정을 내렸다. e메일 삭제 같은 증거 인멸 행위와 포렌식 명령 위반을 포함한 법정모독 행위에 따른 제재 결과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이 반발했고, ITC에 재검토를 요청했다. ITC는 지난 4월 재판관 5명의 만장일치로 SK의 예비결정 재검토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후 이달 27일 ITC 산하기관인 불공정수입조사국(OUII)은 LG화학의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제재 요구에 대해 찬성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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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로고




Q : 합의 가능성은 없나.

A : 지난 9월 초 최태원 SK 회장과 구광모 ㈜LG 대표가 비공식 회동을 했지만, 소송과 관련해 논의가 이뤄지진 못했다. 다른 총수들이 함께 있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양사는 협상 테이블을 마련한 적도 있지만, 합의금 등에서도 입장차가 컸다는 후문이다. ITC의 최종 결정 이전에 양사가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낮은 이유다.

Q : 정부의 중재 가능성은 없나.

A :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양사 중재에 나서기도 했지만 입장 차이가 워낙 컸다고 한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나서 양사 최고경영자(CEO)가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으로 지난해 9월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비공식 회동을 가졌지만, 합의에 이르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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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SK이노베이션 배터리 소송전 일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Q : ITC 최종 판결을 예측해 보자면.

A : 업계에서는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로 ITC의 최종 판결을 예상한다. 첫 번째는 지난 2월 조기 패소 판결에 이어 별도의 절차 없이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하는 경우다. LG화학에 가장 유리한 시나리오다. 둘째는 ITC가 기존의 조기 패소 판결 내용은 인정하면서 ‘공익(Public Interest)’ 여부를 더 세세하게 따져볼 수 있다. 여기서 공익은 SK이노베이션이 미국 내에서 배터리 사업을 계속하는 게 미국과 그 기업 등의 이익과 부합하는지를 의미한다. 이 경우 ITC는 공청회(Public Hearing)를 열고 미국 내 주(州) 정부와 시(市) 정부, 협력사 등 이해 관계자의 의견을 듣게 된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ITC가 지난 2월 내렸던 예비 판결과 관련해 수정(Remand) 지시를 내리는 경우다. 사실상의 전면 재검토 결정이다. SK이노베이션이 가장 기대하는 시나리오다.

Q :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할 경우 미국 공장 가동이 중단되나.

A :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패소하더라도 당장 공장 건설이 중단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공장 건설 이후 미국 내 배터리 생산 차질은 불가피하다. ITC는 지식재산권을 위반한 제품에 대한 미국 내 수입을 금지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연구개발은 대전시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ITC가 LG화학 주장을 인용해 수입을 금지할 경우 한국에서 개발한 배터리 시제품이나 관련 설계자료 등의 미국 내 수입이 금지된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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