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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무늬만' 빅히트 펀드?…'대박' 공모주펀드의 숨겨진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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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종합)]

'빅히트 겨냥' 펀드라더니…공모주 펀드, 오인 광고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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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일 오전 생중계로 진행된 'Dynamite' 온라인 글로벌 미디어데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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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반기 최대 IPO(기업공개) 대어로 빅히트엔터테인트가 꼽히는 가운데 관련 투자상품의 '오인 광고' 논란이 일었다.

'빅히트에 투자한다'는 내용으로 판매한 펀드가 사실상 무늬만 '빅히트 펀드'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면서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공모주 펀드인 '코레이트코스닥벤처 플러스펀드(주식혼합형)'에는 지난 24일 하루 동안 2394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올해 들어 국내 15개(설정액 10억원 이상) 코스닥벤처펀드에 유입된 자금이 4900억원인데 하루 만에 이에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 모집된 셈이다.

이는 빅히트 기관 수요예측에 참여하기 위해 단 하루만 판매하는 '게릴라성' 펀드로 입소문을 탄 덕분이다. 키움증권 등 판매사는 '빅히트 겨냥'이라는 문구와 사진을 내걸며 적극 홍보에 나섰다.

그러나 해당 펀드가 코스닥벤처펀드로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의 오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전체 투자금의 50% 이상을 코스닥과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코스닥벤처펀드는 '코스닥' 공모주 30% 우선배정 혜택은 있지만 '코스피' 공모주에 대해서는 관련 혜택이 없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코스피 시장에 상장하는 공모주다.

물론 빅히트 IPO 공모에 기관투자자로서 참여할 수는 있다. IPO 공모주는 60%를 펀드 등 기관투자자에게 배정하고 우리사주 조합원과 일반청약자에게 각각 나머지 20%를 배정한다.

그러나 기관투자자의 수요예측 경쟁률도 워낙 치열한 만큼, 별다른 우선배정 혜택도 없는 상태에서 얼마나 배정받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25~26일 진행된 빅히트의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은 1117.25대 1로, SK바이오팜(835.66대 1)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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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증권이 23일 공모주 펀드 '코레이트 코스닥벤처 플러스펀드' 홍보를 위해 쓴 사진. '빅히트 겨냥'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사진=키움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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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해당 펀드가 코스닥 상장사 의무 투자 비중(35%)을 제외한 모든 자금(약 1556억원)을 빅히트 청약에 넣었다고 해도 이를 경쟁률대로 추산하면 배정금액은 약 1억4000만원 남짓이다. 전체 자금의 1700분의 1에 불과한 액수다. '빅히트 겨냥'이라는 홍보문구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키움증권은 홍보자료에서 "코스닥 벤처펀드 30% 우선 배정을 활용해 공모 규모가 큰 거래소 IPO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펀드"라고 소개했으나, 이후 논란이 일자 관련 문구를 일부 언론사에 삭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용사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애초에 빅히트 관련 광고 문구를 요청한 적이 없으나 판매사 측에서 임의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코레이트자산운용 관계자는 "상품 소개 자료에 적힌 6문단 가운데 빅히트 관련 내용은 아래쪽의 한문단"이라며 "판매사 측에서 푸시성 광고를 내면서 관련 내용을 위로 끌어올리다 보니 오인의 소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코스닥벤처펀드 관련 내용은 펀드에 대한 설명"이라며 "설명이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투자자분들께 문자를 통해 안내드렸다"고 밝혔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해당 펀드의 광고심사 건은 '빅히트 겨냥' 내용이 아닌 일반적인 내용만 있어 규정 위반은 아니었다"며 "보도자료 설명에 오인 소지가 있어 키움 측에서 조치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강민수 기자


빅히트·카겜 '대박' 노리고 샀는데…공모주펀드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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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 마포지점.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첫날, 청약을 위해 고객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 8시부터 시작된 청약을 위해 아침일찍 부터 고객들이 지점을 찾고 있다. 1시 기준 청약 증거금만 4조7000억원이 넘게 몰리는 등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 사진제공=삼성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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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히트엔터테인먼트, 카카오페이 등 대어급 공모주 상장으로 공모주펀드에도 자금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공모주펀드로 '대박'을 노리는 것은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모주펀드, 6개월 간 1.8조 들어왔는데…수익률은 한자릿수?

2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내 설정액 10억원 이상 123개 공모주펀드의 6개월 수익률은 8.53%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펀드(36.74%), 해외주식형펀드(26.70%) 등과 비교해 훨씬 못 미치는 수익률이다. 공모주펀드의 수익률은 연초이후 및 1~3년 수익률도 5~10% 내외에 그쳤다.

이는 최근 공모주펀드의 인기에 비하면 부진한 성과다. 최근 6개월 간 국내주식형펀드에서 17조원이 넘게 빠져나갈 동안, 공모주펀드에는 1조8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이 유입됐다. 코스닥 공모주 물량 우선배정 30% 혜택이 있는 코스닥펀드에도 5312억원이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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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시장 불황에도 이들 펀드에 돈이 몰리는 이유는 최근 뜨거운 공모주 열풍 때문이다.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등 대형 공모주가 '따상'(공모가 두 배로 시초가 형성, 이후 상한가 직행)을 기록하면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한 개인투자자들이 상당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앞서 이달 초 일반청약을 진행한 카카오게임즈는 청약 증거금 58조원을 넘기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투자자들이 공모주 직접 청약보다 공모주펀드를 찾는 이유는 더 많은 공모주 물량을 배정받기 위해서다.

개인(20%)보다 펀드 등 기관투자자 배정 물량(60%)이 훨씬 더 많은 점, 기관은 의무보유확약 등으로 더 많은 수량을 배정받는 점, 코스닥벤처펀드나 하이일드혼합형펀드의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 등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판단이다.

인기 공모주의 경우 높은 경쟁률로 1억원을 넣어도 5~6주밖에 못 받는 등 청약 증거금 부담도 한몫한다.


장기 투자보다는 단기 차익 실현…"대박 노리면 맞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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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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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각에서는 공모주펀드가 투자자들의 '대박 심리'를 이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냉정하게 말하자면 공모주펀드는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심리를 이용하는 펀드"라며 "증시 호황 시 펀드 전략과 투자자들의 기대치가 미스매치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공모주펀드는 장기 투자보다 대량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가 청약 시 공모주 물량을 배정받고 단기 차익을 실현하는 투자전략을 꾀한다.

그러나 매번 IPO(기업공개) 시장이 호황이라는 보장도 없는 데다, 인기 공모주는 청약 경쟁률이 치열하다 보니 배정 물량 자체도 적어서 수익률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상장한 73개사 가운데 22개사가(30.1%) 상장일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았다. 연말 주가가 공모가를 밑돈 곳은 33개사(45.2%)에 달한다.

이 매니저는 "보통 중소형운용사가 공모주펀드를 많이 만드는데, 투자자를 현혹하기 좋은 상품"이라며 "대박을 노리는 사람에게 공모주펀드는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래에셋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 AUM(운용자산규모) 상위 자산운용사의 공모주펀드는 운용사별로 1~2개에 불과하다.


"공모주 투자에는 적당한 관심이 좋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공모주 투자에는 적당한 관심이 좋다는 말이 있다"며 "과거 성과가 좋다고 자금이 쏠리면 해당 펀드는 규모가 커지는 속도만큼 배정 수량의 확대에는 제한이 있어 대부분 기대하는 만큼 공모주를 배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개방형이라면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으로 자금이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는데 자금이 줄어든다면 추후 공모주 물량 배정에도 불이익을 받아 수익률이 더 낮아질 수 있다.

오 연구원은 "운용전략에 따른 성과 차이가 크기 때문에 투자하기 전에 어떤 전략으로 운용되는 공모주 펀드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특히 성과가 부진한 펀드는 상장 후 공모가를 하회하는 종목을 다수 보유해 자금 유출에 따라 해당 종목의 비중이 높아져 부진 현상이 지속되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민수 기자

강민수 기자 fullwater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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