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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여행지 예약 다 찼던데… 연휴 끝난뒤 아무일 없길 빌고 또 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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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명절 잊은 ‘방역 최전선’ 간호사들

동아일보

“든든한 우리 딸이 최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최전선에 있는 의료진은 추석 명절에도 자리를 비울 수 없다. 29일 대전 유성구 선별진료소에서 이현아 간호사가 고향인 경북 안동에 있는 어머니 김영숙 씨에게 영상통화로 안부를 전하고 있다. 대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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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 오후 3시, 오후 11시….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간호사들의 근무교대시간이다. 평일과 휴일 구분 없이 3교대로 일한다. 명절 연휴가 특별하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올 추석을 앞둔 간호사들의 심경은 조금 다르다.

“솔직히 추석 연휴가 지난 뒤 어떤 일이 벌어질까 두려워요”

28일 만난 여서옥 수간호사(56·여)가 속내를 털어놨다. 9개월 가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돌본 베테랑 간호사도 두려움을 감추지 못했다. 4월과 8월 두 차례 연휴처럼 추석이 코로나19 확산의 도화선이 될 수 있어서다. 여 간호사는 “제주도 같은 여행지마다 예약이 다 찼던데, 혹시 집단 감염이 일어나는 것 아닌가 걱정스럽다”며 “모든 간호사가 제발 추석 후에 아무 일 없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격리병동은 의료진 외에 출입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간호사들이 방호복을 입고 병실과 화장실 청소까지 한다. 환자가 사망하면 현장 조치를 위해 최소 12명의 간호사가 필요하다. 일반병동 근무보다 몇 배 더 힘들 수밖에 없다. 윤희진 간호사(29·여)는 3월부터 국립중앙의료원 격리병동을 지켰다. 28일 오후 만난 윤 간호사는 머리를 질끈 동여맨 뒤 라텍스 장갑, 방호복, 덧신, 겉장갑, 마스크, 모자, 페이스실드(안면보호구)를 순서대로 착용했다. 원래 2명이 서로 도우며 하는데 이제는 혼자서도 5분이면 끝난다. 이어 환자들이 기다리는 병실로 향했다. 이를 바라보던 여 간호사는 “격리병동은 코로나19의 최전선이나 마찬가지여서 명절에 가족을 보러 가는 게 부담스럽다”며 “추석 때 쉬지 않아도 되니까 계속 근무하게 해달라는 후배 간호사도 많다”고 말했다.

1월 말부터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신수영 수간호사(57·여)도 오빠, 언니들과의 만남을 기약 없이 미뤘다. 그는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보자’면서 계속 미루다 보니 1월 이후 얼굴을 보지 못했다”며 “5월이 친정 엄마 1주기였는데도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요즘도 선별진료소에선 하루 150∼200명이 검사를 받는다.

오랜 기간 방역의 최전선을 지킨 간호사들은 코로나19의 무서움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이들이 가장 경계하는 건 방심과 자만이다. 여 간호사는 “입원 중 급성으로 증상이 악화돼 돌아가시는 분을 자주 본다”며 “어떤 사람에게는 가볍게 지나갈 문제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생사를 가르는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걸리지 않을 것이다’ ‘건강해서 괜찮을 것이다’라는 자만심이 문제”라며 “아무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건강에 대한 자만심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 간호사는 “지하철 공중화장실에 갈 때마다 손을 안 씻는 사람을 정말 많이 본다”며 “손 잘 씻는 것만으로도 많은 전파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마스크 쓰기와 손 씻기 같은 간단한 습관을 잘 지키면 (감염 차단을 위한) 절반의 성공”이라며 추석 연휴 중 철저한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2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공공의료기관 313곳, 민간의료기관 2331곳, 선별진료소 421곳이 문을 연다. 보건복지콜센터, 구급상황관리센터, 시도콜센터, 응급의료 포털, ‘응급의료정보 제공’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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