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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라는 겁니까 말라는 겁니까”… 軍, 北 교신 실시간 감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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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총격’ 24일 국방위서 보고

北 해군 사령부 사살 취지 명령 하달

대위급 정장 확인 30분 뒤 실행 보고

文대통령, 사살 11시간 뒤 보고 받아

국방부 “사살 언급한 내용 없다” 부인

세계일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해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북한에서 총격 살해된 사건과 관련해 우리 측에 공식으로 사과하고 이틀이 지난 27일 이른 아침 북측 등산곶이 보이는 연평도 앞바다에서 해병대원들이 해상 정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군이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망 당시 북한군의 내부 보고와 상부 지시 내용을 감청을 통해 실시간 확보하고 있었던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당시 감청 내용에는 북한군이 실종 공무원 이모씨를 사격할지 여부를 상부에 보고한 뒤 사살 지시를 받은 정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지난 25일 청와대로 보낸 전통문에서 이씨 사살과 관련해 “(경비)정장(대위급)의 결심 밑에 해상 경계근무 규정이 승인한 행동준칙에 따라 사격했다”고 주장했다. 우리 군 당국이 감청을 통해 파악한 내용은 이와 배치되는 것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군은 이씨가 서해 등산곶 인근에서 북한 선박에 발견된 시점인 22일 오후 3시30분 이전부터 북한군들의 교신 내용을 무선 감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신 내용은 24일 국방위 비공개 현안질의 때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군은 북한군이 이씨를 밧줄로 묶어 육지로 옮기려다 해상에서 놓친 뒤 2시간 만에 다시 찾은 정황으로 미뤄 구조작업으로 판단해 구출에 나서지 않고 대기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2일 오후 9시를 넘어 돌연 북한 해군사령부에서 “사살하라”는 취지의 명령이 하달됐고 대위급 정장이 이를 되물으며 상부에 재확인했다고 한다. 그런 뒤 9시30분쯤 현장에서 “사살했다”는 취지의 보고를 윗선에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위 관계자는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도대체 죽이라는 겁니까 말라는 겁니까’라는 뉘앙스의 말이 (교신을 통해) 오갔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국방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도 이날 TBS라디오 인터뷰에서 “단속정이 (이씨를) 분실했다가 다시 찾을 때는 어둑어둑했겠죠. 오후 6시 30분쯤 됐으니까”라며 “그때부터 한 2시간 정도 ‘그러면 어떻게 처리할까요’라는 식으로 상부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상부에서) ‘사격을 해라’(는 지시가 내려와) 고속단정이 와서 사격을 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서욱 국방부 장관. 뉴시스


결국 우리 군은 22일 오후 3시30분부터 이씨 사살 보고가 올라가기까지 6시간여 동안 아무 대응 없이 감청 내용을 듣고만 있었던 것이다. 군은 이 같은 내용을 청와대 등과 즉시 공유했고 이 사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로 전달된 것은 이씨가 사살된 지 11시간 뒤인 23일 오전 8시30분쯤이었다. 당국은 “조각조각 모인 첩보를 분석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해명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24일 국방위에서 “북한이 천인공노할 일을 저지를 수 있다고 생각을 못 하고 정보를 분석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국방부 대변인실은 이날 “당시 우리 군이 획득한 다양한 출처의 첩보내용에서 ‘사살’을 언급한 내용은 전혀 없다”며 “따라서 ‘사살’이라는 내용으로 유관기관과 즉시 공유했다는 내용도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청와대는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정확한 사실관계 규명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주변국들과의 정보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장혜진·최형창·박병진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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