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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北 총격에 숨진 공무원 형 “이 억울함 어디에 호소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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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까지 “월북 맞다”고 하자… 사과 요구

세계일보

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씨가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던 중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인근에서 실종됐다가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의 총격으로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씨의 친형이 기자회견을 열어 “동생을 실종이 아닌 자진월북으로 몰아가지만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 두 번이나 존재할 때 가만있다가 북측 해상에서 체포돼 죽음을 당해야하는 이 억울함을 누구에게 호소하고 말해야하는지, 왜 우리 가족에게 이런 끔찍한 일들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씨의 형 이래진(55)씨는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외신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자랑스런 내 동생은 업무수행 중 실종돼 북한의 영해로 표류되는 과정까지 대한민국은 과연 무엇을 했는가”라며 “저는 대한민국 NNL 이남의 해상 표류 행적과 동선을 알고 싶고 당국의 정확한 설명과 함께 동생의 시신을 간절히 찾고 싶다”고도 말했다.

그는 또 “(동생이) 실종돼 30여시간의 해상 표류 시간동안 정부와 군 당국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며, 결국은 북한의 NNL로 유입됐고 마지막 죽음의 직전까지 골든타임이 있었지만 우리 군이 목격했다는 6시간 동안 살리려는 그 어떤 수단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형 이씨는 “그리고 (동생의 실종을) 월북이라고 단정하며 적대국인 북한의 통신 감청 내용은 믿어주면서 엄청난 범죄로 몰아간다”며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며, 법치국가”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실종 사고를 접하고 제가 직접 해상수색에 돌입할 그 시간에 동생은 국가와 형이 충분히 구조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을 것이고 죽을 때는 국가와 형을 원망하며 마지막 눈과 가슴에는 조국을 담았을 것”이라면서 “저는 동생의 죽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만 제 자신이 부끄럽고 원망스럽다”고도 털어놨다. 그는 자신과 동생의 항해사 경력 등을 언급하면서 정부가 이런 경력을 가지고 있는 동생이 월북을 했다고 몰아간다고 지적했다.

형 이씨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동생(의 시신)을 돌려달라고도 호소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이 더 이상 평화 앞에서 비참하게 희생당하고(하는 일은 없어야 하고), 충돌이라는 극한의 대립보다 남북한 모두에게 평화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로 회견을 끝마쳤다.

세계일보

윤성현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이 29일 인천 연수구 해양경찰청 회의실에서 소연평도 실종·피격 사망 공무원 관련 중간 수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인천=뉴스1


형 이씨는 이날 회견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이날 동생의 월북이 사실이라고 발표한 해양경찰을 향해 사과와 청장 대면 면담 등을 요청했다. 그는 “해경이 최소한의 사건 현장조사나 표류 시뮬레이션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월북을 단언하고 있다”면서 “동생의 죽음과 관련해 대담을 한다든지, 아니면 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진지한 공개 토론을 하고 싶다”라고도 말했다.

해경이 동생 이씨에게 인터넷 도박으로 진 2억6000만원의 채무가 있었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선 “전혀 몰랐다, 발표를 보고 알았다”면서 “동생이 그런 부분(까진) 얘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해경은 군 당국으로부터 확인한 첩보 자료와 표류 예측 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사망한 이씨가 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해경은 특히 이씨만이 알 수 있는 이름, 나이, 고향, 키 등 신상 정보를 북측이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고, 그가 월북 의사를 밝힌 정황 등도 확인됐다고 전했다. 표류 예측 결과에서도 단순히 표류한 것이었다면 소연평도를 중심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 남서쪽으로 떠내려갔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해경은 덧붙였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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