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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방부냐 北방부냐” 총살 보고만 있던 국방부에 분노한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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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 25일 오전 인천 옹진군 연평도 해상 해군 고속정 뒤로 북한 등산곶의 모습이 보인다. 지난 21일 실종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가 북한군의 총격에 의해 사살되고 시신이 등산곶 인근에서 불태워졌다./장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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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軍)과 국방부는 지난 22일 북한군이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를 사살하기 전부터 총격 살해하고 불태운 정황을 계속 감청·관측하고 있었다. 이런 내용은 청와대까지 보고됐다. 그러나 청와대와 정부는 이 사실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다음날 아침에야 보고했다. 군과 국방부, 청와대 모두 늑장 대응을 했다는 논란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국(國)방부냐 북(北)방부냐”며 비판하고 있다. “이런 일이 우리에게 벌어지면 우리도 북한의 총알받이가 될 것” “감청하면 뭐하느냐. 자국민 보호도 안 한다” 등 비판이 쏟아진다. “왜 이런 사태가 벌어질 때까지 방조만 하고 있었느냐” “국가가 국민을 보호할 생각이 없다”는 반응도 나왔다. 앞서 국방부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사건 관련 추 장관 아들에게 유리한 규정과 정황만 담긴 내부 대응 문건을 작성했고, 검찰에도 관련 자료를 제출한 의혹이 있다. 당시 네티즌들은 “국방부가 추(秋)방부냐”고 했었다.

이씨가 인천 소연평도 해역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서 사라진 사실이 처음 신고된 것은 21일 오전 11시30분이다. 해경은 같은날 오후 12시가 넘어 이런 신고를 받았다. 해경은 이후 조류의 흐름을 보고 소연평도 인근 해역을 4구역으로 나눠 이씨 수색에 나섰다. 해경과 해군, 민간 선박 20여척과 해경 항공기 2대가 동원됐다. 이런 수색은 24일 오전 국방부가 “이씨는 북한군에 피격 살해됐고, 시신은 불태워졌다”는 발표가 있기까지 계속됐다.

국방부는 해경이 수색을 진행하는 동안 이씨가 22일 오후 북한 당산곶 부근까지 간 사실을 확인했다. 감청을 통해 북한군 대위급 정장이 상부에 “죽이라는 것이냐”는 재확인 보고를 한 사실까지 알았다. 적어도 이 때는 이씨가 살아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북한군이 이씨를 총격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울 때까지 사실상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청와대와 정부 역시 늑장 대응이었다. 최근 청와대는 한 달 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은 사실도 공개했다. 북한과 소통 창구가 있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적어도 이씨가 살아있다는 시점엔 청와대나 정부, 군 어디든 이씨 사살을 하지 말라고 요청하고 신병을 인도해달라고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정부·여당은 국방부가 북한군이 이씨 시신을 불태운 정황을 22일 밤 10시쯤 관측 장비로 포착해, 북한군이 시신을 불태운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데도 북한이 “우리는 부유물만 태웠다”고 한 점을 근거로 “조사가 더 필요하다”고만 하고 있다.

해경이 추석 연휴를 앞둔 29일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씨의 월북 정황이 있다. 이씨가 도박 빚이 2억6000만원이었다”고 발표한 점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씨 형은 “우리 정부는 동생을 구조할 기회를 두 번이나 놓쳤다. 동생이 월북했다는 결론도 허구이다”고 하고 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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