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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해경 "1m부유물 타고 조류 거슬러 올라가"…유족 "추정만으로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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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만행 후폭풍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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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의 해양수산부 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 피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해양경찰청이 실종 공무원 이 모씨(47)가 자진 월북을 시도하다가 피격 당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냈다. 29일 윤성현 해경 수사정보국장은 해수부 어업 지도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실종 공무원은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윤 국장은 월북 판단 근거로 6가지를 들었다. 실종자가 북측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던 점, 북측에서 실종자 인적 사항을 소상히 알고 있었던 점, 북측에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 실종자가 연평도 주변 해역을 잘 알고 있었던 점, 표류 예측 분석 결과, 실족 또는 극단적 선택 시 구명조끼를 착용할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이 중 3가지는 수사팀이 국방부를 직접 방문해 확인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윤 국장은 "해경 수사관들이 어제(28일) 국방부를 방문해 실종자가 북측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탈진 상태로 부유물에 의지한 채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던 사실, 실종자만이 알 수 있는 본인 이름·나이·고향 등 신상 정보를 북측에서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던 사실, 실종자가 월북 의사를 표현한 정황 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부유물은 1m 이상이었으며 엉덩이를 걸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누워서 발을 저을 수 있는 정도의 크기인 것으로 해경은 판단했다. 이씨가 조류 방향을 거슬러 북한 해역에서 발견된 점도 자진 월북 근거로 삼았다. 국립해양조사원 등 4개 기관 분석 결과 당시 조류는 소연평도를 중심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 단순 표류라면 소연평도 남서쪽(우리나라 해역)에 표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종자는 표류 예측 지점과 33㎞ 떨어진 북측 해역(북한 황해남도 강령군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발견됐기 때문에 해경은 인위적 노력 없이는 해당 지역에서 발견될 수 없다고 봤다.

윤 국장은 조류 방향을 거슬러 수십 ㎞를 이동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실종자의 수영 실력과 당시 파도, 수온, 구명조끼 등 다양한 변수가 있지만 건강 상태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부력물을 이용해 이동이 가능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있다"고 설명했다. 윤 국장은 "실종자가 구명조끼를 입은 점을 감안할 때 단순 실족이나 극단적 선택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경은 이씨의 채무 관계도 공개했다. 이씨는 실종 전까지 모두 3억3000만원의 빚을 지고 있었으며, 이 중 2억6800만원은 인터넷 도박 빚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실종 당시 선미 갑판에 남겨진 슬리퍼는 어업지도선 현장 조사와 동료 진술을 바탕으로 이씨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유전자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해경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핵심 내용 중 북측 설명과 배치되는 부분이 적지 않아 의문은 여전하다.

해경은 이씨를 '월북'으로 단정했지만 앞서 북측은 '정체불명 침입자' '불법 침입자'라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지난 24일 북한군이 실종자의 표류 경위를 확인하면서 월북 진술을 들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지만, 이씨 동료들은 이씨가 월북 관련 이야기를 하거나 북한에 관심을 보이는 듯한 말을 듣지 못했고, 유가족은 공무원증을 배에 남겨두고 갔다는 점을 들며 월북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해경은 국방부 자료 확인을 근거로 내세우며 "실종자만이 알 수 있는 본인 이름·나이·고향 등 신상 정보를 북측에서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다"고 밝혔지만 북측은 통지문에서 "부유물을 타고 불법 침입한 자에게 80m까지 접근해 신분 확인을 요구했으나 처음에는 한두 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씨 유족은 월북으로 판단한 해경 수사 결과에 대해 "소설"이라면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유가족 대표인 형 이래진 씨는 이날 외신 기자회견에서 "동생은 국가공무원으로 8년 동안 조국에 헌신하고 봉사한 투철한 사명감을 가진 애국자였다"며 "이러한 경력을 정부는 월북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씨 시신 훼손 여부도 규명 과제다. 군 당국은 북측이 이씨를 사살한 뒤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밝혔지만 북측은 이씨가 이용하던 부유물만 태웠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북측 주장으로 해군과 해경은 이씨가 머물던 서해 해상 일대에서 시신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인천 =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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