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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피살 공무원’ 월북으로 판단”…남는 의문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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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경찰청이 북한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어업지도원 공무원 이 모 씨 사건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오늘(29일) 발표했습니다.

해경이 발표한 수사 내용의 핵심은 "이 씨가 자진 월북을 시도했다"고 판단된다는 것입니다.

그 근거는 해경 수사관들이 어제(28일) 국방부를 방문해 확인한 첩보 자료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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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피살 사건’ 수사 결과 발표하는 윤성현 해경청 수사정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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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북측, 실종자의 신상 정보 소상히 파악"

첩보 자료 내용은 이렇게 정리됩니다.

① 실종자가 북측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탈진된 상태로 부유물에 의지한 채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

② 실종자만이 알 수 있는 본인의 이름, 나이, 고향 등 신상 정보를 북측에서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다.

③ 실종자가 월북 의사를 표현한 정황이 있다.

해경은 이 씨가 실종됐을 당시 소연평도 인근 조류를 분석한 국립해양조사원 등 4개 기관의 `표류 예측` 분석 결과도 월북 정황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윤성현 해경청 수사정보국장은 "단순 표류라면 조류에 따라 반시계 방향으로 남서쪽으로 표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이 씨는 소연평도에서 북서쪽으로 38㎞ 떨어진 북한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피격됐는데, 윤 국장은 "인위적인 노력 없이 실제 발견 위치까지 표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여기에 해경은 이 씨의 상세한 채무 내역도 공개 브리핑에서 설명했습니다.

도박으로 인한 채무 규모 등을 묻는 기자 질문에 나온 대답이었는데, 해경은 이 씨의 전체 채무가 3억 3천만 원 정도인데, 그 중 인터넷 도박으로 진 빚이 2억 6천8백만 원 규모라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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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살 공무원 이 씨가 탔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군 첩보 자료, 형태도 밝히기 어려워"

하지만 해경의 설명에도 남는 의문점들이 있습니다.

먼저, 해경이 확인한 군 첩보 자료가 정확히 어떤 내용인지, 해경은 밝힐 수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해경 자체 조사로 "이 씨가 조타실에선 구명 조끼를 입지 않았다"는 선원 진술은 확보했지만, 이 씨가 어떻게 구명 조끼와 부유물을 구했는지는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또, 어떻게 북측이 이 씨의 신상 정보를 알게 됐는지 대한 설명도 없었고, `월북 의사 표현`이 어떤 내용의 대화였는지도 해경은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해경이 확인한 첩보 자료가 녹취록인지, 음성 파일인지 등 자료의 형태에 대해서도 공개할 수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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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이 공개한 ‘표류 예측 분석 결과’. 지도에 그려진 반시계 방향은 연평도 인근 조류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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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반대 방향으로 38㎞ 헤엄쳐서 월북 시도?

이 씨가 조류를 거슬러 38㎞ 거리를 헤엄을 쳐서 북측 해역에 도달하는 방식으로 `위험한 월북`을 시도한 이유도 쉽게 납득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해경은 이 씨가 "10년 가까이 어업지도선을 타며 연평도 주변 해역 조류도 잘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는데, 조류를 잘 안다면 북측으로 흐르는 바닷길을 이용하는 게 월북을 시도하는 입장에서 유리했을 겁니다.

해경은 키 180㎝에 몸무게 72㎏인 이 씨의 신체 조건과 유사한 물체를 소연평도 해상에 투하하는 실험도 해봤다면서, "건강 상태가 일정 상황이 되고 부력재, 구명조끼를 착용하면 (38㎞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 씨에게 인터넷 도박 빚이 2억 원 넘게 있다는 건 오늘 처음 해경이 공개한 사실이었는데, 해경은 "남측에 채무가 있었다는 정황만으로 월북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군과 해경 `공조 수사` 잘 될 수 있을까?

해경은 실종 사건이 발생한 이후 이 씨가 `무궁화 10호`에서 사용했던 공용 PC와 선박의 GPS 플로터(배의 항해 위성항법장치), 선박 내 CCTV 등을 다각도로 조사했습니다.

`무궁화 10호`의 CCTV에는 이 씨가 실종되기 전날인 지난 20일 오전 9시 2분까지 동영상 731개가 저장돼 있었지만 A 씨와 관련한 중요한 단서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해경은 실종 시점도 이 씨가 동료를 마지막으로 접촉한 21일 오전 2시 이후부터, 동료들이 점심시간이 되자 이 씨를 찾아 나선 오전 11시 30분 사이로만 추정했습니다.

이 씨의 휴대전화 분석 결과, 이 씨의 마지막 통화는 21일 0시 당직 근무에 들어가기 전, 고3 아들과 "공부 열심히 하라"는 취지로 통화한 것이었습니다.

해경의 오늘 수사 결과 발표를 보면, 군 첩보 이외에 해경이 자체적으로 파악한 뚜렷한 `월북 징후`는 없는 셈이고, 그마저도 충분한 설명이 됐다고 하기엔 부족해 보입니다.

해경은 국방부의 협조를 받아 추가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는데, 군의 첩보 자료도 내부 검토 끝에 해경이 가까스로 열람한 것을 보면 `공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지는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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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혁진 기자 (analogu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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