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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르포]추석 대목·세일에 유통家, 모처럼 '훈풍'…속내는 '복잡'(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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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추석 대목 롯데마트 빅마켓 도봉점, 손님들로 북적

백화점, 추석선물세트 역대 최대 실적 기록·가을 세일에 지갑 열어

전통시장, 소상공인들 자구 노력과 온·오프라인 연계 기술에 '활기'

아시아경제

사람들이 28일 롯데마트 빅마켓 도봉점 정육코너에서 상품을 고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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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차민영 기자, 이승진 기자] 28일 오후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롯데마트의 창고형 할인매장 ‘빅마켓 도봉점’. 추석을 이틀 앞둔 매장은 낮 시간임에도 제수용품과 선물세트 등을 구매하려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도봉점에 따르면 매장은 개점과 동시에 손님이 몰려 이례적으로 오전에 계산대 10곳을 모두 운영할 정도로 붐볐다. 의무휴업 규정에 따라 전날 영업을 하지 않은 탓에 아침 일찍 장을 보려는 지역 주민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서울서 처음 문닫는 빅마켓 도봉점, 오랜만에 활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모처럼 추석 특수를 누린 도봉점이지만 직원들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았다. 2013년 오픈 이후 7년간 지역을 지켜왔지만 오는 11월 30일 영업을 종료하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이 구조조정을 위해 순차적으로 일부 점포를 정리하고 있는 가운데, 도봉점은 매출 부진 등의 이유로 서울에서 처음으로 문을 닫는 점포가 됐다.


매장에서 만난 협력사 직원은 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직원은 “올해가 이 점포에서 맞는 10번째 추석”이라며 “그동안 단골손님을 만들 정도로 점포에 많은 애정을 쏟았는데 설마 하던 우려가 현실이 돼 많은 직원들이 허탈해 한다”고 전했다.


도봉점의 폐점 결정에 아쉬움이 더 많이 남는 이유는 지난 6월 회원제를 폐지한 뒤 손님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3년간 도봉점에서 근무했다는 또 다른 직원은 “최근 손님이 눈에 띄게 늘었음에도 폐점한다는 소식에 크게 놀랐다”라며 “사측에서 전환 배치를 보장해줘 요즘 같은 시기에 안도감이 들면서도 한편으로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최근 손님이 크게 늘었음에도 도봉점의 폐점이 결정된 이유에는 월 2회 의무휴업 등을 강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의 5년 연장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한 영향이 크다. 매출 반짝 상승에도 의무휴업 등 규제가 지속될 경우 그동안의 적자를 만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다.


도봉점 폐점으로 속이 타는 건 직원뿐만이 아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상영(가명·48)씨는 “장을 보러 오가는 길에 식당을 찾는 손님들이 꽤 됐는데 매장이 문을 닫게 되면 매출에 직격탄을 맞게 될 것 같다”라며 “이 큰 매장이 텅 비게 되면 인접 상권 전체의 이미지가 추락하는 거는 불 보듯 뻔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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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28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1층 추석선물세트 코너에서 상품을 구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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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고가 선물세트·가을정기세일에 훈풍…규제 강화될까 전전긍긍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는 막바지 추석선물을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한우와 과일 선물세트를 사려는 사람들이 특히 많았다. 한우를 판매하는 직원은 "한시적인 선물 금액 상향으로 농수산물 상품이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며 "코로나19 여파로 고향을 방문하지 못하는 아쉬운 마음에 예년보다 선물을 하려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롯데백화점 추석선물세트 매출을 보니 정육과 청과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1.0%, 13.0%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8일까지 추석 선물세트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8.3% 증가했다.


30~40대 고객들 사이에서는 와인이 인기를 끌었다. 서울 중구에서 근무하는 회사원 김정희(35)씨는 "매년 고향에 내려가 친구들을 만났는데 올해는 못 내려가 선물로 마음을 전하기 위해 백화점에 들렀다"면서 "생각보다 부담없는 가격에 와인 2병씩 선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주류 판매는 전년동기대비 21.0% 신장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보다 5만~10만원대의 와인 상품군을 전면에 내세웠다.


가을 정기세일에도 소비자 지갑이 열렸다. 신세계 타임스퀘어점은 리뉴얼과 정기세일 효과를 보고 있다. 이날 타임스퀘어점에는 의류와 화장품을 구경하는 20~30대 고객이 즐비했다. 건물 한동 전체를 90여개의 생활 브랜드로 채운 리빙관에도 사람들이 몰렸다. 신세계백화점 본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주말 신세계백화점 전체 매출은 9.7% 증가했다. 여성패션과 남성패션, 그리고 스포츠 매출이 각각 8.0%, 15.8%, 32.9% 늘었다. 생활 카테고리 판매도 49.1% 급증했다.


추석 대목과 가을 정기세일로 백화점에 모처럼 훈풍이 불었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정치권에서 백화점과 복합쇼핑몰까지 주말 영업제한을 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통과돼 백화점, 아웃렛, 복합쇼핑몰까지 의무 휴업을 강제할 경우 대형마트처럼 위기가 하는 법안이 통과되면 영업환경이 악화하는 건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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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29일 서울 수유재래시장에서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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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구책 직접 찾는다…온·오프라인 연계로 매출 증가

반짝 대목에도 활짝 웃지 못하는 대형마트, 백화점과 달리 전통시장에는 활기가 돌았다. 이날 수유재래시장에는 전과 떡, 송편, 김치, 나물류, 야채 청과, 차례상 제수용품 외에도 시장 명물 빨간 홍어회무침과 꼬마김밥, 꽈배기, 만두 등 먹거리 코너에 긴 줄이 세워졌다. 전통시장이 활기가 도는 것은 소상공인들 자구 노력과 온·오프라인 연계 기술덕분이다. 1960년대 생겨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수유재래시장도 디지털 혁신 중이다. 기존에는 택배 중심의 장거리 배송이 다였다면, 올 초부터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우리동네 장보기'와 공공배달 애플리케이션 '놀장(놀러와요 시장)'으로 서울 강북 일대 실시간 배송까지 가능해졌다. 우리동네 장보기에서 수유재래시장은 전체 제휴 시장 중 찜 '2만5212개'로 화곡본동시장, 암사종합시장에 이어 세 번째로 단골 손님이 많다. 놀장과 제휴된 서울지역 시장들 중 참여 점포가 가장 많다. 수유시장, 수유전통시장과 붙어 있어 '규모의 경제'가 실현됐다.


시장 곳곳에는 '카드 사용 가능', '온누리 상품권', '제로페이'를 비롯해 '놀장(놀러와요 시장) 앱 사용처', '배달의민족' 등 서비스 홍보 문구들이 붙어 있었다. 우리동네 장보기 코너 속 높은 리뷰수를 기록 중인 '해성반찬'의 직원 지선희(가명)씨는 "1층도 바쁘지만 2층에서는 전국 차례상차림 택배, 배송 준비로 더 바쁘다"며 "네이버랑 놀장에 들어가면서 더 유명해져 체감 기준 매출이 이전 대비 50% 뛰었다"고 귀띔했다. 정육가게 한 곳은 10%, 만두·꽈배기 가게 한 곳은 약 20% 매출이 늘었다. 만두가게 주인 한주연(가명)씨는 "먼저 단골손님들께 말씀도 드리다 보니 주문이 조금씩 늘어나는 듯하다"며 "지금은 배송 매니저가 돌면서 상품을 모아서 가져가는데 나중에는 (공공)지원이 좀 더 늘어 인력이 늘면 좋겠다"고 말했다. 분식점 주인 유혜연(가명)씨는 "상품 사진이나 설명 등은 아쉬운 부분도 있다"며 "점차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떡집과 옷 가게 등은 코로나19 여파로 유난히 힘든 시기를 보내는 중이다. 온라인·모바일 앱 주문건수가 하루 1~2건에 그친다며 기대보다 많이 아쉽다는 속내도 털어놨다. 떡집 직원 김지혜(가명)씨는 "올 추석에는 가족들이 안 모이면서 단체 송편 주문이 확 줄었다. 작년보다 50% 이상 매출이 빠진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작년에는 가판 하나를 떡과 오색 송편으로 가득 채웠지만, 올해는 1만원짜리 소포장 상품 위주로 진열해놨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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