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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2024년 나랏빚 1300조인데…재정준칙 발표 또 미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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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한 형태 한국판 재정준칙에 야당 강력히 반대

여당서도 도입 부정적 의견…검토 늦어지며 기한 넘겨

확장적 재정 기조 지속…중장기 재정건전성 노력 시급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효과적인 재정 운용을 위해 마련할 예정이던 재정준칙이 결국 마감 데드라인인 9월을 넘기게 됐다. 코로나19발 경제 위기에서 재정 소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가운데 재정준칙 내용을 두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발표 시점이 지연되는 상황이다. 이미 내년 슈퍼 예산과 4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까지 편성해 재정준칙이 때늦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중장기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하지만 실효성이 낮은 ‘맹탕’ 준칙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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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1년도 예산안 상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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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이견에 세부 내용 장고…추석 지나고 발표

29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이달까지 예정했던 재정준칙 발표 시기를 추석 연휴 이후로 미뤘다.

김용범 제1차관은 지난 28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 브리핑에서 재정준칙과 관련해 “지금 논의가 막바지로 정부 내, 당과 협의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며 “9월 중 발표할 수 있도록 막바지 작업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막판까지 협의가 이뤄지며 결국 발표 시점이 10월로 연기됐다.

재정준칙은 재정수지·국가채무·총수입·총지출과 관련해 재정의 운용 방향을 설정하는 제도다. 확장적 재정 정책으로 재정 건전성이 악화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기재부는 올해 재정준칙을 세우기로 했다. 당초 8월 발표할 계획이었다가 해외 준칙 조사와 심도 있는 검토를 이유로 9월 마련키로 했다.

재정준칙 발표가 늦어지는 이유는 국회 중심으로 국가 재정 운용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국내총생산(GDP)대비 국가채무 비중을 45% 이내,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중은 2~3% 이하로 유지하는 내용의 재정준칙 관련 법안들을 발의한 상태다. 숫자로 재정 지표를 관리하는 강력한 형태의 재정준칙을 예고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한국적 상황에 맞는 유연한 형태로 재정준칙을 세우겠다는 정부 방침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재정준칙에 예외를 두겠다는 정부 방침에 지난 18일 “재정준칙을 느슨하게 고무줄마냥 설정하면 지켜도 그만이고 안 지켜도 그만인 지침이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여당 내부에서도 지금과 같은 비상시국에 재정 운용에 걸림돌이 되는 재정준칙 도입에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인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코로나19 위기가 한창인 현시점에서 준칙을 만들면 재정 경직성이 커지고 불필요한 논란도 생길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정준칙에 대한 국회 이견이 극명하고 여당과 의견도 갈리는 만큼 정부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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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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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기반 우선 만들고 관리 방안 구체화해야”

재정준칙 도입이 차일피일 늦어지는 사이 재정지표는 크게 악화했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 지출은 급증했고 4차례 추경편성을 통해 나랏빚도 크게 늘었다.

당초 올해 본예산에서 총지출 규모는 512조3000억원이었지만 4차 추경 반영시 554조7000억원으로 30조원 이상 증가했다. 지출이 늘어나는 반면 세수 부족 등으로 총수입은 481조8000억원에서 470조000억원으로 감소하며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 적자는 30조5000억원에서 84조원까지 치솟게 됐다.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 기금을 뺀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본예산 당시 71조5000억원에서 118조600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GDP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의 비중은 사상 최고 수준인 6.1%로 예상된다.

추경 편성의 상당 재원을 적자국채 발행으로 마련하면서 국가채무는 당초 805조2000억원에서 846조9000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GDP의 비중은 43.9%에 달한다.

재정 건전성 악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정부는 경기 하방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예산을 556조원으로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보다 8.5% 증가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재정 지출이 꾸준히 늘어남에 따라 기재부는 2024년 GDP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와 국가채무 비중이 5.6%(127조5000억원), 58.3%(1327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나라살림이 급속도로 나빠지는 상황에서 늦더라도 재정준칙을 도입을 서둘러 중장기 재정 건전성 강화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경제연구부장은 “코로나19 상황도 있고 재정을 관리하기 불확실한 시점이지만 재정준칙 도입에 대한 논의 자체는 바람직하다”며 “재정준칙을 세우는 목적이 처벌보다는 재정의 효율적인 운용인 만큼 일단 제도 기반을 만들고 구체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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