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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이낙연에게 이재명은 황교안보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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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신양강 구도’로 고민 깊어진 이낙연

추석 ‘작전타임’ 기회 잘 살릴까


한겨레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20년 7월30일 경기도청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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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대이동’ ‘차례상 민심’ 같은 관용어구가 수식하는 추석 연휴의 정치적 무게감은 상당했‘었’다. 하지만 점점 그 무게감은 떨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집콕’이 건전한 시민 덕목의 하나로 떠오른 2020년에는 특히 더 그렇다. 이명박과 박근혜 두 사람이 한나라당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팽팽한 접전을 벌이다가 무게추가 이명박에게 확 기울어진 2006년 추석 같은 정치적 분수령이 될 리 만무하다. “추석 민심 어디로 가나” “추석 민심 어땠나” 같은 기사가 쏟아지지만 대중에게서 별 호응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명박-박근혜’ 싸움이 치열했던 이유

그러나 ‘선수들’ 사정은 다르다. 현 상황을 점검하고 이행안을 교정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모두에게 다 그렇겠지만,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에겐 이번 추석이 특히 더 그럴 것이다. 2년 전 추석에는 이낙연-황교안 양강 구도가 형성됐다. 안정감이 두 사람의 공통 강점으로 꼽혔고, 이낙연에게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호흡과 후광이라는 ‘플러스알파’가 있었다. 어쨌든 황교안은 이 구도를 바탕으로 제1야당 대표 자리에 올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가 정국을 강타했던 2019년 추석에도 이낙연-황교안 양강 구도는 유지됐다.

올해 추석 역시 양강 구도다. 하지만 이낙연의 파트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로 바뀌었다. 총선 전체 결과와 서울 종로 지역구 결과가 말해주듯, 이낙연이 황교안과의 싸움에 완승을 거뒀다. 그런데 코로나19 국면에서 이재명이 급부상했다. ‘구양강’ 구도에선 대체로 이낙연이 앞섰지만 ‘신양강’ 구도에선 두 사람의 지지율이 딱 붙어 있다. 게다가 구양강 구도보다 신양강 구도의 난도가 높다.

사실 상대 진영 주자와 양자 경쟁 구도를 형성할 경우 이점이 상당하다. ‘우리 편 대표선수’의 후광효과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첫째, 상대편에 대한 반대 세력을 내 지지자로 유입시키기가 용이해진다. 둘째, 위기 요인이 생길 때 진영 전체가 방어막을 쳐준다. 셋째, 승리를 명분으로 운신의 폭을 높일 수 있다. 넷째, 내부 경쟁자들을 ‘이적 행위’ 틀로 위축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낙연이 직면한 신양강 구도에선 해당될 수 없는 것들이다.

이점이 사라지는 대신 부담은 더 커진다. 골육상쟁과 마찬가지로 진영 내 양자 구도적 경쟁이 훨씬 더 치열하고 어렵다. 1987년 대선을 앞둔 김영삼-김대중, 2007년 대선을 앞둔 이명박-박근혜가 그랬고, 2012년 대선을 앞둔 문재인-안철수 경우도 이에 부합한다.

내부 경쟁은 정체성이라는 X축과 보편성(본선 경쟁력)이라는 Y축 위에서 전개된다. 두 잣대에서 모두 강점을 가지면 제일 좋지만 통상 경쟁은 한쪽의 강점을 지닌 사람과 다른 쪽의 강점을 지닌 사람 사이에 펼쳐진다. 앞서 제시한 세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호감도 이재명 높고, 비호감도 이낙연 높아

현 여권 내 경쟁으로 돌아가보자. 이낙연과 이재명은 2년여간 여권 내 1, 2위로 달려왔지만 3개월 전까지만 해도 격차는 컸다. 이낙연은 X축과 Y축 모두에서 이재명을 압도했다. 안정적이고 중도적 이미지로 보수 진영의 거부감도 낮았고 이는 확장성의 강점으로 연결되니 Y축의 상대 우위로 나타났다. X축에선 이재명이 이낙연보다 진보 이미지가 강하지만, 현 여권에서 X축은 전통적 진보-보수의 잣대보다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관계를 놓고 보는 게 타당하기 때문에 여기서도 이재명은 이낙연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두 사람의 지지율 차이는 통계적으로 무의미한 수준이다. 지난 몇 달간 이낙연이 무얼 잘못했을까? 아니다. 전당대회에서 당심-민심을 다 잡으며 압승을 거뒀고, 대표 취임 뒤 한 달 동안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문 대통령과의 관계도 여전하다. 수치상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것도 아니다.

그러면 이재명은 뭘 잘했을까? 코로나19 국면에서 선명성과 추진력이 돋보였다는 게 공통된 분석이다. 사회적 환경의 급변과 이에 대응한 이재명의 리더십이 결합했다. 이외에 두 요인을 더 꼽아볼 수 있다. 첫째, 선거법 재판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 이재명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인 도덕성 족쇄가 크게 헐거워졌다. 둘째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유고(有故). 스포트라이트를 나눠 가지던 수도 서울의 광역단체장이 부재 상태가 되면서 이재명의 주목도가 훨씬 더 높아졌다.

최근 여론조사를 깊이 들여다보면 더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다. 9월20일 공개된 여론조사 전문업체 4개사의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재명과 이낙연의 지지율은 24%로 동률을 기록했다. 그런데 호감도 조사에선 이재명이 56%, 이낙연이 53%를 기록했다. 비호감도는 각각 39%, 41%. 중도, 보수층에선 이재명이 이낙연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이낙연은 진보층, 호남에서 우위를 점했다. (자세한 내용은 NBS,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Y축에서 이재명이 이낙연을 앞서나간다는 이야기다. 이재명은 순도 높은 지지층만큼 폭넓은 비토층을 가진 사람이었지만 이젠 달라진 것. 어쨌든 X축상 이낙연의 우위를 바탕으로 두 사람이 팽팽한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대통령이 되려면 민심을 얻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이 되기 위한 첫 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대통령 후보가 되는 것이다.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해선? 민심과 당심을 합한 종합 점수에서 앞서야 한다.

‘인에서 아웃’ vs ‘아웃에서 인’

이낙연과 이재명, 두 사람의 과제는 명확하다. 이낙연은 ‘인에서 아웃’으로 넓혀가야 하고 이재명은 ‘아웃에서 인’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이낙연은 9월23일 MBC 저녁뉴스에 출연해 “문재인 정부 임기 5년 절반 이상을 제가 총리로 함께 일했습니다. 그런 처지의 사람이 마치 자기는 책임 없는 양, 관계가 없는 양 하는 건 위선이죠. 부분적으로는 수정 보완하더라도 전체적으로는 계승 발전시킬 운명적 책임이 저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정 보완을 해야 한다면 주로 경제나 또 민생 분야 이런 쪽에서는 미세한 수정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아직 ‘인’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이번 추석 연휴는 ‘선수들’에게는 작전타임이나 다름없다. ‘미세한’ 수정 보완과 미세한 ‘수정 보완’을 놓고 이낙연의 고민이 깊을 것이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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