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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수입 노출” 고용보험 꺼리는 캐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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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세금부담 등 이유 부정적 반응

골프장도 정식근로계약땐 노조 등 부담

보험 적용땐 수입 줄어도 안정성 장점

헤럴드경제

지난 7월2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정부의 고용보험법 개정안 입법예고에 대한 7개 단체 공동의견제출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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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한 근로여건에 놓인 근로자들의 ‘울타리’를 만들어주자는 취지에서 정부가 추진중인 특수고용직 고용보험적용을 놓고 일부에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8일 특고 종사자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 등의 내용을 담은 고용보험법과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특수고용직은 화물차 운전기사, 골프 캐디, 통신업체의 현장 설치기사, 학습지 강사 등이 있으며 약 75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이들은 근로자지만 사업주와 개인간의 도급계약 형식으로 일한다. 정식 노동자가 아니므로 산재보험의 적용 대상이 아니고 퇴직금도 없다.

특히 골프계는 캐디의 특고직 고용보험 적용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거세다.

캐디는 골프장에 속해 일을 하고 있지만, 급여가 아니라 내장객들로부터 현금으로 캐디피를 받는 개인사업자다. 소득이 명확하지 않고, 골프장은 기본적인 근무관리는 하지만 캐디의 소득에 간여하지 않는다. 골프는 최근 코로나19사태로 초호황을 누리는 거의 유일한 업종. 골퍼들이 몰리다보니 골프장들은 그린피와 카트비를 올리며 수익 극대화에 한창이고, 업무량이 늘어 힘들다는 캐디들의 불만에 캐디피는 14만~15만 원까지 올랐다. 골프장들은 골퍼들의 불만에는 별로 귀 기울이지 않지만, 캐디들이 혹시 다른 곳으로 떠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두된 고용보험 적용에 대해 사측인 골프장과 피고용인인 캐디, 모두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캐디들은 ‘수입이 유동적인 상황에서 연 수백만원이 될 보험료와 세금을 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확한 수입을 공개하기 어렵고, 공개하고 싶지도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수입만 놓고볼 때 수도권 인기 골프장 캐디와 지방 골프장 캐디의 그것은 천양지차다. 이에따른 수도권 쏠림현상으로 지방은 지방대로,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캐디를 붙잡느라 골프장들은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캐디수가 약 15% 가량 부족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들어 하우스캐디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야간라운드에 마샬캐디, 인턴캐디 등 캐디선택제를 도입하는 골프장도 늘었다.

익명을 요구한 경력 7년차의 한 수도권 골프장 캐디는 “현재 일주일에 3일 이상 하루 두탕을 뛴다. 휴일을 원하지 않으면 일주일 내내 일할 수도 있다”면서 “고용보험이 적용되면 분명 수입은 줄어들게 되겠지만, 안정성 등 장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일부 캐디는 고용보험이 적용되면 그만두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지만, 생업을 포기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골프장들 역시 ‘캐디의 고용보험 적용’ 시행을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고정비용을 줄이려는 골프장으로서는 캐디와 정식 근로자로 계약할 경우 비용과 함께 노조결성 같은 상황으로 이어질 노무관리 부담을 떠안게 되는 것을 피하고 싶어한다.

다른 특수고용직의 경우 ‘고용보험 의무가입이 사업주 부담 증가로 이어져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면, 골프장과 캐디는 양측 모두 이를 그다지 원치않는다는 것이 다르다. 쉽게 말해 현상유지가 최상이라는 것이 양측의 입장이다.

골프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발표도 보고 기사도 봤다. 고민은 하는데 아직 (해법이) 명확하지는 않다. 캐디들은 캐디피를 직접 현금수령해 관심이 없었는데 만약 보험이 적용되면 보험료 산정을 위해 소득부터 파악해야하는 게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캐디부족현상에 대해 “수도권이나 대도시 인근 골프장은 출퇴근할 수 있는 드라이빙 캐디를 일부 고용하기도 하고, 3부나 야간 등에 한해 회원이나 내장횟수가 많은 로우핸디캐퍼 골퍼팀에 노캐디 선택기회를 주기도 하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결국 신규캐디의 공급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에서 고용보험 적용이 시행되면 현장에서는 한동안 다양한 불협화음이 불거질 것이 불가피해보인다. 보험료 분담비율을 놓고도 이견이 나오고 있다.

어찌됐든 내년 특고직 고용보험 적용이 시행될 경우 캐디들은 소득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세금을 내면서 보험혜택을 받거나, 이를 수용하지 못할 경우 그만두거나 다른 형태의 근무방식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골프장이 직고용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캐디공급업체에 속해 아웃소싱 형태로 근무하는 경우가 늘 것으로 골프계는 내다보고 있다.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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