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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N인터뷰]① '악의 꽃' 이준기 "화려한 액션 보다 처절한 감정에 집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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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배우 이준기/ 사진제공=나무엑터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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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지난 23일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에서 배우 이준기는 백희성으로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사는 도현수 역을 맡으며 깊이 있는 연기력으로 호평을 끌어냈다. 특히 감정이 결여된 인물이 아내 차지원(문채원 분)과 딸 백은하(정서연 분)로 인해 점점 감정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려내면서는 섬세한 심리 연기를 펼쳐내면서 눈길을 끌었다.

'악의 꽃' 16회에서는 남들의 편견에 갇혀 스스로마저 의심하던 도현수가 그 벽을 깨고 나와 본인의 마음을 자각하면서 차지원과 함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모습이 담겼다. 그간 많은 사건의 틈바구니 속에서 고군분투했던 도현수와 차지원의 해피엔딩은 시작과 끝이 완벽한 멜로를 만들어냈다는 평을 받았다.

드라마를 마친 후 이준기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악의 꽃'의 결말과 함께 호흡을 맞춘 문채원 김지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번 드라마를 통한 호평으로 인해 "좋은 것도 사실이지만 동시에 부담도 많이 있다"라는 이준기에게 '악의 꽃'이 가지는 의미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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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 소감을 밝힌다면.

▶매 작품이 그러했지만 이번 '악의 꽃'은 끝나고 나니 유독 복합적인 감정이 많이 느껴졌다. 작품을 완주했다는 안도감, 초반에 느꼈던 무게감을 무사히 완결로 승화시켰다는 성취감, 그리고 현장에서 동고동락하며 달려온 모든 분들을 떠나보냈다는 헛헛함까지 있다. 게다가 종영 후 바로 인터뷰까지 진행하니 모든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다시 느껴지면서 더욱 만감이 교차한다. 참 외로우면서도 많은 것들에 감사한 지금이다.

-도현수를 연기할 때 특별히 중점을 둔 부분이 있나.

▶다양한 인물들과의 관계에서 보이는 리액션들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 감정을 느낄 수 없는 현수이기에 작은 표현부터 리액션 하나하나가 신 자체에 큰 힘과 설득력을 줄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저 혼자 연구하고 고민한다고 되는 부분은 아니었다. 그래서 감독님과 작가님을 비롯한 현장에서 저를 가장 가까이서 보는 카메라 감독님까지, 그리고 배우 한 분 한 분과 계속해서 서로의 생각들을 나눈 거 같다. 그리고 자칫 잘못하면 너무 뻔하거나 단조롭게 표현되어 도현수란 인물이 단순한 무감정 사이코패스로만 보일 수 있었기 때문에 더 디테일한 부분에 신경을 쓰고 집중했다.

-다양한 면모를 지닌 캐릭터 구축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게 있나.

▶금속공예가로 살아가는 백희성(도현수)의 모습은 무엇보다 자연스러워야 했다. 그래서 촬영 전 유튜브로 연기에 참고할만한 공예 작업 영상들을 찾아보며 미리 상상해 두었고, 실제 금속공예가분을 만나 짧게나마 공예가의 손길이 느껴질 수 있는 디테일을 배웠다. 한 가정의 따뜻한 아빠로서의 모습은 사실 애드리브가 많았다. 감독님께서 그냥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볼 수 있게 믿고 맡겨 주셨다. 그래서 꽤 많은 것들을 은하와 만들어 갔던 거 같다. 이런저런 장난도 치고 그랬다. 그래서 은하와 함께하는 날이면 좀 더 일찍 가서 웬만하면 떨어져 있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어떤 날은 연기한 것보다 은하랑 너무 재미있게 놀아서 피곤했던 적도 있었다.(웃음) 그리고 남편으로서의 모습은 아무래도 문채원씨와 이런저런 생각들을 공유하면서 캐릭터들을 만들어나갔다. 채원씨는 굉장히 섬세해서 감정적으로 집중하는 것에 큰 힘을 가진 배우다. 그래서 제가 놓칠 수 있는 부분들을 많이 채워줬다. 덕분에 마지막에 가서는 차지원을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리고 도현수의 삶을 그려내는 데 있어서도 많은 배우 분들이 도와주셨다. 특히 무진이 역에 서현우씨와는 성격적으로도 잘 맞아서 초반부터 백희성의 삶을 살아가는 도현수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에 큰 도움을 받았다. 상당히 리액션이 좋은 배우여서 촬영 전부터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 맞아서 생각지도 않았던 브로맨스 신들이 만들어지고 그랬다.(웃음) 도현수의 모든 서사들은 결국 각 인물들과의 관계성에서 나오는 표현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에 차별성을 두기 위해 집중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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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도 액션이 많았는데 특별히 힘든 점은 없었나.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평소 운동을 좋아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은 없었다. 그래서 힘들고 지치기보다는 '내가 얼만큼의 동선을 만들고 액션을 취해야 시청자분들이 이 신에서 오는 감정과 느낌을 오롯이 받아들이실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었다. 사실 이번 작품을 시작하기에 앞서 기존에 내가 좋아하는 액션을 10분의 1정도로 줄이자고 다짐했었다. 내가 평소에 보여드리던 액션들은 상당히 많은 합이 있어 화려하거나 거칠었다. 하지만 그런 액션이 이번 작품에서는 도움이 되질 않을 거라 생각했기에 액션보다는 감정에 더 집중했던 거 같다. 처절하게 내몰리는 신들의 경우에는 대역 없이 직접 몸으로 들이받고 던져지고 부서지고 하면서 저 스스로뿐만 아니라 시청자분들이 보시기에도 더 몰입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명장면과 명대사가 있나.

▶정말 다 좋았다. 하나도 빠짐없이. 그런데도 하나를 꼽자면 현수가 처음으로 감정을 깨닫고 오열하는 장면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이 신을 그려내기까지 저도 그렇고 감독님도 그렇고 정말 고민이 많았었다. 리허설을 할 때조차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고민하면 할수록 막히는 부분이 생겼다. 완급 조절에 실패해 시청자분들을 납득하지 못하면 지금까지 이어오던 전체적인 감정의 흐름을 깰 수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결국에는 처음 제가 그 회차 대본을 받았을 때의 느낌대로 가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아이가 처음 세상을 향해 울음을 터뜨리는 듯한 모습으로 그리고 싶었다. 그렇게 수많은 고민과 상의 끝에 만든 신이다. 찍고 나서도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힘들었던 게 기억난다. 기억에 남는 명대사는 마지막 회에서 현수가 지원이에게 해주는 "내가 더 잘해줄게요, 내가 더 좋아해 줄게요"라는 대사다. 기억을 잃은 현수가 가슴속 어렴풋이 남아있는 과거 지원이 내밀었던 따뜻한 사랑을 되돌려주는 거다. 두 사람의 새로운 사랑과 인생을 뜻하는 거 같아서 현장에서도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N인터뷰】②에 계속>
taeh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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