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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NYT “트럼프 10년간 소득세 한푼도 안 냈다” 미 대선 충격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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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보다 손실 많다” 신고해 환급

NYT “20년치 자료 입수, 계속 보도”

고위험 사업체 사들여 손실 키우고

개인적으로 쓴 기름·음식값은 물론

헤어 스타일링비까지 사업경비로

익명 컨설팅비는 큰딸에게 간 정황

중앙일보

2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그는 2016년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 15년 가운데 10년간 연방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뉴욕타임스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강력히 부인했으나 얼마나 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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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6년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 15년 가운데 10년간 연방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통령에 당선된 2016년과 취임한 2017년에는 연방소득세로 웬만한 중산층보다 적은 연간 750달러(약 88만원)를 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 개인과 그가 소유·운영하는 가족 기업 트럼프 그룹(Trump Organization)의 20년치가 넘는 세금 환급 자료를 입수, 앞으로 수 주 동안 관련 보도를 이어가겠다고 예고했다.

미 대선을 5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세금 기록이 공개된 것은 올해 선거 운동 기간 중 가장 강력한 폭탄 중 하나가 터진 것이라고 영국 가디언은 평가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세금 자료 공개를 거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보다 손실이 더 크다고 신고하는 방법으로 지난 15년 중 10년 동안 세금을 전혀 내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소유 기업들이 대규모 적자를 냈다고 신고해 그가 셀러브리티로서 벌어들인 수백만 달러에 대한 과세를 어떻게 피했는지를 자세히 소개했다.

7000억원 넘게 벌고도 세금 0원

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리얼리티 TV쇼 ‘어프렌티스’ 진행자로 얻은 개인적 인기를 토대로 2018년까지 4억2740만 달러(약 5022억원)를 벌어들였다. 브랜드 사용료 등 각종 라이선싱 홍보 계약 비용이 포함됐다. 사무용 건물 두 채를 성공적으로 투자해 1억7650만 달러(약 2074억원)의 수익도 올렸다. 이 정도 수익을 올리는 자산 상위 1%에 통상 적용되는 세율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소 1억 달러(약 1175억원)의 소득세를 내야 했다. 하지만 그해 트럼프 대통령이 낸 소득세는 0원이었다.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체에서 지속적인 손실이 있었다고 신고해 연방소득세 대부분을 면제받았다. NYT는 “셀러브리티로서 번 돈으로 고위험 사업체를 사들인 뒤 거기서 발생하는 손실을 세금을 피하는 데 활용하는 게 트럼프 대통령 재정 연금술의 핵심 공식”이라고 전했다. 뉴욕 트럼프타워 기공식을 한 1995년 트럼프 대통령은 9억1570만 달러(약 1조746억원) 손실을 봤는데, 손실액이 너무 커 2005년까지 세금을 공제받을 수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2005~2007년 트럼프 대통령은 라이선스·홍보 계약으로 1억2000만 달러(약 1409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는데, 이때는 세금을 상쇄할 만한 손실이 발생하지 않아 생애 처음으로 7010만 달러(약 822억원)의 연방소득세를 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2008~2009년 14억 달러(약 1조6436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며 국세청(IRS)에 2005~2008년 낸 세금에 이자를 더한 7290만 달러(약 855억원)를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과 IRS는 이 세금 환급의 합법성을 놓고 다투고 있다.

트럼프 “세금 냈다, 완전 가짜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세금 회피에는 자녀도 동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그룹이 익명으로 지불한 ‘컨설팅료’ 74만7622달러(약 8억7000만원)와 완전히 일치하는 액수가 2017년 장녀 이방카가 백악관에 합류하면서 공개한 재산 내역에서 발견됐다고 NYT는 전했다. 회사 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이방카에게 별도로 컨설팅료를 지급한 것은 사업 경비로 처리해 트럼프 대통령의 세금을 줄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NYT는 지적했다.

개인 비용을 사업 경비로 처리해 세금 혜택을 받은 사실도 일부 드러났다. 기름값과 음식값뿐 아니라 ‘어프렌티스’ 촬영 당시 헤어 스타일링비 7만 달러(약 8200만원), 자신이 소유한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사용하는 침대보·냅킨 등 구입에 든 10만 달러도 사업 경비로 처리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 손실을 꼬집어 “트럼프 대통령은 ‘비즈니스계 거물’ 놀이를 하는 데 성공했지, 실체는 그렇지 않다는 게 드러났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업 수완이 없으면서 그런 듯 행동하고 결국 대통령직을 돈벌이 수단에 사용했다고 CNN은 비판했다.

2016년 워싱턴에 문을 연 트럼프 호텔과 플로리다주 골프장 등에 로비스트와 국내·외 기업가들이 몰려 거액을 쓰면서 대통령 직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이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NYT는 앞으로 4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트럼프 대통령 개인 채무가 3억 달러(약 3525억원)에 달하며, 대통령 직무 수행과 기업 운영 간 이해 충돌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런 NYT의 보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NYT 보도는 “완전 가짜 뉴스”라면서 “나는 세금을 냈다. IRS가 나를 부당하게 대우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그룹 앨런 가르텐 변호사는 NYT에 “전부 또는 대부분 팩트가 부정확하다”면서 “지난 10년간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에 ‘개인 세금’으로 수천만 달러를 냈다”고 반박했다. 2015년 대통령 출마 선언 이후 납부한 ‘개인 세금’이 수백만 달러라고 덧붙였다. 연방소득세가 아닌 개인 세금이라는 표현을 씀으로써 소득세와 함께 사회보장연금·건강보험금 등 광범위한 세금을 뭉뚱그려 말한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전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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