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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정신질환 모녀 6평 셋방서 사인도 모르는 '가난한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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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지 20일 정도로 추정…국과수 부검 결과 "사인 불명"

경남CBS 이형탁 기자

노컷뉴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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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이 있던 모녀가 6평 셋방 원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국과수 부검을 근거로 "사인 미상"으로 결론냈다. 시신 부패로 타살인지 자살인지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은 이들의 죽음에는 가난과 정신질환이 있었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5일 오전 11시쯤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한 원룸에서 딸(22)과 엄마(52)가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세입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집 주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원룸의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바닥에 나란히 누워 숨져 있는 모녀를 발견했다.

경찰은 시신의 부패 정도로 봤을 때 발견된 날로부터 20일 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타살이나 자살 가능성도 적다고 보고 있다. 시신 발견 직후, 부검 결과 타살 혐의점이 없고, 자살을 암시하는 유서 등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여러 정황을 고려했을 때 엄마의 돌연사 후 딸이 굶어죽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하는 상태다. 이것도 엄마가 어떤 질병을 갖고 돌연사를 했는지, 딸은 어떻게 죽었는지 시신이 부패해 "사인 불명"이라는 국과수 부검결과가 나와 죽음의 원인을 규명하기조차 어렵다.

23m2(6.9평) 원룸 내에 쌀과 김치 등이 있었는데도 아사가 가능한 지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딸은 비교적 지적장애가 심하지 않은 경계성 지능장애(지적장애인과 일반인 사이의 경계선)를 가졌고, 일반인이 다니는 고등학교도 졸업한 상태를 고려하면 아사는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모녀의 비극은 비장애인으로 알려진 남편이 곁에서 사라지면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정신질환이 있던 아내 곁을 남편은 이혼하며 떠났다. 정신질환이 있는 딸을 정신질환을 가진 엄마가 홀로 키우게 된 것이다. 엄마는 지난 2011년부터 정신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딸은 엄마의 방임 등으로 아동학대가 인정돼 지난 2011년부터 2018년 4월까지 한 사회복지시설에서 컸다. 성인이 되길 기다리던 엄마는 시설에 요구해 2018년 스무살이 된 딸과 함께 살았다.

엄마가 일용직 노동으로 번 수입으로 둘은 생활해왔다. 딸은 고등학교까지 졸업한 뒤 보호시설의 도움을 받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지만,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휴대전화도 없었고,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도 아니었다. 경찰은 숨진 모녀에게 다른 기저질환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엄마가 타살·자살 흔적 없이 숨졌고, 딸도 마찬가지로 숨졌다. 그동안 딸을 부양해온 엄마가 갑자기 원인 불상으로 죽었고, 지적 장애가 있는 딸이 곁에서 굶어서 죽은 것 아니냐는 등 여러 추정만 남았을 뿐이다. 경찰은 이들의 죽음을 '사인 미상'으로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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