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대규모유통업법 등과 별개로 온라인플랫폼법 마련
입점업체 '갑질' 유행 구체화해 과징금 등 제재와 피해구제 도입
공정거래위원회 |
(세종=연합뉴스) 차지연 정수연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거대 온라인 플랫폼의 입점업체 대상 '갑질'을 본격적으로 제재하기로 했다.
공정위가 28일 입법예고한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안은 네이버와 카카오[035720], 배달의민족, 쿠팡 등 대형 오픈마켓과 각종 제품·서비스 중개앱을 정조준하고 있다.
◇ "기존 법체계로는 온라인 플랫폼 충분히 규율 못해"
인터넷 보급 이후 꾸준히 성장해온 온라인 플랫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거래 수요가 늘어나면서 더욱 급격하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
이에 대형 플랫폼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소규모 입점업체들은 '을'의 지위가 더욱 확고해지는 상황이다.
공정위는 플랫폼의 우월적 지위가 강해지면서 입점업체에 대한 불공정행위 등 피해 발생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판단해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안을 마련했다.
제정안은 플랫폼 사업자의 계약서 작성·교부 의무, 사전통지 의무를 명시하고 사업자가 입점업체에 비용이나 손해를 떠넘기거나 다른 플랫폼에 입점을 방해하는 등 갑질을 할 경우 손해액 최대 2배의 과징금을 물리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대규모유통업법, 전자상거래법 등 기존 관련 법이 있는데도 별도의 법을 만든 것은 온라인 플랫폼 거래의 특수성을 반영한 맞춤형 규율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는 게 공정위 입장이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기존 법체계로는 온라인 플랫폼을 충분히 규율하지 못한다"며 "굉장히 빠른 속도로 변화가 이뤄지는 온라인 플랫폼 산업 특성상 사적 자치와 연성 규범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정거래법은 계약서에 어떤 유형이 포함돼야 하는지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고 대규모유통업법은 직매입을 기초로 법이 적용되고 있다"며 "전자상거래법도 소비자와 플랫폼 사업자 간 관계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간 불공정 행위를 들여다보고 제재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체계의 온라인 플랫폼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브리핑 입장하는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
◇ 네이버·카카오·배민·쿠팡·구글 등 법 적용받을 듯
이번 제정안은 입점업체와 소비자 사이에서 상품·서비스 거래를 알선하는 온라인 플랫폼에 적용된다.
여러 입점업체가 제품을 올리면 소비자가 이 중 선택해 구입할 수 있는 오픈마켓, 앱마켓, 배달앱, 숙박앱, 승차 중개앱, 가격비교 사이트, 부동산·중고차 등 정보제공서비스, 검색광고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소셜미디어(SNS)도 광고주와 계약을 맺어 상품 정보를 제공하고 거래를 중개하는 경우에는 법 적용 대상이다.
국내 플랫폼뿐 아니라 해외에 주소나 영업소를 둔 플랫폼에도 법이 적용된다. 조 위원장은 "우리 국민이 사용하고 우리나라 입점업체가 존재한다면 외국에 있는 사업자도 규율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앱마켓을 운영하는 구글 등 해외 플랫폼도 법을 적용받게 된다.
수수료 등을 통한 매출액과 중개거래금액이 일정 규모 이상인 플랫폼만 법 적용을 받는다.
일정 규모 이상이 되는 매출액은 100억원 이내, 중개거래금액은 1천억원 이내에서 기준을 정한다는 방침인데, 세부 금액은 시행령에서 정하기로 했다.
또 오픈마켓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배달·숙박앱은 작은 점 등을 고려해 업태별로 적용 대상 기준을 차별화하는 내용도 시행령에 담을 계획이다. 이 경우 매출액 기준이 작더라도 시장규모 자체가 작아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있다면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신봉삼 공정위 사무처장은 이런 기준에 따라 "주요 사업자 중 오픈마켓은 8개 이상, 숙박앱은 2개 이상, 배달앱은 최소 4개가 법 적용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사무처장은 "법 적용대상 중개 거래는 최소 80조원 규모, 입점업체는 140만개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과 쿠팡, SSG닷컴 등 온라인 쇼핑몰, 배달의민족 등 배달앱이 법 적용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는 시행령에서 정한 규모 이하의 플랫폼 사업자도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를 하면 기존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플랫폼법 적용 대상이 아닌 경우 |
◇ 마켓컬리, 당근마켓, 카카오페이 등은 적용 대상 아냐
다만 업체로부터 직접 상품·서비스를 사들여 판매하는 플랫폼은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넷플릭스처럼 플랫폼이 영상을 사서 소비자에 공급하면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상품을 직매입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마켓컬리도 법 적용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계약관계가 없는 업체와 소비자를 중개하는 검색엔진도 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 대면, 우편, 전화, 전단지 등을 통해 업체와 소비자를 알선하는 경우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거래 개시에 따라 부수적으로 이뤄지는 결제 등만을 알선하는 경우도 적용 대상이 아니라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은 법 적용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중개 수수료를 받지 않는 순수 B2B 혹은 C2C 플랫폼 역시 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당근마켓 등이 대표적이다.
재화 등의 거래가 수반되지 않는 순수 SNS 플랫폼 등 비거래 플랫폼도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발언 위해 마스크 벗는 조성욱 위원장 |
◇ 공정위, 거대 플랫폼 제재 위해 본격적으로 칼 빼 들어
공정위는 조 위원장 취임 후 ICT(정보통신기술) 특별 전담팀을 만드는 등 디지털 공정경제 관련 정책 마련과 제재에 본격적으로 나서왔다.
특히 거대 플랫폼에 대한 '경고'는 네이버 부동산 제재를 통해 이미 신호탄을 쏜 상태다.
공정위는 이달 초 네이버가 계약한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카카오와 제휴해 매물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방해했다며 1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네이버 쇼핑과 동영상의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도 조사·심의가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안까지 입법예고하면서 공정위가 거대 플랫폼을 제재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칼을 빼 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공정위의 과도한 규제로 신산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조 위원장은 "신산업인 플랫폼 분야의 혁신이 저해되지 않으면서도 실효성 있는 법 집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균형감 있는 규율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징금 부과를 강화하되 형벌 도입은 최소화하고 동의의결 제도를 도입했다"고 덧붙였다.
charg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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