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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번에도 권오갑·정기선 함께…현대重, 두산인프라 인수 뛰어든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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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김소연 기자]
머니투데이

현대중공업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 출사표를 던졌다. 현대건설기계를 거느린 현대중공업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까지 품에 안으면 글로벌 건설기계 업계 '빅5'도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세계 조선업계 1위를 공고히 하려는 그룹의 '제조업 보국' 전선이 더 확장되는 셈이다.

◇재무부담 턴 현대重, 인수전 출사표=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재무적 투자자 KDBI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매각 대상인 두산인프라코어 지분은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36.07%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해질 경우 입찰 가격은 1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동안 현대중공업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의 가장 강력한 후보로 통했다.

MBK파트너스 등 국내 대형 사모펀드도 참전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두산인프라코어와 같은 건설기계 업종 부문의 핵심 제조사를 끼고 있다는 점에서 인수 시 사업 시너지가 예견됐다.

인수를 위한 자금 여력도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룹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의 올해 6월 말 연결재무제표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조2242억원 수준이다. 현대건설기계도 8000억원 이상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안고 있다.

그래도 인수에 따른 재무 부담은 만만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소송 관련 우발채무 부담이 컸다는 후문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1년 기업공개(IPO)를 전제로 DICC 지분 20%를 국내 사모펀드 등에 매각했는데 IPO가 무산되자 투자자들과 소송이 진행 중이다. 1심은 두산이, 2심의 투자자들이 승소했다. 두산이 최종 패소할 경우 배상금은 최대 1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DICC 소송에 따른 우발채무를 두산이 책임지는 방안이 긍정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대중공업그룹의 예비입찰 참여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무적 투자자 참여도 현대중공업그룹 예비 입찰 참여의 지렛대가 됐다. 그동안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집중한 현대중공업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배제해왔다. 하지만, KDBI 참여로 재무 부담이 완화돼 예비 입찰 참가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비입찰 참여 결정까지의 과정은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이 주도하고 오너 3세인 정기선 부사장이 핵심적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결정까지의 과정과 일맥상통한다.

◇점유율 수직상승…글로벌 건설기계 핵심 플레이어로=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세계시장 규모가 240조원에 달하는 건설기계 사업분야는 국가 주요 제조업"이라며 "현대건설기계를 통해 동종업종을 영위하는 만큼 기술유출과 제조업 약화 우려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예비입찰에 참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를 품에 안게 되면 글로벌 건설기계 시장 빅5도 가시권이다. 영국 건설중장비 미디어그룹 KHL이 집계하는 통계 '옐로우 테이블'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 포함 기준)와 현대건설기계의 지난해 매출액 기준 세계시장 점유율은 각각 3.3%, 1.2%로 글로벌 9위, 22위다. 합산 시 점유율은 4.5%가 돼 글로벌 6위인 볼보건설기계(4.6%)에 이어 7위로 올라선다.

건설기계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매각 입찰에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자회사 두산밥캣은 포함 안돼 인수 가정 시 순위는 7위에 못 미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세계 건설기계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올라서게 되는 것은 기정 사실"이라고 말했다.

두산그룹의 3조원 규모 재무구조 개선계획(자구안)도 사실상 마침표를 찍게 된다. 두산그룹은 이미 1조3000억원 규모의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와 두산솔루스, 클럽모우CC 등 매각 결정으로 올해 이행해야 할 자구안을 충족한 상태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은 자구안의 마지막 과제로 평가됐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아직 예비 입찰 단계인 만큼 본입찰까지 가 봐야 최종 인수자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는 말도 나온다. 이번 예비 입찰에는 현대중공업그룹 외에도 과거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 사업부문을 인수한 전력이 있는 MBK파트너스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DICC 소송 관련 우발채무를 두산측이 책임지는 것으로 최종 확정될지도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김소연 기자 nick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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