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63099102 0012020092863099102 04 0403001 6.1.19-RELEASE 1 경향신문 60518933 false true false false 1601276821000 1601278698000

“무덤에 묻히느니 재판을 받겠다” 미국서 총기 사는 흑인 늘었다

글자크기
[경향신문]

경향신문

흑인 남성 아흐마우드 알버리(25)가 평소처럼 조깅을 하다가 백인 그레고리 맥마이클(64)과 그의 아들 트래비스 맥마이클(34)의 총에 맞아 숨지는 영상이 지난 5월 공개돼 사회적 공분이 일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올 상반기 미국에서 총기를 구매하는 흑인이 전년 동기 대비 약 60%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현지시간) 미 공영방송 NPR은 인종차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등 사회적으로 위기감을 느낀 흑인들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총을 사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마켓리서치 보고서를 보면 2020년 상반기 흑인 남녀의 총기 구매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2% 증가했다. 짐 커큐루토 전국사격스포츠재단 이사는 “올해처럼 화기 판매량이 꾸준히 늘어난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NPR에 말했다.

NPR은 흑인 사회에서 총기 구매율이 올라간 것은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NPR이 자체적으로 지난 6월 초 흑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총기 소유 여부와 상관 없이 상당수의 응답자들이 “최근의 인종차별 사례들을 지켜보면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총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뉴멕시코에 사는 트럭 운전사 브루스 톰린(63)도 최근 총을 구입했다. 그는 NPR에 자신은 총기 사용을 옹호하는 사람이 아니었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5월 흑인 남성 아흐마우드 알버리(25)가 평소처럼 조깅을 하다가 백인 그레고리 맥마이클(64)과 그의 아들 트래비스 맥마이클(34)의 총에 맞아 사망하는 영상을 본 후 마음을 바꿨다. 톰린은 “나 자신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총을 구입했다”면서 “한 번도 총기 사용을 옹호해본 적이 없지만 이제는 총 없이 다니면 불안하다”고 했다. 또 지난 3월 집에서 잠을 자다 경찰 총격으로 사망한 흑인 여성 브레오나 테일러를 보면서 그는 “아무 이유 없이 총에 맞아 무덤에 묻히느니 차라리 (총으로 나를 방어한 뒤) 재판을 받겠다”고 했다.

전통적으로 미국에서 총기를 구매하는 사람은 백인이었다. 2017년 조사에 따르면 미 성인 10명 중 3명이 총을 소지하고 있는데, 그중 백인은 36%, 흑인은 24%다. 과거엔 총기 구매 목적이 사냥·레저가 주였는데, 최근 들어 자신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총을 사는 사람이 늘어났다. 특히 사람들이 사회적 위기의식을 느낄 때 총기 구매율도 올라갔다는 것이다. 2000년 9.11 테러, 2012년 샌디 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직후에도 총기 구매가 급증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한 2020년 3월에도 총기 구매가 급증했는데, 2달 전인 1월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다고 NPR은 설명했다.

필립 스미스 전 아프리카계 미국인 총기협회장은 팬데믹 외에도 두 가지 사건으로 총기협회에 회원들이 대거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그리고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벌어진 다음이다. 그는 “1년 전엔 하루에 10명 정도 새 회원이 생겼다면, 지금은 한 시간에 10명씩 회원이 늘고 있다”고 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 유튜브 구독▶ 경향 페이스북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