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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동걸 산은 회장 "1년 주기 임단협 관행이 구조조정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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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내년 상반기 중 거래 마무리 전망
쌍용차, 마힌드라와 잠재적 투자자간 긴밀히 협상"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매년 갱신하는 한국 노사 문화가 기업 구조조정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고 정면 비판했다. 기업이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3~5년 단위로 임단협 갱신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호봉제와 열악한 사회안전망도 기업 구조조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이 회장은 28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갖고 두 번째 임기의 주요 추진 과제를 밝혔다. 이 회장은 최근 연임을 확정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산업은행이 맡고 있는 기업 구조조정 현안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은 내년 상반기 중에 거래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고, 쌍용차(003620)의 경우에는 마힌드라와 잠재적 투자자가 긴밀하게 협상 중이라고 확인했다.

조선비즈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산업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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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대산업개발(294870)의 인수가 무산된 아시아나항공(020560)에 대해서는 기간산업안정기금 투입을 통해 조속히 정상화한 뒤, 여건이 나아지면 통매각이든 분리매각이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저비용항공사(LCC) 중에서는 제주항공이 기안기금을 신청하면 지원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이스타항공에 대해서는 지원이 어렵다는 뜻을 확인했다. 다음은 이 회장과 기자단의 일문일답.

-2기 경영방침은.

"1기 때와 크게 변동은 없다. 연장선상에서 일부 조정해서 이끌어나가겠다. 최고 당면 과제는 코로나 위기극복이다. 연임한 것도 위기극복을 효율적으로 잘 처리하라는 차원으로 이해한다. 코로나 위기극복 과정에서 가계와 기업의 부채가 늘어나는 후유증도 잘 관리하겠다. 책임감이 앞서기 때문에 즐겁지는 않다. (연임이) 반길 일만은 아니다."

-기업 구조조정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구조조정 못지 않게 구조조정과 관련한 낡은 관습과 사회 인프라를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 불필요한 노사 갈등 같은 문제다. 안정적인 노사관계가 전제돼야 구조조정도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구조조정의 3대 원칙이 대주주의 책임있는 역할, 이해관계자 고통분담, 지속가능한 정상화 방안이다. 그런데 모두가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구조조정도 어렵다. 노사가 자구안 마련에 합의했는데 노조가 이를 실행하지 않거나 파업을 통해 번복하려는 모습은 안타깝다. 최근에도 한국GM 노사 갈등으로 미국 GM 본사가 부평공장 문을 닫으려 한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이런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관행이 문제라고 보는가.

"임단협을 1년 단위로 갱신하는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국가는 다년단위로 임단협을 체결한다. 미국만 해도 4년 단위로 한다. 상식적으로 봐도 매년 임단협을 하면 기업은 중장기 경영계획 수립이 불가능하다. 매년 생산차질을 빚는 등 비효율이 생긴다. 임단협을 격렬하게 하더라도 한 번 체결하면 3~5년은 유지해야 안정적인 기업 경영이 가능하다. 그래야 노사 모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호봉제와 사회안전망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 구조조정 기업을 보면 매년 적자를 내는데도 연공서열 때문에 거액 연봉 받는 직원들이 있다. 이런 직원들은 몇 년 만 다니면 되기 때문에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다. 정작 15년, 20년 다녀야 하는 젊은 직원들은 구조조정을 원하는데 그런 목소리가 묻힌다. 또 기업 구조조정의 고통을 개인이 짊어지지 않도록 사회 전체가 함께 부담하는 방향으로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 매각 진행 상황은.

"현재 4개국에서 기업결합 승인이 진행 중이다. 유럽연합(EU)이 핵심인데, 연말까지 결론을 내린다고 전달받았다. 그러면 내년 상반기 중에는 거래가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

-HAAH오토모티브홀딩스가 쌍용차 인수 제안을 했다는데, 산은의 추가 지원 가능성은.

"HAAH의 인수제안 사실은 전해 들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우리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 마힌드라와 잠재적 투자자 사이에 긴밀하게 협상 중이라는 내용까지만 보고 받았다. 다만 쌍용차 문제에서 우리가 보고 있는 주안점은 사업의 지속가능성이다. 언론에서 쌍용차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의구심 제기하고 있는데 우리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통매각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 많은데.

"기안기금 투입을 결정하고 나서 가장 중요한 현안은 아시아나항공이 더는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그게 급선무라고 봤다. HDC현산의 인수의지가 없다고 판단했고 그런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이라는 중요한 기업을 계속 허공에 둘 수는 없으니 우리가 안정화시키자고 결정했다. 조만간 외부컨설팅 실시하고 추후 가능한 시점에 매각할 것이다. 기업가치 훼손시키지 않고 제고하면서 적절한 시기에 통매각이든 분리매각이든 결정하겠다.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과정에서 비용감축과 고통분담은 필수지만, 지나치게 비용감축 하다가 기업의 핵심사업이 무너지거나 핵심 인력이 이탈하면 안 된다. 적절한 고통분담과 장기적 존속능력 유지를 위한 균형이 중요하다."

-HDC현산은 금호산업에 계약 파기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한다.

"현재까지는 HDC현산의 법적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소송은 계약당사자인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HDC현산의 문제다. 다만 채권단 입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조용하게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란다. 싸움 없이 잘 가면 좋겠다. 금호 측에선 HDC현산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대응할 것으로 본다."

-LCC에 대한 자금 지원 여부는.

"LCC는 기업마다 상황이 다르다. 정책금융을 통한 지원이 우선되는 게 바람직하다. 기안기금 지원은 기업이 신청하면 검토하겠다. 다만 기안기금 지원 기준을 충족하는 LCC가 제주항공과 에어부산 뿐이다.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 계열사여서 추후 검토해야 한다. 제주항공은 기안기금을 신청하면 지원 여부를 검토하겠다. 이스타항공은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다. 기안기금 지원 기준도 충족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예비입찰에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이 함께 참여했는데.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이 독립적으로 구조조정하고 있다. 1년 안에 경영정상화 목표만 달성한다면 구체적인 부분은 자율적으로 할 수 있게끔 했다. 지금 채권단이 뭐라고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원매자에도 산업은행이 들어가는 게 아니라 KDB인베스트먼트가 참여하는 것이라 우리가 언급하지는 않겠다."

-한진중공업과 KDB생명 매각 작업은.

"한진중공업은 오늘 매각 공고가 나간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기준은 없다. 어떤 원매자가 신청하는지 보고 최선의 결정을 하겠다. KDB생명은 LP를 모집하는 중이다."

-뉴딜펀드 관련 준비 상황은.

"뉴딜펀드 종합지원방안 TF 구성해서 작업하고 있다. 뉴딜펀드 통해서 우리의 성장잠재력 회복할 수 있다고 본다. 11월 중에 자펀드 조성 위한 세부사항을 확정하고 12월에 공고를 낼 예정이다. 내년 1분기 중에는 자펀드 운용사 선정해서 빨리 추진하겠다."

-혁신성장을 위한 복안은.

"첫 번째 임기에서 초기기업 스타트업 투자 강조했는데 앞으로는 스케일업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망이 있는 기업을 골라서 거액 투자를 해주는 게 중요하다. 새로운 먹거리 산업을 만드는데 주력하겠다. 지난 반 세기 먹고살 때 대기업이 혁혁한 공을 세웠다. 비판도 많이 받지만 그런 대기업이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이 됐다. 대기업이 허공에서 갑자기 생긴 게 아니다. 1960년대, 70년대에 엄청난 투자를 해서 만든 것이다. 그런 투자로 50년 먹고 살 기업을 만들었는데 그 기업들이 한계에 달했다면 다음 50년 먹고 살 새로운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 가만히 있는다고 그런 기업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다. 수십조씩 투자하고 보호해주고 키워야 한다. 방법은 조금 달라도 60년대, 70년대식 산업정책이 다시 필요하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의 퇴임 때 건배사가 논란이 됐는데.

"사려깊지 못한 발언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한다. 국책은행 수장으로서 발언에 더욱 신중을 기하겠다. 산은 회장의 정치적 중립에 대해서는 특별한 법률조항 없지만, 저는 누구보다도 중립성 유지한 채로 3년 동안 실행했다고 생각한다. 공정한 3대 원칙에 입각해서 공적기준, 공적목적으로 정책금융 실행해나가겠다.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드린다."

이종현 기자(i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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