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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목숨마저 둘로 가르는 ‘타락한 진영의식’[우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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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the300][우리가 보는 세상]국민생명을 진영의 틀에 가둬선 안돼

대한민국이 또 둘로 갈라졌다.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47) 사건을 놓고서다. 진보진영에선 ‘A씨의 자진 월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속한 사과’ 등을 거론하며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를 감싼다. 반면 보수진영은 ‘국민 생명을 지키지 못한 무능한 정부’, ‘문 대통령의 47시간 의혹’ 등을 내세우며 공세를 펼친다.

지난 25일 북한이 보내온 사과통지문이 공개된 이후 우리 군과 북측의 입장차가 확인되면서, 각 진영에서 이번 사건을 보는 방식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사건의 실체는 미궁속으로 빠져드는데, 진보와 보수 양 극단에 놓인 ‘타락한 진영의식’의 세 대결만 커지는 모양새다.

사실 이번 사건은 의문 투성이다. 실종신고(21일)가 접수된지 거의 일주일이 지났지만, A씨가 차가운 바다(북한측 영해)에서 북한 군의 총에 맞아 처참히 살해됐다는 것 외엔 정확히 밝혀진 게 없다. 청와대와 국방부 등이 사건 발생부터 대응 상황 등을 시간대별로 자세히 설명했다고 하지만, 국민들의 궁금증은 풀리지 않는다. 진영으로 갈려 각 진영이 서로 보고 싶은 것만 보면서, 목소리를 키우는 탓이다.

진보쪽 인사들의 정제되지 않은 언행이 그렇다. 이들은 일반 국민의 정서와 동떨어진 얘기를 쏟아내며 진영 갈등을 부추긴다. 김정은 위원장이 우리 측에 사과의 뜻을 전하자, 이들의 목소리엔 더욱 힘이 실린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25일 유튜브로 생중계된 '10·4 남북공동선언 13주년 기념 대담'에서 "김 위원장 리더십 스타일이 그 이전과 다르다. … 제 느낌에는 계몽군주 같다"고 했고,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등 다른 인사들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진보진영에선 이들의 말과 글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열심히 옮긴다. 어느새 북한의 만행은 서서히 가려진다.

보수진영도 마찬가지다. 각종 음모론으로 논란을 증폭시키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의 일정을 ‘분, 초’ 단위로 공개하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에 견주고 있다. 또 군 당국이 감청을 통해 파악한 ‘자진 월북’ 정황 근거를 알려줬음에도, 합리적 추론을 무시한 채 국민 감성에만 호소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북한이 우리 국민을 죽인 명백한 만행이다. 국민 생명을 두고 진보와 보수로 갈릴 문제가 아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명확하게 파악해 국민에게 알리고, 북한의 책임자 처벌은 물론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신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한다. 우리끼리 진영으로 갈려 싸울수록 사건의 실체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뿐이다.

앞으로 북한에 따질건 명확히 따지고 책임을 물어야한다. 남북관계를 의식해 저자세로 나갈 필요가 전혀 없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북과 무조건 대결구도로 몰아가선 안된다. 청와대와 여당, 야당 모두 힘을 모아야 가능한 일이다. 진영의 눈으로 보면 좋은 게 때론 나쁘게 보일 수 있고, 나쁜 게 때론 좋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누가봐도 틀린 건 틀린거다. 국민의 생명마저 진영의 틀에 가둬선 안된다.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econph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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