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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살해 알고도 유엔연설 강행…文 '세월호 순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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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어 전 美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 인터뷰

"대응 늦고 왜 더 많이 행동 안 했는지 의문"

"자국민 살해 알고도 유엔 연설 강행은 문제"

"文·트럼프는 '北과 진전' 환상 유지라는 점

공동의 이해관계 갖고 있어"

중앙일보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 [중앙포토]



북한군의 한국 민간인 사살은 우발적인 행동이 아니라 살인 고의가 있으며, 한국 정부의 구조 실패로 문재인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세월호 순간'을 맞았다고 미국 전직 고위 관리가 평가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수석 부차관보는 25일과 26일(현지시간) 중앙일보 이메일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자국민에게 일어난 사건을 알고도 유엔 총회에서 종전 선언을 제안하는 연설을 그대로 진행하기로 결심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또 청와대가 사건에 대한 공식 성명을 발표하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 것도 그에 못지않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는 "이런 맥락에서 문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세월호 순간(Sewol moment)'을 맞았다는 일부 비판론자들의 의견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의 순간'이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침몰 대처와 문 대통령의 북한 앞바다 민간인 실종 사건 대처를 비교해 설명했다.

"두 경우 모두 전개되는 비극에 대해 대한민국 대통령의 대응이 지연됐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또 "두 경우 모두 대통령이 리더십을 보여주기 위해 왜 더 많이, 더 일찍 행동하지 않았는지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더해 문 대통령의 경우는 "북한 앞바다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참모들이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엔 연설을 바꾸지 않고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는 한·미의 대북 정책이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백악관은 그동안 각자의 정책이 성공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과문을 이용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각자의 대북 정책을 '성공'으로 묘사하는 데 관심 있는 청와대와 백악관은 (북한의) '사과'를 사태를 진정시키고 이번 사건을 뒤로 미루는 데 이용할 것"이라며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관계가 '진전(progress)'을 보인다는 환상(illusion)을 유지해야 하는 강력한 공동의 이해관계(strong shared interest)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 국무부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북한이 한국에 사과와 설명을 한 것으로 안다. 이는 도움 되는 조치"라고 평가하면서 "살해된 한국 공무원 가족과 친구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는 "이번 사건이 북한 영해에서 일어난 만큼 한국군이 나섰을 경우 충돌을 불러왔을 것"이라면서 피해자가 발견된 시점부터 사망할 때까지 한국 정부가 북한과 소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한국 정부 발표 다음 날 사과문을 보낸 것과 관련, "남측 공무원을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의 영향을 인식하고 남북 관계에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북한은 사건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번 사건이 명백한 살인임을 인정한 꼴이 됐다고 분석했다. 북한군이 무력하게 물에 떠 있는 한국 공무원을 몇 시간 동안 자세히 관찰하고 대화했다는 것은 살인이 우발적이 아니라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행위라는 점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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