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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사설] 선관위원장까지 ‘우리법’ 판사, 선거에서도 편파 판정 보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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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 2018년 8월 6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대법관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뒤 노정희 대법관이 김명수 대법원장 등과 함께 간담회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동원(왼쪽부터), 김선수 대법관, 문 대통령, 김명수 대법원장, 노정희 대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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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사퇴한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후임으로 노정희 대법관을 내정했다. 노 대법관은 법원 내 좌파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노 대법관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5부 요인(要人) 가운데 법관들이 맡는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에 이어 중앙선관위원장까지 헌법기관장 3명 모두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채워지게 된다. 현 정권 들어 사법 권력의 요직은 김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낸 우리법연구회와 그 후신인 국제인권법연구회, 그리고 민변 출신들이 독차지했다. 대법관 14명 중 7명이, 헌법재판관 9명 중 5명이 우리법연구회 또는 민변 출신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언했던 대로 사법부 ‘주류 교체’는 완성됐다.

노 대법관이 선관위원장이 되면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이어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 2024년 총선까지 관리를 맡게 된다. 선관위는 공정한 선거 관리와 선거법 유권해석 등을 책임지는 헌법기관이다.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생명이다. 그런데 이 정권은 선관위원장과 함께 선관위를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상임위원에 ‘문재인 대선캠프’ 출신을 임명했다. 얼마 전엔 “박원순 만세 만만세"라고 외친 여당 극렬 지지 인물을 추가로 선관위원에 임명했다. 선관위가 이런 정도로 특정 정파에 치우치게 구성된 적은 없었다. 선관위는 4·15총선 당시 야당의 ‘민생파탄’이라는 구호는 불허하고 여당의 ‘친일청산’ 구호는 허용하는 등 불공정 시비에 휘말렸다. ‘코드’가 맞는 선관위원에 ‘코드’ 위원장까지 가세하면, 앞으로 선거판에서도 편파 판정을 보게 될지 모른다.

겉으로 민주주의를 한다는 가면을 쓰고 실상은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법률을 무시하면서 자기편 이익만 챙기는 정치가 독재다. 그것이 사법의 탈을 쓰면 사법 독재가 된다. 헌법과 법률이 존재하고 국회가 있더라도 사법부가 무너지면 전체주의 독재가 된다. 이미 사법부 독립은 허울뿐이다. 법관들이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기 보다는 권력이 바라는 대로 희한하게 논리를 짜맞추고 있다. 대법원은 1, 2심 재판과 헌법재판소에서 법외노조로 확인했던 전교조를 합법이라고 뒤집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는 후보자 TV토론에서 허위 사실 공표가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논리를 만들어 면죄부를 줬다. 내 편을 위해 독재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권력과 사법부가 동일체처럼 변하더니, 끝내 선거 관리 기능까지 권력의 하부 기관으로 틀어쥐려고 한다. 선거의 중립성과 공정성마저 위태로워질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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