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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난치병 환아에 화상으로 희망 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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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크어위시

4월부터 온라인 통해 비대면 활동

코로나 상황에도 132명 소원 이뤄

동아일보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소원 성취 봉사활동에 간 봉사자들은 직접 게임 또는 퀴즈 등을 만들어 아동과의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소원을 발굴한다. 메이크어위시 제공


컴퓨터 모니터 화면 속 4명의 참가자가 서로 대화를 나눈다. “소원이 이뤄지는 날 하림(가명)이는 뭐가 먹고 싶어? 도시락은 어때?”라는 참가자 중 한 명의 질문에 화면 한 편에 곰 인형 한 마리가 나와 손을 흔든다. 싫다는 의사를 수줍게 표현하는 것. 부끄러움이 많은 만 16세 소녀와 20대 대학생들이 화상 프로그램을 통해 1시간가량 대화를 나눴다. 대화의 주제는 ‘소원 찾기’다.

메이크어위시(Make-A-Wish○R(등록기호))는 백혈병, 뇌종양, 골육종 등 소아암을 비롯해 희귀 난치병으로 투병 중인 아동(만 3∼18세 대상)의 소원을 이뤄주는 국제 비영리 단체다. 투병 생활 이후 사회와 단절돼 제한된 생활을 하는 이들을 봉사자가 직접 찾아가 만남을 가진다. 만남을 통해 간절히 원하는 소원을 찾고 이뤄 줌으로써 삶의 긍정적인 변화를 만든다. 40년 동안 직접 만남을 원칙으로 49만 명 이상의 소원을 이뤄줬던 단체의 활동이 올해부터 변화가 생겼다. 바로 전 세계로 확산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메이크어위시 한국지부는 2월 전국적인 확산 추세에 따라 활동을 일시 중단했다. 이후 국내 코로나 상황에 맞춰 4월부터 활동을 재개해 직접 만남이 아닌 온라인을 통해 비대면 활동으로 전환해 진행하고 있다. 활동을 위한 봉사자 모집 및 교육은 전부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아동과의 만남 또한 메신저를 비롯해 화상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휴대전화에 설치된 메신저와 화상 프로그램을 사용했다는 채민지 봉사자(27)는 “평균적으로 3회 이상 아동과 비대면 화상 만남을 가졌고 아동과 만난 내용을 토대로 팀원들과도 메신저를 이용해 팀 회의를 했다”며 “소원을 이뤄주기 위한 역할 분장과 물품 준비 또한 온라인을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으로 이뤄지다 보니 활동에 제약이 따르기도 한다. 메이크어위시에서 10년째 자원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유비 봉사자(34)는 아동과의 ‘관계 형성’의 어려움을 이야기하였다.

“얼굴을 마주하며 아이와 관계를 맺는 것과 달리 화상 채팅을 통해 만남이 진행되다 보니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직접 만나게 되면 비언어적(행동) 표현을 통해 아동의 상태를 확인하기도 하는데 비대면 활동은 언어를 통해 모든 걸 이해해야 해요.”

제한된 소통, 화상 프로그램의 불안정을 비롯해 체력이 약한 아이들에게는 집중력 저하까지 장애 요소다. 봉사자들은 이러한 환경을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대학생 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는 윤지숙 씨(24)는 “보드게임같이 아이가 흥미를 끌 수 있을 만한 활동을 준비한다. 팀원들과 사전에 아이와 화상으로 함께할 수 있는 하트 포즈를 연습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혜령 봉사자(27)는 소원이 이뤄지는 날 아이를 위한 특별한 파티를 준비했다.

“소원이 이뤄지는 날 아이가 행복할 수 있도록 파티 준비를 합니다. 직접 집을 꾸밀 수가 없어 파티 용품은 미리 준비하여 가족들에게 전달합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과 케이크를 주문하고 영상 통화를 통해 축하 노래를 불러주기도 했어요.”

아동의 관심사와 눈높이에 맞춰 게임, 퀴즈를 활용함에 따라 아동과 가족들 또한 비대면 활동에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박지원 기자 j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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