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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금리 최고 11%로 ‘이익 불리기’ 논란… 증권사 신용융자 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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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내달 산정기준 공개 추진

국내 증시에서 ‘빚투’(빚내서 투자)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의 ‘깜깜이’ 신용융자 금리 체계가 다음 달 개편된다. 증권사들이 구체적인 금리 산정 기준을 제시하도록 제도가 바뀜에 따라 금리 인하 등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금융투자협회와 함께 증권사들이 이자율을 정하는 기준인 ‘금융투자회사의 대출금리 산정 모범 규준’을 개선하고 다음 달 발표할 계획이라고 27일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신용거래융자(신용융자) 금리 산정 기준인 조달금리와 가산금리에 들어가는 항목을 세분하는 내용으로 모범 규준을 개선하는 자율규제 방식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는 증권사들이 조달금리, 가산금리만을 구분하고 자율적으로 금리를 각각 산정한다. 이 때문에 ‘깜깜이 금리’ 논란도 나온다. 이날 현재 증권사 신용공여 금리는 △30일 이하 단기 대출은 연 3.9∼9.0% △31일 이상 90일 이하는 연 4.9∼9.5% △91일 이상은 5.4∼11% 등으로 회사마다 금리가 큰 차이가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가 0.5%로 떨어졌는데도 증권사들이 대출금리를 내리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금투협에 금리를 공시한 28개 증권사 중 올해 금리를 조정한 회사는 11곳이었다.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공격적으로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빚투’ 현상이 벌어지면서 신용융자가 급격히 늘어나자 ‘깜깜이 금리’가 증권사 이익만 불려준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증권사 신용융자 잔액은 3월 말 6조5783억 원에서 이달 24일 17조2467억 원으로 불어났다. KB증권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키움증권 등 6개사의 상반기(1∼6월) 세전이익(별도 재무제표 기준)에서 신용융자와 예탁증권 담보 융자 등 신용공여 이자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4.8∼59.0%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당국이 증권사의 고금리 대출을 우회적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증권업계는 은행과 달리 증권사마다 자금 조달방식, 수익구조가 크게 다르다고 주장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별 신용도 차이가 커서 조달금리도 제각각”이라며 “회사마다 다른 신용융자 비중, 반대매매에 대한 위험도 등이 금리에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증권사마다 조달비용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규준 개정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신용융자 금리 정보를 제공해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동안 소비자에게 금리산정 체계가 정확히 고지되지 않았던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이 같은 절차를 합리화하고 투명화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의 압박에 시중은행들은 추석 연휴 이후 신용대출 관리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24일 기준)은 126조8863억 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2조6116억 원 늘었다. 이달에도 신용대출이 3조 원 이상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동혁 hack@donga.com·강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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