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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임금보다 고용안정” 달라진 현대차노조… 노사상생 파급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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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만에 임금동결’ 최종 가결, 코로나 장기화… 차산업 공멸 우려

노조 “총파업땐 사회적 고립 심화”… 인력 수요적은 전기차 생산도 앞둬

고용절벽 우려… 회사와 상생 모색, 다른 완성차 협상에 영향 미칠듯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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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기본급(임금)을 동결했다. 경영 악화 속 강경 일변도의 투쟁에서 한발 물러나 여론의 시선을 감안한 선택이란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 업계의 ‘맏형’ 현대차 노조의 선택이 기아차, 르노삼성차 등 다른 완성차 업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는 올해 임금협상 및 단체교섭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 52.8% 찬성률로 합의안이 최종 가결됐다고 26일 밝혔다.

현대차 노조가 기본급 동결을 받아들인 것은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8년, 세계 금융위기가 확산 중이던 2009년에 이어 세 번째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무분규 타결이라는 의미도 있다.

무분규 타결과 11년 만의 임금 동결을 받아들이기까지 현대차 노조 내부에선 찬반 논쟁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현대차 노조는 7월 교섭을 시작하면서 금속노조 방침에 따라 기본급 12만304원 인상을 사측에 요구했다. 사측이 자동차 산업의 오랜 침체와 더불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하자 노조 지도부가 호봉 상승분을 제외한 임금 동결에 합의했지만 내부에선 반대의 목소리도 작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노조 지도부는 “조합원 이익만을 위해 총파업을 벌인다면 노조의 사회적 고립은 더욱 고착화될 것”이라며 조합원 설득에 나섰다. 노사 양측 모두 26일 오전 투표 결과가 나오기까지 가결을 장담하지 못했던 걸로 알려졌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현대차 노사가 고용 안정을 기치로 타협을 이끌어낸 것”이라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업계의 공멸을 막기 위해서라도 완성차 노사의 유연한 교섭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내부에서도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임금 동결은 최근 노조가 강성 투쟁에서 벗어나 실리로 눈을 돌리고 있는 추세와도 무관치 않다.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부품 수와 노동력 수요가 적은 ‘전동화 시대’를 앞두고 ‘고용절벽’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 속에 노조도 임금 투쟁보다는 고용 안정에 방점을 두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현대차 노사 간의 이견이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다. ‘일자리 확보’를 놓고 현대모비스의 전기차 부품 생산에 대해 “현대차가 생산해야 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번 임단협 과정에서도 관련 요구가 나왔지만 추후에 논의하기로 한 상태다. 임단협 협상 중인 기아차 노조도 현대모비스의 전기차 부품 생산을 반대하고 있는데, 현대차 노조처럼 임단협에서 후순위 의제로 미루고, 추후에 공동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기아차 외에 나머지 완성차 업체는 임단협 타결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파업으로 대규모 생산 차질을 겪은 한국GM은 올해도 노사가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노조가 최근 쟁의권을 확보해 파업 초읽기에 들어갔다. 르노삼성자동차는 노사가 교섭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노조 지도부 선출 문제로 교섭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형석 skytree08@donga.com·변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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