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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의견 충돌에 국민 관심서도 잊혀져... 실종된 '사법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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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ㆍ인사권, 대법원장한테서 분리
방향성은 같지만 구체적 내용서 의견 갈려
3년 지나니 키를 쥔 국회도 "나몰라라" 무관심
한국일보

김명수 대법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화상회의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시대에 맞춰 비대면 방식으로 제8차 사법행정자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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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61ㆍ사법연수원 15기) 대법원의 사법개혁은 사법행정권과 법관인사권을 대법원장으로부터 서서히 분리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력을 사법적폐로 지목한 게 김명수 사법부의 출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ㆍ외부의 의견 충돌과 국회의 무관심 속에 사법개혁은 3년째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김 대법원장이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법원행정처 폐지는 한 발자국도 떼지 못했다. 새로운 사법 행정 기구의 인원 구성을 둘러싼 이견이 발목을 잡으면서다. 이탄희(42ㆍ34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법원행정처 대신 사법행정위원회를 설치하고 구성원의 3분의 1은 법관, 3분의 1은 변호사, 남은 이들은 국회에서 추천하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런데 대법원은 “사법행정권 또한 사법권에 포함되는데, 국회 추천 몫이 많아질수록 사법부 독립을 침해할 여지가 크다”며 난색을 표했다.

인원 구성의 문제는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논쟁이 됐던 지점(본보 1월 26일자)이라 법원 안팎에서는 “이러다가 이번 국회에서도 개혁이 좌초되지는 않을까”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행정처 폐지든 뭐든 법을 바꿔야 가능하다”며 “지리한 논란의 고리를 끊으려면 국회가 관심을 갖고 사법개혁을 정쟁의 전면에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일보

'김명수 대법원'의 사법개혁 추진 경과. 그래픽=송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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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권 개혁을 두고도 잡음은 여전하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 때문이다. 대법원은 지난해부터 4곳의 지방법원에서 추천제를 시행했지만, 일선에서는 “보여주기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의정부지법원장 임명 당시 단수후보로 추천된 신진화(59ㆍ29기) 부장판사가 탈락하자 “대법원장이 인사권을 놓지 못한 것 아니냐”는 뒷말도 무성했다. 내년도 시행 계획이 나오지 않자, 지난달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법원장 추천제 확대 시행을 공개적으로 주장하기도 했다.

재판제도 개선으로 사법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에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최근 모든 전원합의체 선고를 생중계하기 시작했고, 미확정 판결문 공개도 논의 중이다. ‘엘리트 법관이나 대법원의 재판부 컨트롤을 국민의 견제로 대체한다’는 측면에서 방향이 올바르다는 평가다.

그러나 현재 추진 중인 상고심 제도 개선을 놓고 김 대법원장은 또다시 큰 산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양승태(72ㆍ2기) 대법원이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청와대의 입맛에 맞는 판결을 이끌어 내려고 하면서 상고법원에 적폐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어서다. 고등법원의 한 판사는 “상고법원 자체는 나쁜 제도는 아닌데 사태에 얽히면서 나쁜 것이 돼 버렸다”면서 “어떤 결론이든 사법농단을 떠올리는 결론이 난다면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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