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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연장근무 신청한 사람이 월북?” 그날 무궁화10호서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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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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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낮 12시 5분경 전남 목포시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전용부두에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가 입항했다. 북한의 총격으로 숨진 어업지도원 이모 씨(47)가 승선했던 선박이다.

이 씨는 최근 3년 동안 무궁화13호(700t)에서 일하다 14일 499t급에 길이 62.7m, 폭 9.4m인 무궁화10호로 발령이 났다. 그는 발령이 날 때 무궁화13호에서 일하고 있었다. 당시 무궁화13호는 9일 목포에서 출항해 연평도 해역에서 어선 지도감독을 하고 있었다.

이 씨는 17일 연평도 해역으로 올라온 무궁화10호로 해상에서 옮겨 타 근무를 시작했다. 서해어업관리단 어업지도선은 연평도 해역에서 지도감독을 할 경우 10일 동안 해상근무를 한다. 이 씨는 첫 근무를 하던 무궁화10호에서 닷새 만에 실종된 후 피격된 것이다. 그가 25일 무사히 귀항했다면 17일 동안 해상근무를 했을 상황이다.

이 씨가 해상근무 연장을 자청한 이유는 경제적 고려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직원들은 해상근무를 할 경우 육지근무보다 수당이 서너 배 많다. 그가 가장으로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상근무 연장을 자청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동료 직원들은 “이 씨가 수당을 더 받기 위해 자진해 연장근무를 한 것 같다. 그런 사람이 월북을 하겠냐”고 반문했다. 또 “이 씨는 술을 전혀 하지 않는다. 바다 안개나 습기가 많아 쇠로 된 배의 바닥은 미끄럽다”고 했다.

무궁화10호의 쌍둥이 배로 불리는 무궁화29호가 26일 정박했고, 내부가 공개됐다. 이 씨가 피격되기 전 야간 당직 근무를 한 조타실은 선수(船首)에서 뒤쪽으로 30m 지점에 있다. 3층 건물로 치면 3층에 위치한 조타실은 17㎡ 넓이로 항해사 2명이 좌우에 앉아 레이더를 보는 의자가 있고, 중앙에는 타(舵·배의 방향을 조종하는 장치)가 있다. 선체 안팎을 비치는 카메라 7대를 볼 수 있는 폐쇄회로(CC)TV는 우측에 있다. 무궁화10호의 CCTV는 16일 출항할 당시 작동됐으나 18일 고장 났다.

조타실 뒤에는 선장, 기관장, 항해장 선실 3개가 있다. 이 씨는 21일 오전 1시 35분 함께 당직 근무를 서던 3등 항해사에게 문서 작업을 하겠다고 하고 조타실을 나갔다. 무궁화10호에서 문서 작업을 하는 곳은 2층에 있는 조사실이다. 이 씨는 불법조업 어민들을 조사하는 사무실의 컴퓨터 1대를 켰다. 그 뒤 통로 끝 좌우 출입문을 통해 2층 갑판으로 나왔고, 폭 1m인 2층 통로 5m 정도를 선미(船尾) 쪽으로 걸어간 것으로 보인다.

무궁화10호의 1등 항해사인 이 씨는 출입항 때 선수를 지휘하고 불법어선 검문검색 때 검색반장을 맡는다, 인명구조 작업 때에는 선장을 보좌하고 퇴선을 할 때는 항박 일지, 해도를 챙기는 임무를 맡고 있다.

서해어업관리단 직원들은 평소 선상 근무를 할 때 안전화를 신고 일하며 출입항, 단속 때를 제외하고는 평상 근무 때에는 구명조끼는 착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야간 당직자가 선체 순찰을 돌며 고속단정을 살펴보지 않는다고 했다. 외항선 선원 김모 씨는 “이 씨가 구명조끼를 착용했다면 총을 맞았더라도 시신은 바다 위에 떠야 한다”고 말했다.

선미 난간은 1.2m로 키 180㎝ 정도인 이 씨의 허리 높이다. 파도가 치는 해상에서 바닥이 미끄럽고 선체가 갑자기 좌우로 흔들려 홋줄(정박용 밧줄) 등에 걸려 실족했을 가능성도 있다. 야간에 선체 밖은 칠흑처럼 어두워 최근 10년 동안 어업지도선에서 야간 근무 중이던 직원 1명이 실족하기도 했다.

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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