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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외국계銀 채용 나몰라라…더 좁아진 은행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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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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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연봉과 풍족한 복리후생으로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은행권 채용 문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올해 주요 시중·국책은행의 상반기 채용 실적과 연내 계획을 조사해보니 작년보다 무려 36%나 감소한 수치가 나왔다. 지속적인 제로 금리로 수익 감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부실 우려, 외국계 은행이 아예 채용의 문을 닫아버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금융권에선 외국계 은행이 코로나19 금융 지원에도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등 6대 국내 은행의 올해 채용 실적과 향후 계획은 모두 1780명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240명과 350명을 뽑아 총 590명을 채용했지만 올해는 상반기 40명, 하반기 160명만 채용한다. 작년 채용 규모의 3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NH농협은행은 2018년 총 789명을 뽑았지만 지난해 상반기 360명, 하반기 190명 등 총 550명을 채용했다. 올해 들어서는 규모가 더 줄어 상반기에는 280명만 뽑았고, 하반기에는 150명을 뽑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도 사정은 비슷하다. 작년 455명을 뽑았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100명만 선발했고, 하반기에는 25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작년에 500명을 채용했지만 올해는 상반기 100명과 하반기 채용 예정 인원(200명)을 더해도 작년 채용 규모에 크게 못 미친다.

하나은행은 나 홀로 채용 규모를 늘릴 예정이다. 작년에 200명을 뽑았는데 올해는 상반기 100명을 채용한 데 이어 하반기에 150명을 뽑는다. 이처럼 채용이 증가한 데는 실적 선방이 자리 잡고 있다. 하나은행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조736억원으로, 작년 상반기(1조366억원) 대비 3.6% 증가했다. 다른 국내 은행 실적이 모두 하락한 것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은행들은 올해 채용에 대해 최근 영업 환경을 감안할 때 최대한 많이 뽑는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제로 금리에다 각종 펀드 사태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의 청년채용 유지 권고에 따라 최대한 채용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들의 연내 추가 채용만 따로 뽑아보면 910명을 채용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외국계 은행들의 향후 추가 채용 계획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SC제일은행의 올해 채용 실적은 17명에 불과하다.

단순 채용 숫자보다 기존 직원 수 대비 신규 채용률을 보면 올 하반기 150명 추가 채용 계획을 밝힌 농협은행(3.2%)이 가장 높았다. 농협은행은 이 같은 하반기 계획까지 포함해 올해 430명을 뽑으며, 올 6월 말 기준 직원 수가 1만3634명이다.

그러나 외국계 은행들은 모두 0%대로 신규 채용률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필요할 때 수시로 뽑는 게 외국계 특징"이라며 "이들은 점포를 크게 줄인 상황에서 비대면 활성화를 핑계로 신규 채용은 사실상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은행들은 올 상반기까지 코로나19 금융 지원에도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외국계 은행들과 간담회를 한 이후 금융 지원에 나서고 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올 상반기까지 코로나19 금융 지원은 국내 은행들이 외국계 은행 몫까지 떠안아 왔다"고 밝혔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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