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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단독] 고객 요구에도 돈 바로 못돌려줄 펀드 3조…환매중단 내몰릴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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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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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펀드에 비해 사모펀드가 유독 환매 연기 문제가 올해 심각했던 것은 투자 대상이 상장 주식이나 채권이 아닌 비시장성 자산을 포함하고 있어 유동화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비시장성 자산은 비상장 주식이나 출자금, 주식 관련 사채나 일반 사모사채, 대출채권 등 즉시 매각을 통해 유동화하기 어려운 자산을 말한다. 유동성은 부족하지만 시장성 자산보다 장기적으로는 높은 수익률을 약속할 수 있어 사모펀드 투자자들은 낮은 유동성을 감수하고서라도 비시장성 자산이 들어간 펀드를 선호했다.

2018년처럼 사모펀드가 인기를 끌며 신규 자금이 계속 유입되는 시기에는 일부 환매 요구가 있더라도 자산을 유동화하지 않고도 신규 자금으로 환매 대금을 마련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2019년 라임자산운용의 부실자산 편입 이슈가 터지며 신규 자금 유입이 중단되고 이에 따라 다른 사모펀드까지 줄줄이 환매 요구가 몰려들자 결국 유동성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알펜루트자산운용 등은 환매 연기를 발표했다.

27일 이영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비시장성 편입 자산이 높은 운용사라고 하더라도 펀드를 폐쇄형(만기가 되기 전엔 펀드 환매가 불가능한 유형)으로 설정하지 않아 대량 환매 요구에 취약한 운용사가 많았다. 또한 개방형이라고 하더라도 펀드 만기보다 투자자산의 만기가 길거나 펀드에 재간접으로 담은 자사 모펀드나 타사 펀드들은 폐쇄형인 비율도 높았다. 사모펀드는 그 특성상 비시장성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데 자산 성격상 만기 때까지 펀드 환매를 제한해야 하는 경우도 개방형으로 설정한 것이다. 폐쇄형일 경우엔 펀드 환매가 어려운 동시에 신규 가입에도 제약이 가해지기 때문에 판매사와 운용사는 개방형을 선호하기도 한다.

금감원이 비시장성 자산 편입 금액 1000억원 이상인 29개 운용사의 총 14조5000억원 규모 펀드 총합을 분석한 결과 여기서 8조8000억원이 비시장성 자산으로 분석됐다. 비상장 주식 및 출자금 2조6000억원, 주식 관련 사채 2조원, 일반 사모사채 2조2000억원, 대출채권이 2조원이었다. 이 29개사가 증권사 리테일 창구를 통해 개인들에게 판매한 사모펀드는 11조3000억원으로 파악된다. 여기서 작년 말 기준 잔액은 9조7000억원이었는데 이 중 개방형이 2조6000억원, 폐쇄형이 7조1000억원이었다. 다만 폐쇄형 잔액 중에서도 41%가 올해 내 만기가 도래하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따라 환매에 차질을 빚는 펀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29개사의 총 개방형 펀드(리테일과 기관 판매분 합)는 4조5000억원이었는데 이 중 시장성 자산 비중이 50% 미만인 펀드는 3조1000억원으로 집계돼 비시장성 자산 위주의 펀드가 개방형으로 판매되는 행태가 만연해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영 의원은 "금융당국은 환매 대란 사태가 재발해 국민의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운용사 리스크 관리·감독에 모든 역량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개방형 펀드가 폐쇄형 펀드를 편입하고 있거나 피투자 펀드의 만기가 투자 펀드 만기보다 긴 경우 등 만기 미스매치 펀드가 있는 운용사도 10개사로 조사됐다. 타사 펀드를 편입하는 폐쇄형 펀드의 경우에도 만기가 1년 이상 차이나는 펀드가 모두 30개에 이르렀다.

[김제림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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