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한국 기독교단에서 적자가 아니라 서얼입니다."
최근 한국 개신교 최대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교단 105회 총회장에 선출된 소강석 목사(58·새에덴교회)는 종종 자신을 '서얼'이라고 표현한다. 소 목사는 한국 개신교 주류 세력과는 사뭇 다른 길을 걸어 왔다. 그는 한국 교회를 이끄는 여타 대형 교회 2·3세대 목사들처럼 독실한 집안에서 자라지도 않았고, 유력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지도 못했다. 그는 무인가 지방 신학교에서 신학 공부를 시작했다. 또 받아주는 데가 없어 큰 교회에서 부목사 경력을 쌓지도 못했다. 이런 그가 1만2000개 교회, 300만명 성도와 함께하는 교단 대표가 된 일을 두고 교계 안팎에서는 '기적'이라고 말한다.
"전북 남원의 가난한 유교 집안에서 컸어요. 일곱살 때 교회에서 부흥회를 한다길래 아버지께 말씀드렸더니 아버지가 '붕어 많이 잡아 와라' 하셨어요. '부흥회'와 '붕어'가 발음이 비슷해 장난을 치신 건데, 저는 진짜인 줄 알고 양동이를 들고 교회에 갔죠. 그 정도로 기독교와 거리가 멀었어요."
소 목사가 다시 교회에 가게 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교회에 가면 여학생을 만날 수 있다길래 호기심에 따라갔다가 성가대에 발탁된 것. "목사님이 처음 보는 저에게 노래를 해보라길래 강단에 올라가서 한쪽 다리를 떨면서 당시 최고 인기 가요였던 '오동잎'을 불렀어요. 분위기가 이상해질 줄 알았는데 목사님이 재밌게 잘한다고 칭찬을 하셨어요. 내 인생에 처음 들어보는 큰 칭찬이었어요. 그래서 성가대에 들어갔죠."
광주의 작은 신학교에 진학한 그는 스물한 살 때 전남 화순 산골에서 교회를 개척한다. 기독교 신자가 한 명도 없는 마을이었다. "천막을 치고 목회를 시작했는데 제사 지내지 않는 놈이라며 침을 뱉고 뺨을 때리는 어르신도 계셨어요. 그래도 진심으로 마을 사람들을 찾아다녔죠. 때려도 좋고 죽여도 좋으니 기도만 하게 해달라고 했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차츰 마음을 여시더군요. 그래서 4년 만에 교회를 제대로 세울 수 있었어요."
큰 뜻을 품고 서울로 올라온 그는 큰 교회에서 목사 수련을 받고 싶었다.
"학벌도 연줄도 외모도 없는 저를 부목사로 쓰겠다는 교회가 없었어요. 그래서 또 깨달았죠. 역시 나는 개척을 할 수밖에 없구나. 그 길로 가락시장에 가서 20평짜리 지하실을 얻어 '새에덴교회'라는 간판을 달고 목회를 시작했죠. 아무도 오지 않았어요. 깡패여도 좋으니 이 의자에 누군가를 앉혀 달라고 매일 빈 의자를 잡고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시장판을 돌아다녔습니다. 어디 아픈 사람이 있다고 하면 무조건 달려가서 기도했어요. 그랬더니 아프셨던 분부터 한 분 두 분 오기 시작하더군요. 그분들이 지금 우리 교회의 뿌리가 됐습니다. 제가 30대 초반의 일이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새에덴교회는 용인으로 이사를 했고 대형 교회가 됐지만 지금도 가락동 시절 성도들이 교회에 나온다. 그는 "하나님이 어려움을 돌파하는 DNA를 주신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소 목사는 스스로 보수라고 말하지만 세상을 향해 열려 있다. 일부 극우 목회자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이렇게 말한다. "물론 신앙의 원칙과 본질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양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신앙은 정치가 아니에요. 신앙이 본질을 떠나 이념화·정치화되는 것은 반대합니다.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면 신앙의 지조가 무너지는 것처럼 말하는 것에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교회가 이웃을 불편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최대 교단의 수장이 된 그는 소통을 강조했다. "한국 교회가 성장하다 보니 화석화돼 가고 있습니다. 생기를 잃어버리고 꼰대가 돼 가고 있는 거예요. 목회자라면 꼰대가 되느니 차라리 광대가 돼야 합니다. 주류 출신들은 옷에 때 묻을까 봐 광대가 되지 못합니다. 하지만 저는 할 수 있어요. 욕을 하면 욕을 먹겠습니다. 목사들부터 달라져야 합니다. 목사들이 '헌 부대'를 버리고 '새 부대'로 들어가야 합니다."
소 목사는 코로나19 사태를 하나님이 주신 하나의 '신호'라고 받아들인다. 그 신호를 잘 읽으면 한국 개신교, 더 나아가 인류에게 구원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 "하나님은 여전히 일하고 계십니다. 하나님은 '옳고 그름'에 대한 고민이 아닌, '좋고 싫음'만이 지배하고 있는 이 시대에 경고를 보내고 계신 겁니다."
[허연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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