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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칸 더 우클릭하는 美대법원…'대선불복' 포석 까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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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연방대법관 후임에 '보수' 코니 배럿 지명

민주당 반발…"대선 승리 땐 배럿 지명 철회할 것"

월가, 대선불복 현실화에…"불확실성 커졌다" 고심

이데일리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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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뉴욕=김정남 특파원]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고(故)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의 후임으로 코니 배럿(48·사진 오른쪽) 제7연방고법판사를 지명했다. 민주당의 대선 후 지명 요구를 묵살하고 ‘진보의 아이콘’ 빈자리에 보수 성향 법조인을 채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번 선거가 그 어느 때보다 ‘대선 불복’으로 점철될 공산이 커진 가운데 이를 최종 판가름할 대법원을 ‘우군’으로 만들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치 리더십 공백’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자 월가(街)는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논란 속 지명…대법원 ‘보수6 對 진보3’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배럿 판사를 옆에 세워 놓고 “누구보다 뛰어난 업적과 뛰어난 지성, 훌륭한 자격, 헌법에 대한 굽히지 않는 충성심을 지닌 여성”이라고 지켜세우며 그를 대법관 후보로 공식 지명한다고 발표했다. 배럿 판사는 고 안토닌 스캘리아 대법관의 서기 출신이다. 모교인 노터데임대에서 교수를 역임했으며,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낙태에 반대하는 보수 성향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18년 브랫 캐버노 판사를 연방대법관 후보로 지명할 때 마지막까지 후보군에 있었던 인물이다. 40대인 배럿 판사가 인준 절차를 거쳐 취임하면 역대 두 번째로 젊은 대법관이 된다. 대법관이 종신직인 대법원에 향후 수십년은 버틸 인물 한 명을 제대로 박아 놓는 셈이다. 배럿 판사가 임명될 경우 연방대법관의 이념 분포도는 보수 6명, 진보 3명으로 보수 우위가 더 분명해 진다.

CNN에 따르면 공화당은 다음달 셋째주 배럿 판사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고 대선 직전인 같은 달 29일 이전에 인준안을 표결에 부칠 계획이다. 의회조사국(CRS) 보고서를 보면, 1975년 이후 대법관 지명자 인사청문회는 상원에 지명 사실이 통보된 후 평균 43일 만에 열렸다. 공화당 계획대로라면 이번에는 그 기간이 3주일 안팎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상원 의석은 공화당 53석으로 과반 이상을 점하고 있어, 인준안 처리를 강행한다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배럿 판사는 이날 지명 소감에서 자신의 성향에 대한 지적을 의식한 듯 함께 일했던 스캘리아와 함께 ‘진보의 아이콘’ 긴즈버그와의 친분도 언급했다. 그는 “스캘리아와 긴즈버그는 서로를 강하게 비판했으나, 그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감정적인 앙금 없이 따뜻한 우정을 유지했다”며 “그들의 이런 능력은 많은 영감을 줬다. 나의 사법 철학 역시 이와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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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최대변수로 등극…월가는 노심초사


민주당의 반발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대법관 조기 인선을 강행한 이유는 2000년 대선 당시 기억 때문이다.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와 앨 고어 민주당 후보 간 대결에서 투표용지 논란으로 시비가 일었는데, 보수 색채가 강했던 대법원이 공화당에 유리한 판결을 내려 판세를 뒤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대선의 결과가 연방대법원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믿고 있다.

지난 23일 그는 “민주당이 저지르고 있는 이 (우편투표) 사기는 대법원에 갈 것”이라며 “나는 (대법원의) ‘보수 4대 진보 4’ 상황은 좋은 상황이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즉, 대선에서 패할 경우 ‘우편투표=사기’ 프레임을 밀어붙여 불복할 계획임을 재차 분명히 한 데 이어 이번 대법관 임명 강행 역시 이를 염두에 둔 포석임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민주당이 “내가 당선되면 지명을 철회할 것”(조 바이든 대선후보) “(트럼프 대통령 및 윌리엄 바 법무장관) 탄핵 옵션은 남아 있다”(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며 대선 전 지명을 강력 반대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날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뉴욕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유권자들은 지역구 의원실에 전화해 오바마케어 권리를 빼앗아갈 수 있는 배럿 대법관 인준에 반대표를 던지라는 압력을 넣어야 한다”고 했다.

정치 리더십 공백은 시장이 극도로 꺼려하는 불확실성을 높이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크리스티나 후퍼는 수석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최악의 상황은 선거 결과를 둘러싼 장기간의 교착상태일 것”이라고 했다. 결론이 나지 않은 대선에 따른 증시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다. 2000년 대선 당시 미 대법원이 부시 대통령의 재선 판결을 결정할 때까지 미 금융시장의 겪었던 혼란은 끔찍했다. RBC 캐피털마켓에 따르면 당시 6주간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무려 12%나 폭락했다. 물론 반론도 만만찮다. 2016년 대선 당시 예상을 뒤집고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가 확정되자, 뉴욕증시 선물 거래는 잠시 패닉장을 연출하기도 했으나 이내 견고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찰킨 애널리틱스의 마크 찰킨 창업자는 “지난 대선 트럼프의 승리와 이후 이어진 증시 랠리 등을 봤을 때, 이는 과도한 우려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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