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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NLL이남 수색 중인데 "영해 침범말라"는 北…NLL논쟁 재점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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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색작업에 따른 우발적 충돌 가능성…軍 "정상적인 활동 중"

아직 의문점 많은데…"공동조사 어려울 듯"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북한이 27일 서해 상에서 북한군에 피격된 남측 공무원의 시신을 수색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리 측 영해를 침범하고 있다”며 이를 지속 시 무력 충돌 가능성을 시사했다.

북한이 ‘서해 해상군사분계선’을 제시하면서 우리 측의 수색 작업을 비난하면서 해묵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쟁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아울러 이번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남북 ‘공동조사’ 요청에도 사실상 거절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서해군사분계선 1999년 北일방주장…NLL보다 이남에 설정

이데일리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번에 북한이 영해의 기준으로 제시한 서해 해상군사분계선은 1999년 9월 2일 북한이 서해 NLL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제시한 것이다.

NLL은 바다 위 군사분계선(MDL)으로 1953년 정전 이후 유엔군 주도로 백령도·대청도·소청도·연평도·우도 등 서해 5도 인근에 설정됐다. 당시만 해도 해군력이 전무했던 북한은 이같은 유엔 측의 통보에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북한은 1973년 10월부터 11월까지 43회에 걸쳐 서해 북방한계선을 의도적으로 침범한 ‘서해도발사태’를 자행하며 NLL 무효화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대신 38선을 기준으로 서해 해상군사분계선을 주장했다.

1999년 6월 15일 조선인민군 해군 경비정이 연평도 서쪽 NLL를 침범하며 발발한 제1연평해전을 시작으로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사건 등 크고 작은 분쟁이 발생하며 NLL은 ‘한반도의 화약고’로 불렸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때때로 NLL을 실질상의 해상분계선으로 인식하는 모습도 보였다. 대표적인 것이 2018년 4·27 판문점 선언과 9·19 군사합의에서 ‘남과 북은 서해 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군사적 대책을 취해나간다’는 것이다.

다만 이때도 평화수역 조성과 관련된 구체적인 기준에 대해서는 합의하지 못해 추후 남북 군사공동위에서 협의해 나가기로 한 바 있다.

북한이 9·19 합의 이전 주장했던 해상군사분계선을 다시금 꺼내 들면서 영토주장에 나서며 추후 우리 측 수색활동에 따른 충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남측의 행동은 우리의 응당한 경각심을 유발시키고 또 다른 불미스러운 사건을 예고케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군은 이날 북한의 ‘영해 침범’ 주장에 “우리 군은 현재 해상수색활동을 정상적으로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군 관계자는 “NLL 부근에서 중국 어선 수십여척이 조업 중이어서 이를 통제하는 활동도 같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우리 군은 서해 NLL 이남 남측 수역에서 임무를 수행 중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군과 해경은 숨진 이모씨의 시신이 해상에서 표류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NLL 남쪽 연평도 서방에서 소청도 남방 해상을 8개 구역으로 나뉘어 함정 등 39척, 항공기 6대 투입해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수색단 꾸려…시신 넘겨줄 테니 기다려라” 공동 수색 작업 난항

북한은 아울러 “우리는 서남해상과 서부해안 전 지역에서 수색을 조직하고 조류를 타고 들어올 수 있는 시신을 습득하는 경우 관례대로 남측에 넘겨줄 절차와 방법까지도 생각해두고 있다”라고 밝혔다.

북한 단독 수색단을 조직해 대응하고 있으니 북한 측이 주장하는 영해를 침범하지 말라는 근거로 제시된 것이지만, 동시에 우리 측이 요청할 ‘공동 조사단’ 구성에 대한 선제적인 거절로도 볼 수 있다.

앞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는 지난 25일 저녁회의 이후 “북측에서 온 통지문에서 밝힌 사건 경과와 우리 측 첩보 판단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계속 조사해서 사실관계를 규명해 나가기로 했다”며 “관련해 북측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를 할 것으로 요구하고 필요하다면 북측과의 공동조사도 요청하기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북한이 자체 조사할 경우, 이번 사건과 관련한 의문점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 北 해명 ‘모순 투성이’…바다 위 80m 거리서 의사소통?)

북한은 해당 공무원이 신분확인 등을 요구하는 북한군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도주할 듯한 행동을 했기 때문에 사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애초에 부유물에 의존한 채 바다에 떠 있는 사람이 도주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나온다.

아울러 구명조끼를 입은 실종자의 시신이 물속으로 사라질 수 있는지 역시 의문을 낳고 있다. 북한군은 총격을 받은 뒤 해당 실종자가 혈흔만 남기고 물속으로 사라졌고 자신들은 부유물만 현지에서 소각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 군이 추측한 ‘시신훼손’을 부인한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앞으로 진상규명을 위한 추가적 공동조사 등이 쉽지 않음을 예고한 것”이라며 “자신들이 남북 간 신뢰와 존중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나름대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의 진상조사와 재발방지조치, 그리고 최고지도자의 높은 수준의 사과표명 등 최대한의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더는 압박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 의미가 더 있어 보인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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