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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故김홍영 검사 사건' 수사심의위 소집 성공시킨 변호사가 "헛헛하다"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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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안채원 기자] [서초동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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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 중앙지방검찰청에서 상급자의 폭언·폭행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김홍영 검사의 유족 측과 김 검사의 사법연수원 41기 동기 등으로 구성된 대리인들이 해당 상급자에 대한 검찰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차원에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서를 제출하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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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5월, 서른셋의 젊은 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故김홍영 검사다. 남겨진 유서를 통해 상사의 괴롭힘과 과중한 업무 등이 극단적 선택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검찰 내부를 향한 수사는 너무나 더뎠다.

유족들은 '수사심의위원회'에 눈을 돌렸다. 절차는 신속하게 진행됐다. 유족 측이 지난 14일 소집 신청서를 냈고, 10일 만인 24일 부의심의위가 열렸다. 부의심의위가 수사심의위 소집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서 머지않은 시일 내에 수사심의위가 개최될 예정이다. 유족과 대리인들 뜻대로 이뤄진 셈이다.

하지만 유족 측 대리인인 최정규 변호사는 편히 웃을 수 없었다. 최 변호사는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마음이 좀 무겁고 헛헛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가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서를 검찰에 제출한 건 이번이 세 번째. 앞선 두건은 모두 부의심의위 단계조차 겪어보지 못하고 끝났다.

첫 번째는 '지적장애인 노동력 착취 사건'. 무려 32년 동안 종교기관인 사찰에서 지적장애인이 승려로부터 노동력 착취를 당한 사건이다. 경찰은 해당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면서 노동 착취에 대해선 '불기소 의견'을 달았다. 스님들이 힘을 합쳐 일하는 관행으로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최 변호사 등은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서를 냈으나 북부지검 검찰시민위원회 위원장은 해당 사건의 부의 여부 자체를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았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해당 사건이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해 수사심의위를 소집하지 않은 것은 아니고, 담당 부서를 통해서도 조만간 엄정한 처분이 이뤄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가해자인 승려는 이후 실제로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두 번째는 '이주노동자 임금체불 사건'이었다. 이주노동자 따임피씨는 임금체불, 근로시간초과 등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지난 3월 사업주를 고소했지만 6월에 불기소처분이 났다. 검찰은 따임피씨의 진술보단 사업주의 진술에 더 신빙성을 부여했다. 이 사건에 대한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도 3주 만에 부의심의위 단계조차 가지 못하고 거절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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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위원들이 직접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 계속 여부와 기소 여부 등을 판단하는 수사심의위 제도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과 '검언유착 사건'으로 최근 유명세를 탔다. 수사심의위 제도가 만들어진 목적은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견제. 중요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외부 전문가가 직접 견제한다는 것이다.

최 변호사도 현실적으로 모든 사건을 부의심의위에서 논할 수 없다는 한계는 인정한다. 다만 현재는 그 문턱이 너무나 높고, 납득할 수 있을 만큼의 투명한 기준이 설정돼 있지 않다는 생각이다.

대검찰청 예규상 수사심의위 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사건은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이다. 그렇다면 지적장애인 노동력 착취와 이주노동자 임금체불은 우리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없는 사건인 것일까.

어쩌면 지적장애인이나 이주노동자 같은 사회적 소수자, 약자들이야말로 검찰의 처분 권한에 맞설 수 있는 카드가 단 한 개도 없는 이들일지 모른다. 그래서 수사심의위라는 제도가 더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한동훈 검사장에 이어 두 번째로 검사 측이 낸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이 받아들여진 이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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