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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한국이 北에 평창 오라 손내밀 때…美는 김정은 참수작전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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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의 밀담]

미국의 언론인 밥 우드워드가 최근 펴낸 『격노(Rage)』에선 2017년 한반도가 전쟁 위기 문턱까지 다가선 상황이 그려졌다. 당시 제임스 매티스 당시 미 국방부 장관은 핵무기 80기를 동원해 북한을 공격하는 작전을 걱정하면서 "그 누구도 수백만 명을 불태워 죽일 권리가 없다"는 고민까지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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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12일 공군 F-15K 전투기가 투하한 타우러스 공대지 정밀유도무기가 실사격 훈련에서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했다. 한ㆍ미 군 당국은 2017년 정밀 유도무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제거하는 ‘참수 작전’을 검토했다. [공군 유튜브 계정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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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공격 말고도 한ㆍ미는 다양한 군사 작전을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제거하는 참수 작전도 진지하게 검토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2017년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10개 남짓한 군사작전을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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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을 영화로 만든 '제로 다크 서티'에 등장한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팀6. [소니 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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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당시로 돌아가 보자.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핵 무력을 키우는 데 올인했다. 그해 북한은 제6차 핵실험(2017년 9월 3일)을 감행한 데 이어 화성-12ㆍ13ㆍ14형 등 중·장거리 미사일을 잇달아 시험 발사했다.

미국은 북한의 도발을 지켜만 보지 않았다. ‘깡패국가(rogue nation)’인 북한은 여차하면 핵탄두를 실은 장거리 미사일을 미 본토로 쏘고도 남을 것으로 본 것이다. 그래서 북한을 상대로 한 군사작전 카드를 꺼내 들었다.



'화염과 분노'를 북한에 퍼부으려 한 미국



2017년 8월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당시 미국의 입장을 잘 보여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더는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게 최선일 것”이라며 “북한이 미국을 위협하면 지금껏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날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이 북핵 개발 프로그램 기밀평가에서 ‘북한이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 핵탄두 개발에 성공했다’고 봤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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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12일 미 항공모함 니미츠(CVN 68), 로널드 레이건(CVN 76) ,시어도어 루즈벨트(CVN 71) 등 항공모함 3척이 한반도 동해에 동시에 진입해 한국 해군과 연합훈련을 벌였다. [미 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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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부터 분위기가 급박하게 돌아갔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군 관계자는 이렇게 증언한다.

“당시 주한미군에 미 본토와 해외 미군 기지로부터 참모 인원을 중심으로 한 증원이 이뤄졌다. 눈에 띄지 않게 조금씩 들어왔다. 미군은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다 한국군이 오면 입을 다물곤 했다. 그리고 한국군을 뺀 채 자기들끼리 비밀회의를 자주 열었다.”

2018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 참모들에게 ”한국에 있는 미군 가족을 전부 데려오라“고 명령했다. ‘비전투원 후송 작전(NEO)’을 지시한 것이다.

주한미군은 1994년 제1차 북핵 위기 이후 NEO 훈련을 매년 두 차례 진행한다. 이 훈련의 목적은 북한과의 전쟁을 포함한 한반도 긴급 상황이 발생할 때 한국에 있는 미국 민간인을 빠르고 안전하게 해외로 대피하는 절차를 숙달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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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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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거주 미국인은 주한미군 2만 8500명을 포함해 약 23만여명으로 추정된다. 주한미군의 배우자와 직계 가족, 군무원, 미 정부 관료가 대피 1순위다. 이들은 미 공군의 수송기를 이용한다. 2순위는 기타 미국 시민권자, 3순위는 미국 시민권자의 직계가족이다. 2순위자는 한국군이 제공하는 열차 편을 타고 부산으로 가서 수송선에 오른다.

미국 언론인 피터 버건은 『트럼프와 그의 장군들: 혼돈의 비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4월에도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 당시 백악관 집무실(오벌 오피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모형을 처음 보면서 서울이 휴전선에서 48㎞밖에 떨어진 사실을 처음 발견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왜 이렇게 서울이 북한과 가까운가”고 물었다. 안보 참모들은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면 북한은 수도권의 2500만 시민을 대상으로 보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저 사람들(미군 가족들)은 저기를 떠나야 한다”고 반복해서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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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23일 미국 국방부가 한ㆍ미 특수부대의 연합훈련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을 보면 건물로 침투해 요인을 생포하는 장면이 나온다. [미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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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안보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을 흘려 들었다. 그러면서 없던 일로 돼 버렸다. 하지만 한반도 위기가 점점 높아지면서 2018년 1월 잭 킨 전 미 합참차장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한국에 배치하는 미군은 가족을 데려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킨 전 차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 자리를 제안했던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안보 참모들에게 “한국에 있는 미군 가족을 전부 데려오라”고 명령했다. 안보 참모들은 “미군 가족을 철수시키면, 이는 금융시장에 ‘미국이 한반도에서의 전쟁 준비를 끝냈다’는 신호를 주게 돼 한국 주식시장이 박살 날 것”이라며 그의 명령 이행을 끝내 거부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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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경호를 받으며 남측으로 향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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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에 올려진 10개 남짓의 군사 작전



그해 2월 마크 밀리 당시 미 육군참모총장과 토니 토머스 특수전사령관 등 미군 지휘부가 하와이에 모여 도상(圖上)훈련을 통해 북한 공격 시나리오를 점검했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가 나왔다.

미군의 도상훈련엔 한·미 군 당국이 함께 계획한 10개 남짓의 군사작전이 들어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군 소식통은 “전면전 수준의 고강도, 제한적 공격의 중강도, 무력시위와 같은 저강도 등 군사 행동의 수위별로 나눠 각각 여러 개의 군사작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군사작전엔 대규모 연합 훈련 실시부터 심리전, 북한 해상 봉쇄, 참수 작전, 북핵 시설에 대한 외과적 타격 등도 포함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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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김정일 동상을 찾아 헌화하고 경의를 표시하는 평양 시민들의 모습. [노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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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전도 고려 대상이었다. 미국 공군은 하늘을 날면서 북한 전역에 심리전 방송을 송출할 수 있는 EC-130J 코만도 솔로라는 기체를 보유하고 있다. 평양의 주체사상탑과 같은 북한 정권의 상징물을 폭파해 북한 민심을 흔드는 방안까지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매티스 전 장관을 고뇌에 빠뜨렸던 핵 공격 작전은 한·미가 논의하지 않았다는 게 복수의 정부 소식통의 전언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미국은 동맹국 중 핵무기 사용을 전제로 하는 연합 작전계획을 한국과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와만 짰다”면서도 “핵무기의 사용권은 미국이, 특히 미국 대통령이 독점한다. 동맹국의 의견을 듣기는 하겠지만 참조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미 군 당국이 공동으로 기획한 대북 군사작전은 양국 정부에 보고됐다고 한다. 우드워드는 『격노』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매슈 포틴저 당시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으로부터 북한 핵 보유국 인정부터 중앙정보국(CIA)의 비밀공작이나 군사 공격을 통한 정권교체에 이르는 9개 옵션을 보고받았다”고 썼다.



B-2 스텔스 폭격기로 김정은 참수 작전 점검



또 다른 군 소식통은 “이듬해인 2018년 2월 평창 겨울 올림픽을 계기로 북한과 대화를 모색하려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10개 남짓의 군사작전을 심각하게 검토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미국은 2017년 말부터 2018년 초까지 잇따른 군사훈련을 통해 10개 남짓의 군사작전을 실제 검증하기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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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10월 28일(현지시간) 미국의 스텔스 전략폭격기인 B-2 스피릿이 미국 미주리주 화이트먼 공군기지에서 출격 준비를 하고 있다. [미 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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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제거한 뒤 북한 정권을 교체하는 방안도 당시 한·미의 군사작전에 들어가 있었다. 구체적으로 특수부대가 침투해 김 위원장을 사살하거나, 스텔스기가 정밀 유도무기로 타격하는 작전을 고려했다.

한국군은 참수 작전을 전담하는 특수부대를 보유하고 있다. 특수전사령부의 제13 특임(특수임무)여단이다. 문재인 정부가 참수 작전이라는 용어를 꺼려 ‘참수 부대’로 부르진 않는다.

정보와 특수작전에 정통한 정부 소식통은 “한·미는 다양한 정보·첩보 자산을 동원해 김 위원장의 동선을 매일 파악하고 있다. 가급적 실시간 정보를 확보하려 하는데 쉽지는 않다”면서 “유사시 한·미 특수부대는 김 위원장이 숨어있을 만한 지휘소와 특각(별장) 등 여러 곳을 동시에 타격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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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15일 평양에서 열린 열병식에 등장한 북한 특수부대. [노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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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국의 수도방위사령부에 해당하는 북한의 평양방어사령부와 김 위원장의 신변을 경호하는 호위사령부를 뚫고 가기가 쉽진 않다는 평가다. 이 소식통은 “특수부대는 직접 김 위원장을 타격하기보다는 정찰이나 사후 평가 등 임무를 맡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2017년 10월 미국 미주리주에서 B-2 스텔스 전략폭격기를 중심으로 비밀 훈련을 했다. 당시 B-2 조종사는 무전으로 “DPRK(북한)의 지도부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휘소”라고 교신했다. 미국이 스텔스기로 김 위원장의 참수 작전을 연습했다는 게 군 당국의 추정이다.

미 공군은 B-2가 GBU-57 MOP 벙커버스터를 투하하는 영상도 공개했다. 이 폭탄은 지하 깊숙이 들어가 있는 벙커나 군사시설을 파괴하는 목적으로 제작됐다. 무게는 14t으로, 60m 깊이에 있는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을 뚫을 수 있다. 유사시 지하 벙커로 숨을 김 위원장을 제거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무기다. 또 B-2 폭격기는 미 본토 미주리주 화이트먼 공군기지에서 출격해 괌까지 왕복하는 장거리 비행훈련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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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은 2017년 10월 13일 부산에 입항한 미국 핵 추진 잠수함 미시간호(SSGN-727)를 타고 한·미 항모강습단·연합 대특수전부대작전(MCSOF) 훈련에 참여했다는 관측이 있었다. 데브그루로 불리는 네이비실 6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참수 작전 등 각종 특수 훈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미 해군이 공개한 네이비실 요원들의 훈련 모습. [미 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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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모 3척 불러들여 북한 해상 봉쇄 연습도



2017년 9월 22일 북한은 “수소폭탄을 실험하겠다”면서 미국을 협박했다. 다음날인 9월 23일 미국은 B-1B 랜서 등 전투기 20대를 동원해 동해상 북방한계선(NLL) 너머로 보냈다.

군 관계자는 “당시 미군기가 북한 영해로 진입하지는 않았다”면서도 “북한이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는 원산, 잠수함을 건조하는 신포, 핵실험을 벌이는 풍계리 등 주요 거점을 미사일로 공습할 수 있는 지점까지 비행했다“고 말했다.

그해 11월엔 미 해군의 로널드 레이건함(CVN 76), 시어도어 루스벨트함(CVN 71), 니미츠함(CVN 68) 등 항공모함 3척이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합동 훈련을 진행했다. 또 다른 군 소식통은 이와 관련, “미국이 북한에 대한 해상 봉쇄를 연습했다”고 설명했다.

2017년 12월 4~8일 한·미 연합 공군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는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미국의 F-22 6대, F-35A 6대, F-35B 12대 등 스텔스 전투기 24대를 포함한 한·미 공군 전투기 240여대가 동원됐다. 미 공군의 폭격기 B-1B 랜서와 미 해군의 전자전기 EA-18G도 참가했다.

2018년 2월엔 미 본토에서 육군 제82 공수사단이 병력 1만 명과 800여 대의 차량, 70여 대의 헬기를 동원해 최대 규모의 훈련을 했다. 82사단은 한반도 유사시 신속 증원 전력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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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12월 6일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에 참가한 미국의 폭격기 B-1B 랜서 1대와 한국 공군 F-16 2대, F-15K 2대, 미국 공군 F-35A 2대, 미국 해병대 F-35B 2대가 편대 비행을 하고 있다. [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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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폭탄의 시침만 뒤로 돌린 셈”



우려했던 군사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2018년 2월 9~25일 열렸던 평창 겨울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이 화해 분위기를 조성한 덕이 컸다. 트럼프 대통령도 ‘화염과 분노’보다는 ‘최대의 압박(maximum pressure)’을 선택했다고 한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 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은 5차례 서로 만나면서 비핵화를 논의했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북한은 2017년 11월 29일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 핵 보유국 자격으로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기를 고집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당국자는 “현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2017년 북핵 위기의 폭발을 막았다고 인정하더라도, 북핵이라는 시한폭탄의 퓨즈(신관)를 완전히 제거하는 데는 실패했다”며 “냉정히 평가하면 ‘북핵 시한폭탄’의 시침만 뒤로 돌린 셈”이라고 평가했다.

신범철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외교안보센터장은 “2017년 말부터 2018년 초는 한반도의 위기 상황이 엄중했던 때다. 미국은 전쟁을 치르는 나라인 만큼 군사작전을 철저하게 준비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미국이 당시 한국의 입장이나 의견을 얼마만큼 반영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철재ㆍ박용한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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