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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느냐 죽느냐… 줄도산 시간문제” 주저앉는 기간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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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 몰아치며 하청업체들 벼랑끝
조선·철강·차 등 제조업, 업종 불문 먹구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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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 철강산업단지 안에 문을 닫은 한 공장의 모습. 포항=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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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 1차 부품 협력사인 지코는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지난 1961년에 설립, 워터펌프와 실린더헤드 등 차량 부품 생산으로 견실한 성장을 이어왔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영업손실만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부품사들은 판매단가가 높지 않기에 매출을 높여야 영업이익이 나는 구조”라며 “납품실적 급감에 따른 경영난에 코로나19 여파가 전이돼 회생 불능 상태에 빠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추석이요? 지금 명절 분위기 따질 때가 아닙니다. 사느냐 죽느냐 하는 판국인데요.” 서울에서 특수강 전문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사장의 목소리는 가라앉았다. 매출은 이미 반토막난 상태다. 1984년 창업해 36년 간 한 우물을 파온 그는 1998년 외환위기와 2009년 금융위기 등을 모두 겪었지만 절망감을 느낀 건 올해가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재고는 쌓였는데, 찾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대금은 약속대로 지불해야 하는 ‘삼중고’의 악순환에 철강업체들이 빠져 있다”며 “이대로면 하반기 줄 도산은 시간문제”라고 푸념했다.

경기 불황에 코로나19 장기화까지 겹치면서 제조업의 생태계가 사실상 붕괴 수순에 돌입했다. 영세한 제조업 하청업들의 경우엔 자금이 이미 바닥을 드러냈는데 일감마저 사라지면서 줄 도산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런 위기감은 자동차에서부터 조선과 철강, 정유화학 등 제조업 전반을 뒤엎는 모습이다.

25일 통계청에 따르면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 5월 63.3%로,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9년 1월(62.8%)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후 소폭 반등을 하긴 했지만 70%대 중후반을 기록했던 이전에는 여전히 못 미친다. 멈춰 선 공장들이 많다는 얘기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자영업자 폐업 속출, 기업실적 악화에 따른 대량실업 발생 등이 우려된다”며 “국내 경제시스템 붕괴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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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조업을 중단한 르노삼성 부산공장. 르노삼성자동차는 판매 저조로 인한 재고 증가로 생산량 조절을 위해 내달 18일까지 가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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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조업 생산의 13%를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에선 무엇보다 중견ㆍ중소 부품 업계 상태가 심각하다. 자동차산업연합회가 부품업계 상장사 84곳을 조사한 결과 상반기 영업이익은 작년 7,491억원에서 올해는 -845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서며 8,300억원 넘게 줄었다. 조사대상 10곳 중 6곳(49개사)이 적자였다. 국내 2위 부품사인 만도가 이 기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생산직 근로자 인원 감축을 추진했고, 금호에이치티ㆍ대한칼소닉 등 부품사들도 희망퇴직에 들어갔다. 자동차산업연합회 관계자는 “자동차 부품업체는 3월까지는 수출 실적이 좋아서 그나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수출 급감 영향이 보통 6개월 후부터 나타나는 점을 감안하면 이달부터 경영난을 호소하는 업체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철강업계의 속도 타들어가긴 마찬가지다. 조선과 자동차 업황 위축이 후방 산업인 철강업계에 고스란히 전염되고 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의 올 상반기 공장가동률은 83.3%로, 전년동기 대비 6.4%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현대제철의 공장가동률도 82.3%를 기록, 전년동기 대비 9%포인트 떨어졌다. 영세 하청업체들이 “모두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기준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의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올 2분기 이들 기업의 해외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9.8% 급감한 146조3,000억원이었다. 이 중 철강업종은 해외 매출이 80.1% 감소, 업종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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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2년 전 가동을 중단해 대형 크레인 등이 멈춰있다. 김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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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의 형편 역시 말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해운 물동량이 감소, 선주들이 선박 발주 계획을 미루면서 그 영향을 고스란히 국내 조선업 하청업체들이 떠안고 있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 1~8월 전 세계 누계 선박수주량은 812만CGT(표준선환산톤수)로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1,747만CGT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국내 ‘조선업의 메카’로 알려진 경남 통영과 거제시 지역에선 새 주인을 찾는 조선업 하청업체들의 공장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경매 매물로 나온 경남 고성군의 A 선박 부품업체 공장은 최초 감정가가 약 30억원에 달했지만, 3차례 유찰 끝에 3분의 1 가격에 불과한 10억원가량에 낙찰됐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조선소가 있는 거제에서는 양대 조선소의 일감 부족으로 하청업체를 중심으로 대규모 실직설까지 돌고 있다”며 “코로나19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국내 조선업이 회복되는 시기는 최소 3, 4년 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 중소기업들도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치고 있다. 한국플라스틱제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대기업으로부터 원재료를 구매해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기업은 2018년 기준 총 2만785개사다. 이중 직원 50명 미만 중소기업이 1만9,625개사로 96.3%에 달한다. 자동차 부식방지 필름 생산업체 대표 B씨는 “국내 자동차업계의 수출이 악화하면서 매출이 뚝 떨어졌다”며 “한 달 중 공장을 돌린 날이 10일 정도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자 직원들은 어쩔 수 없이 휴직을 택하고 있다. B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중소기업이 힘든 상황에 내몰렸는데도 정부가 뭘 해주는지 현장에선 전혀 체감할 수 없다”며 “유명무실한 지원책만 내놓는 정부에 솔직히 기대도 안 한다”고 혀를 찼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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