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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뉴스] '하늘에서 온 로또' 라던 '6년 전 진주 운석'...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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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별똥별 확인되며 '진주 운석' 다시 주목
4개 모두 정부와 가격 협상 실패 후 발견자들 소유 중
한국일보

2014년 3월 27일 김만식(55·진주시 가좌동)씨가 경남 진주시 집현면 덕오리 도랑에서 무게 20.9㎏, 가로 25㎝, 세로 25㎝, 높이 16㎝의 운석으로 추정되는 암석을 발견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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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북한이 미사일을 쏠 때라 처음엔 폭탄이 떨어졌나 싶었어요. 알고보니 로또 1등보다도 가치 있다는 운석을 발견한 거였지요. 그런데 정부는 이걸 '몇 억원 주고 사겠다'고 하고, 잃어버릴 위험도 있는데 여러 곳에서 '빌려달라'고 하니 거절할 수밖에요. 저도 그렇고 나머지 사람들도 계속 가지고 있습니다."

2014년 3월 9일 저녁 8시쯤 전국에서 운석 낙하 현상이 관측된 후 이튿날부터 경남 진주시 일대에서 4개의 운석이 발견됐습니다. 진주시 대곡면 단목리 비닐하우스 밭 주인 강원기씨가 제일 처음 운석을 발견할 당시를 떠올리며 24일 한국일보와 통화에 이렇게 전했습니다.

파이어볼 전국서 발견되며 2014년 '진주 운석' 다시 주목

한국일보

2014년 3월 17일 한국일보 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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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1시 39분쯤 전국 곳곳에서 목격되며 인터넷상에서 화제를 몰고 온 물체가 '파이어볼(화구)'로 최종 확인되자 누리꾼들은 별똥별이 땅에 떨어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해외에서 희귀 운석의 경우 ㎏당 1억원이 넘는 금액에 팔리기도 했다는 기사와 함께, "운석 주우면 로또 맞은 것이다. (별똥별을 봤다는) 광주로 가자", "목격자들 위치를 보니 경기 아니면 충청인 것 같다. 정확한 장소가 궁금하다"며 별똥별이 떨어진 예상 위치를 공유하고 있는데요.

만약 별똥별이 땅에 떨어져 운석으로 발견되면 그야말로 '대박'인 것인데요. 6년 전 경남 진주에서도 이런 '대박 기회'를 얻어낸 이들이 있었습니다. 제1호 진주 운석(9.4㎏)에 이어 제2호 미천면 오방리 중촌마을 밭(3월12일 발견ㆍ무게 4.1㎏)과 제3호 오방리 밭(3월16일ㆍ420㎏), 제4호 집현면 덕오리 도로변 개울(3월17일ㆍ20.9㎏)에서도 발견됐죠.

진주 운석은 모두 '오디너리 콘드라이트(ordinary chondrite) H5' 종류입니다. 화성과 목성 간 소행성 대에 있다가 우주 공간으로 튕겨져나간 뒤 지구 중력에 의해 잡아 당겨져 진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됐죠. 원래는 하나의 운석이었으나 대기권을 거치며 쪼개져 낙하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특히 진주 운석은 일제강점기 때 전남 고흥군 두원면에서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두원 운석'에 이어 국내 두 번째입니다. 무려 71년 만이죠. 하지만 두원운석은 1999년 영구임대 형식으로 일본으로 갔기 때문에 현재 국내에 있는 운석은 진주운석이 유일하죠.

강씨는 "당시 진주 일대에서 제1호 진주 운석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운석을 찾으려 오는 외지인들이 많았다"고도 회상했습니다.

"운석이 어디 있는지는 본인만 알아"

한국일보

2014년 5월15일 한국일보 지면.

2020년 9월 현재, 이들의 행방은 어떻게 됐을까요?

우선 운석이 발견됐다는 신고를 받고 국내 운석 분석기관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질연)이 운석검증반에 분석을 의뢰했죠. 지질연 운석신고센터 김태훈 박사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질량의 2% 정도 되는 적은 양을 기증 받아 감정을 했고 그 결과 국제운석학회에 등록을 했다"라며 발견 이후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감정 후 공식 기관을 통해 정식 이름을 부여받지 않으면 아무리 희귀한 운석이라도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발견 뒤 운석 일부를 감정을 위해 제공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합니다.

현재 4개의 운석은 어디 있을까요? 강씨에 따르면 당시 소유자 중 한 명인 부산 사람을 빼고 진주에서 사는 3명은 모두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부산에 거주하는 발견자의 소식은 모른다고 하네요. 반면 진주의 3명은 '형, 동생'하던 이웃사촌으로, 대부분 운석 관련한 일은 같이 협의한다고 하네요.

하지만 정확히 각자 운석을 어디 두었는지까지는 공유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강씨는 어디 있느냐는 질문에 "금고 같은데 있을 수도 있고 집에 뒀을 수도 있고"라며 애매하게 답했습니다. '며느리도 모르는' 특급 비밀인 것이죠.

해외 반출 금지한 '진주운석법' 때문에 발견자들 마음 닫혀

한국일보

2014년 3월 10일 오전 경남 진주시 대곡면 강원기(57)씨의 파프리카 재배 비닐하우스에 떨어진 운석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땅속으로 박혀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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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진주운석이 발견되고 2개월이 지난 2014년 5월쯤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 지질연 등 정부의 관련 기관들이 컨소시엄을 꾸렸고, 운석을 확보하기 위해 발견자들과 협상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가격을 두고 입장 차가 너무 컸습니다. 정부 측은 연구용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보고 소유자에게 '1g당 1만원'의 가격을 제시했습니다. 김 박사에 따르면 당시 해외에서 이뤄진 오디너리 콘드라이트 H5의 국제 거래 시세를 기준으로 2배 정도 비싸게 책정했던 것인데요. 김 박사에 따르면 시세는 1g당 1만원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소유자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가치에 대한 판단 차이가 컸는데요. 발견자 입장에서 국내에 71년 만에 발견된 낙하 운석으로 태양계의 기원 및 생성 환경까지 알 수 있는 희소한 운석을 '1g에 1만원' 수준으로는 팔 수 없었던 거죠.

결국 협상은 결렬됐습니다. 여기에 또 하나. 국회에서 발의된 '진주운석법'은 발견자들의 심기를 건드리기까지 했습니다. 당시 2014년 12월 운석 국외반출 금지ㆍ운석 등록제 등을 골자로 한 '진주운석법'(우주개발진흥법 일부 개정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진주 운석 소유자들은 정부에 대한 불신이 더 커졌습니다. 강씨는 "우리가 해외로 몰래 빼돌릴 사람들처럼 여기는 게 얕잡아 보는 것으로 느껴졌다"며 "차라리 몇 백 억원을 받고 해외에 팔고 벌금을 내버리고 말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임대 제안도 왔지만 분실 가능성 커서 거절했죠"

한국일보

2014년 3월 19일 한국일보 지면. 자료조사=박서영 데이터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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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이나 매매 협상이 실패한 이후 정부는 '임대'로 눈을 돌리게 됩니다. 이듬해인 2015년 만경산테마공원, 대전 운석박물관, 국무총리실 등에서도 소유자들에게 접촉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협상은 여전히 늘 결렸됐죠.

총리실 측에서 내놓은 안 중 하나인 박물관 임대는 분실의 가능성이 너무 컸습니다. 모형을 전시하는 대신 진짜 운석을 박물관 지하에 넣어놓자는 건데, 강씨는 분실을 걱정했던 것이죠. 강씨는 "누가 가져갈 수도 있는데 어떻게 그 지하에 쉽게 넣어놓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안은 운석을 전시하고 거둔 국립박물관의 수익을 일정 부분 운석 발견자들에게 나눠주겠다는 내용인데, 박물관 입장료가 무료인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수익이 너무나 낮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는 게 강씨의 설명입니다. 강씨는 "수익을 나누는 것까지는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기는 했는데 수익이 워낙 적어서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협상의 문이 완전히 닫힌 건 아닙니다. 강씨는 "앞으로 또 다른 협상을 제안 받는다면 내용에 따라 얼마든지 응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관건은 가격이겠죠.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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