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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조두순 무섭다"는데…국회는 12년간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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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구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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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청송교도소 보안과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조두순이 CCTV 화면으로 보이는 모습./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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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살게 해주세요'(조두순 사건 피해아동 나영이가 심리 치료 중 그린 그림에 적힌 글귀)

2008년 12월 조두순은 등교 중이던 초등학생 1학년을 인근 교회 화장실로 납치해 성폭행했다. 피해 아동 나영이(가명)는 그에게 60년형을 선고하길 원했지만 조두순은 12년형을 선고받았다.

그 결과 오는 12월 13일 조두순은 만기출소를 앞두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조두순은 출소 후 범행을 저지른 경기도 안산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나영이와 가족 역시 안산에 거주하고 있지만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

나영이 아버지는 지난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아이가) 그동안 조금씩 안정되면서 잘 지냈는데 이 시끄러운 상황을 알게 되면 또 충격을 받을까 제일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나는 (조두순의 안산 복귀 의사를) 보복 심리로 판단한다"며 "반성했다면 '피해자를 앞으로 힘들게 하면 안 되겠다. 내가 떠나겠다'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처럼 안산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윤화섭 안산시장은 법무부에 보호수용법 입법을 요청하는 서한문을 보내기도 했다. 보호수용법은 아동 성폭행범 등 흉악범을 형기 후에도 일정 기간 사회와 격리해 별도 시설에 수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2014년 9월 법무부가 입법 예고했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술 먹었다고 감형?…'조두순 방지법' 아직도 논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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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현정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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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려 12년의 시간 동안 국회가 안일하게 대응해왔던 것은 아니냐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두순이 더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막아둘 기회, 출소 후 피해 아동을 보호할 법적 조치 등을 준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악의 성범죄를 저지른 조두순이 겨우 12년형을 선고받았던 이유인 '주취감경'을 폐지하자는 논의도 여전히 제자리다. 애초에 무기징역을 구형받았던 조두순은 고령의 나이와 알코올중독 등에 의한 심신장애 상태를 인정받아 12년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2017년 12월 ''주취감형' 폐지를 청원한다'는 청와대 청원이 등장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성범죄의 경우 감경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면서도 "(주취감경이) 일반적 감경사항에 관해 함께 규정돼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치권에서는 이제라도 서둘러 음주 감경을 차단하는 이른바 '조두순 방지법'의 입법을 논의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형법 일부개정안인 '조두순 방지법'은 주취상태에서 발생한 범죄라 해도 형을 감경시켜주는 고질적인 문제를 차단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피해자보다 소중한 가해자 인권?…조두순 상세주소는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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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역 중인 조두순/사진제공=뉴시스


조두순이 안산으로 돌아갈 경우 안산 시민들은 성범죄자 알림e 홈페이지와 앱을 통해 공개된 신상을 바탕으로 그를 피해야 한다.

현행법상으로 범행 수법이 잔인하거나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이거나 국민의 알 권리가 보장돼야 할 경우에는 피의자의 얼굴과 나이, 성명 등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신상공개와 관련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은 2010년 신설돼 2008년 범행을 저질렀던 조두순의 상세한 신상은 공개되지 않는다.

게다가 해당 사이트를 이용하려면 휴대전화 번호나 공인인증서를 통해 로그인해야 한다. 또한 조두순의 정보를 캡처해 전달한다면 이 또한 관련 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어 사용자의 주의가 필요하다.

이에 대한 사용자들의 호소는 계속되고 있다. 안산 시민들을 비롯한 누리꾼들은 "마스크를 쓰거나 모자를 쓰면 알아보기 어려울 것 같다" "염색하거나 머리를 자르면 어떡하냐" 등의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해결책은 없어 보인다.


뒤늦게 쏟아지는 각종 '조두순법'…선심 쓰듯 입법 경쟁한다는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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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청에서 조두순 재범 방지 대책 마련 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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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월13일 출소하는 조두순을 두고 여야는 경쟁하듯 관련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출소한 성범죄자의 피해 아동 접근 금지 반경을 최대 1km로 넓히는 내용의 '조두순 접근금지법(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 전자발찌를 착용해 활동반경을 주거지 200m 밖으로는 아예 못 나가게 하는 '조두순 감시법(전자장치부착법 일부개정법률안)', 재범 우려가 큰 성범죄자를 최장 10년까지 보호수용시설에 가둘 수 있도록 하는 '조두순 격리법(보호수용법 제정안)' 등이다.

하지만 조두순의 출소가 남은 기간 동안 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설사 통과된다 하더라도 이미 형을 살고 나온 조두순에게 소급적용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법조계는 대부분의 법안이 형사법 기본원칙에 어긋나거나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조두순 격리법은 이중처벌 금지 원칙에 반하며, 조두순 접근금지법이나 조두순 감시법은 거주 및 이동 기본권을 제한해 위헌에 해당할 수 있다.


"왜 이제서야?"…나영이 아버지 "법으로만 생각?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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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에 합류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1차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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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조두순의 출소를 앞두고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가 수도 없이 나왔고 이제야 법안이 나온 부분은 개인적으로 안타깝다"며 "왜 우리나라는 재범 위험이 높은 사람들이 출소 이후에 피해자 옆집에 살아도 제지할 수 없는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나영이 아버지는 "법으로만 안 된다고만 하지 말고 (정치권이) 직접 나서 (조두순을) 설득해 피해자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며 "왜 꼭 법만 가지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그는 "제가 오죽 화가 나면 빚을 내서라도 (조두순의) 이사 비용을 대겠다고 할 정도겠냐"며 "왜 정부는 (조두순이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설득하지 못하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구단비 기자 kd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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