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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트럼프 트집에… 美민주당 “우편투표 말고 현장투표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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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우편투표는 사기”라며 대선 불복 가능성 시사하자, 오바마도 “마스크 쓰고 투표장 가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코로나 여파로 폭증할 우편 투표의 신뢰성을 문제 삼아 대선 불복을 시사하자, 이에 맞서 민주당 진영에서 ‘그러면 현장 투표를 하자’는 운동이 일고 있다.

24일(현지 시각) 정치 전문 매체 악시오스와 AP통신에 따르면, 각 주(州)의 민주당 조직과 진보·흑인 단체들이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을 상대로 “되도록 빨리 사전·조기 투표소에 가서 직접 투표하라” “우편 투표를 하더라도 기표지를 우편으로 부치지 말고 직접 투표함에 넣고 오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미셸 부부도 “도시락 싸들고 마스크로 중무장하고 투표장에 가라”고 독려한다. 진보 유명 인사들은 소셜미디어로 “마스크 쓰고 마트는 가면서 투표장은 왜 못 가나” “현장 투표가 애국”이라고 한다.

조선일보

'민주당 텃밭'에서도 사전 투표 - 긴 줄 24일(현지 시각) 미 일리노이주 매디슨카운티의 한 투표소에서 대선 조기 현장 투표에 참여하려는 유권자들이 줄을 서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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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텃밭인 일리노이주에서 24일 시작된 대선 조기 투표 첫날, 이런 홍보 덕인지 인파가 몰려 4시간씩 기다려 투표하기도 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한 70대 여성이 “우편투표는 집계가 늦어질 수 있다고 해서 현장에 와 투표하는 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느꼈다”면서 “그간 사전투표를 여러 번 했지만 이렇게 긴 줄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진영이 트럼프의 우편투표 공격에 불안해하는 건 실제 민주당 지지층의 우편투표 선호도가 공화당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우편투표를 하겠다’는 응답 비율이 민주당 지지자 47%인 반면, 공화당 지지자는 11%였다.

이는 민주당 지지층이 코로나를 더 무서워해서가 아니다. 투표장에 갈 교통편이나 시간 여유가 없어 현장 투표가 어려운 저소득층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까다로운 유권자 등록 과정도 현장 투표의 걸림돌이다. 미국에선 모든 시민이 자동으로 선거인 명부에 올라가는 게 아니라, 자신이 유권자란 사실을 여러 자료를 내 증명하게 돼 있다. 일정한 주소지나, 운전면허증 같은 제대로 된 신분증을 못 가진 저소득층, 성명 표기가 들쭉날쭉한 이민자 출신들은 투표소에서 유권자 등록을 하는 데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들의 상당수가 민주당 지지층이다.

우편투표에서도 이런 표는 사표(死票)가 되기 쉽다. 올해 양당이 치른 대선 경선에서 우편투표 중 55만표가 이름 등 정보 불일치나 표기 실수, 배송 지연으로 무효 처리됐다. 무효표 중 흑인·히스패닉 등 유색인종 표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기를 쓰고 '힘들더라도 현장 투표 하라’고 권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대선 패배 시 불복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24일에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선거가 정직할 것이란 확신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에서 폐기된 우편투표지 9장이 발견됐는데 이 중 7장이 자신을 찍은 것이란 보도를 전하며 “(우편투표는) 완전 사기극”이라고 했다. 대선 불복 논란이 커지자 공화당 지도부는 이날 상원에서 “평화적 정권 이양에 전념하겠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켜 진화에 나섰다.

[뉴욕=정시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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