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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상부지시로 총살했다” 했는데… 北 “단속정장 결심으로 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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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우리 국민 사살]

北 통지문, 軍 설명과 ‘딴소리’

통지문에 ‘월북진술 정황’ 없어… 軍 “근거없이 이야기하지 않아”

이씨, 오랜 표류로 기력 다했는데 北 “80m 거리서 의사 소통”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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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25일 북한으로부터 전달된 통지문을 공개하면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 이모 씨(47)의 피살 경위에 대한 북측 주장과 우리 군 발표 내용의 상당 부분이 서로 달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씨를 살릴 수 있었던 6시간의 ‘골든타임’을 방치한 군에 대한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는 와중에 하루 만에 우리 군 판단을 반박하거나 뒤집는 새로운 정황들이 드러난 것이다.

우선 북한은 이날 통지문에서 “우리는 귀측 군부가 무슨 증거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불법 침입자 단속과 단속 과정 해명도 없이 일반적인 억측으로 만행, 응분의 대가 같은 불경스럽고 대결적 색채를 골라 쓰는지 커다란 유감 표시를 안 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사전에 우리 군이 북측에 해명을 요구했다면 이에 응했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북한의 통지문엔 북한군이 이 씨의 시신을 불태우거나 그가 북측에 월북 진술을 했다는 정황 등이 전혀 담겨 있지 않았다. 통일전선부는 통지문에서 “사격 후 아무런 움직임도 소리도 없어 (이 씨에게) 10여 m까지 접근해 확인 수색했으나 정체불명의 침입자는 부유물 위에 없었으며 많은 양의 혈흔이 확인됐다”며 “우리 군인들은 불법 침입자가 사살된 것으로 판단했으며 침입자가 타고 있던 부유물은 국가 비상 방역 규정에 따라 해상 현지에서 소각했다”고 했다. 전날 군은 23일 오후 10시경 방독면과 방호복을 입은 북한군이 총격으로 사망한 이 씨의 시신에 접근한 뒤 기름을 붓고 불태웠다고 설명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서 심지어 “40여 분간 불탔다”고 구체적인 시간까지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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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해양수산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공무원 이모 씨가 실종되기 전 탑승했던 무궁화10호(오른쪽)가 25일 연평도 인근을 항해하고 있다. 무궁화10호 옆으로 해경 보트가 지나가고 있다. 연평도=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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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가 22일 오후 3시 반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북한군에게 발견된 뒤 사살되기 전까지의 행적도 남북의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이다. 북측은 군 근무규정에 따라 이 씨를 ‘정체불명의 대상’ ‘불법 침입자’로 지칭하며 사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통지문엔 “우리 측(북측) 연안의 부유물을 타고 불법 침입한 자에게 80m까지 접근해 신분 확인을 요구했으나 처음에는 한두 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며 “우리 측 군인들이 단속 명령에 계속 함구만 하고 불응하기에 두 발의 공포탄을 쏘자 놀라 엎드리면서 정체불명의 대상이 도주할 듯한 상황이 조성됐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80m나 되는 거리에서 오랜 표류로 기진맥진한 이 씨와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북한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후 북측은 이 씨가 엎드리면서 무언가를 몸에 뒤집어쓰려 했고 단속정장의 결심에 따라 40∼50m 거리에서 10여 발의 총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우리 군은 북한군이 일정 간격을 유지하면서 이 씨에게 표류 경위와 월북 진술을 들은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군이 이 씨가 월북을 시도했다고 판단한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북측 통지문 어디에도 월북 관련 의사를 피력했다는 내용은 없었다. 군 관계자는 24일 브리핑에서 월북 진술을 포착한 첩보 경위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출처를 말할 순 없지만 근거 없이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와 함께 누구의 지시를 받고 이 씨를 사살했는지를 놓고서도 서로 말이 다르다. 우리 군은 전날 브리핑에서 “사격을 하고 불태운 것은 상부 지시에 의해서 시행됐다”며 북측의 총격이 의도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는데, 북측은 사격 지시가 당시 배에 승선해 있던 단속정장의 결심에 따라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남북 모두 이 씨가 타고 온 게 ‘부유물’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북측의 주장대로라면 우리 군이 월북의 근거로 든 부유물 역시 북측 해역에서 떠돌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씨가 어업지도선에서 해상에 떨어진 뒤 표류하다가 해당 부유물을 발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한 군 관계자는 “유족들을 중심으로 이 씨가 월북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군이 직접 이 같은 의혹을 해소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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