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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잇따른 '대선 불복' 시사에 美 민주주의 뿌리째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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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투표=부정' 음모론... 대선 불복 시사
소송 대비해 대법관 후임 지명 강행 기류
"평화적 권력 이양 거부, 민주주의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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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플로리다주 잭슨빌 세실공항에서 대선 유세를 하고 있다. 잭슨빌=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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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대선 불복을 시사하면서 미국 민주주의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상황서 우편투표 확대가 불가피한데도 이를 선거부정과 동일시하는 음모론을 반복하고, 후임 연방대법관 선정을 서두르는 이유를 선거 소송 가능성 때문이라고 노골적으로 주장한다. 대선을 추잡한 싸움터로 변질시키고 패배시 평화적 권력이양을 거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대통령의 공격"이라는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우편투표=부정'... 의도적인 음모론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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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에서 선관위 직원이 유권자에게 발송할 우편투표 용지 상자를 포장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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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에도 '우편투표=부정선거'라는 음모론을 거듭 주장했다. 그는 폭스라디오 인터뷰에서 '대법원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결정하면 동의할 것이냐'는 질문에 "동의한다"면서도 "거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우편)투표용지들은 공포스러운 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백악관 브리핑에서도 "우리는 (우편)투표용지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면서 "이것은 완전한 사기"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 브리핑 때는 '선거 후 평화적인 정권 이양을 약속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봐야 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대신 "(우편)투표용지에 대해 아주 강하게 항의해왔는데, (우편)투표용지는 재앙"이라며 대선 불복 가능성을 감추지 않았다.

이는 연방대법관 후임 인선 논란과 맞닿아 있어 더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선거는 연방대법원으로 갈 것"이라며 "연방대법관이 9명인 게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선 결과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면 결국 대법원이 판단하게 될 것이란 얘기다. 여기엔 본인이 별세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의 후임으로 보수성향 인사를 지명하면 보수 절대우위 구도가 될 것이란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

"대선 불복 시사" 비판 일관되게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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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플로리다주 잭슨빌의 세실 공항에서 유세 연설을 하는 가운데 그의 지지자들이 전용기 주변에 몰려 있다. 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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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언론들은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 가능성이 불러올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CNN방송은 "우편투표 확대는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라 불가피한데도 트럼프는 수개월째 이를 사기행위라며 거짓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CNN은 특히 "트럼프의 우편투표 관련 주장은 지지자들에게 바이든이 승리할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종차별 반대시위 등 사회적 불안 요인을 감안할 때 결국 국가를 분열시킬 위험요소가 될 것이란 얘기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가 사실상 대선에 패할 경우 평화적 권력 이양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것"이라며 "재선에 실패할 경우 패배의 원인을 더 많은 유권자들의 표를 얻지 못한 것이 아니라 조작된 우편투표 탓으로 돌리려는 의도"라고 날을 세웠다. 38년간 공화당 변호사로 활동하며 2000년 대선에서 조지 W. 부시를 도왔던 벤 긴즈버그 변호사도 "미국 대통령이 근거도 없는 (우편투표 조작) 주장으로 민주주의의 기둥 중 하나를 바로잡겠다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이런 비판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4년 전 대선 출마 때부터 자신을 공격해온 주류 언론들의 일방적인 비난이라고 주장한다. 이 역시 지지층의 결집을 독려하는 메시지의 성격이 강하다.

뒤늦게 진화 나섰지만... 공화당의 이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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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의 후임자로 거론되는 에이미 코니 배럿 제7연방항소법원 판사. 그는 전형적인 가톨릭 보수주의자로 알려져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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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 논란이 갈수록 커지자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트위터에 "대선 승자는 (관례대로) 1월 20일에 취임할 것"이라며 "1792년 이후 4년마다 그랬던 것처럼 질서있는 이양이 이뤄질 것"이라고 썼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 법사위원장은 "대법원이 바이든의 손을 들어준다면 그 결과를 받아들 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화당은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듯 이날 상원에서 민주당이 제안한 '질서있고 평화로운 권력 이양'에 대한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적어도 명분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 가능성 시사와 일정한 선을 그은 것이다.

하지만 공화당의 이중성은 이미 도마에 오른 상태다. 평화적인 권력 이양을 거론하면서 정작 트럼프 대통령이 순전히 정략적으로 접근하는 대선 전 연방대법관 임명은 적극 지지하고 있어서다. AP통신은 "공화당이 텃밭 지역들이 흔들리자 대선 후 소송전에 대비해 친(親)트럼프 시위대를 조직하는 계획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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