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금융그룹 `위기안전판` 자본적정성…삼성 294%·한화 240% 합격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5일 처음 공개된 국내 복합금융그룹 통합 공시에선 삼성·미래에셋·한화·현대차·교보·DB 등 6개 그룹의 자본 적정성 비율과 내부거래 총액 등이 처음 공개됐다.

특히 자본 적정성 비율은 금융그룹이 위기 상황에서 얼마나 손실을 잘 흡수할 수 있는지를 처음 보여준 지표로, 6개 그룹 모두 금융당국 규제 비율인 100%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일감 몰아주기 등과 관련 있는 내부거래 총액은 삼성금융그룹이 9조6000억원에 달해 가장 많았다. 이날 각 그룹이 공개한 '금융그룹 통합 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자본 적정성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332.9%를 기록한 교보금융그룹이었다. 삼성이 294.6%로 뒤를 이었고 한화(240.8%), DB(215.4%), 미래에셋(165.9%), 현대차(165.1%) 순으로 나타났다.

자본 적정성이란 복합금융그룹에서 손실이 발생했을 때 이를 흡수할 수 있는 '적격 자본'을 업권별 규제에서 요구하는 최소 기준인 '필요 자본'으로 나눈 값을 말한다. 당국은 이 비율이 100%를 넘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특히 적격 자본은 그룹 내 금융 계열사가 보유한 중복 자본을 제외하기 때문에 위기 시 실질적인 손실흡수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평가다. 다만 법이 통과되면 '분모'인 필요 자본에 최소 요구 자본뿐 아니라 내부거래나 위험 전이 등 그룹 위험 요소가 포함되기 때문에 자본 적정성 비율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자본 적정성 규제는 삼성·미래에셋 등의 복잡한 지배구조와 직결되는 문제라 그동안 큰 관심을 끌었다. 예를 들어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오너 일가와 삼성물산이 지배구조 최상단에서 삼성생명 지분 21.5%(특수관계인 포함 시 52.4%)를 보유하고,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약 9.5% 보유한 최대주주로, 보통주 규모만 29조원이 넘는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이 가진 전자 지분은 0.7%에 불과하지만 사실상 최대주주로서 그룹 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 이런 구조를 감안하면 산업계인 삼성전자에서 발생한 부실이 곧바로 금융사인 삼성생명·화재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는 '전이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2년 전 모범규준이 처음 도입됐을 때만 해도 삼성의 예상 자본 비율은 116~119% 수준으로 겨우 규제 비율을 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제 방식이 중복되는 요소가 많고, 각각의 필요 자본을 정량적으로 산정하는 데에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뒤따른다는 문제가 시범운영 기간에 제기되면서 당국도 건의 사항을 받아들여 위험 평가 방식을 개선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래에셋은 계열사끼리 지분 구조가 얽히고설켜 있어 중복 자본이 많지만, 삼성은 이 같은 중복이 많지 않은 단순한 구조"라며 "이 때문에 삼성의 자본 적정성 비율이 상대적으로 개선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그룹별 공시를 통해 각 그룹 내부거래 총액도 처음 공개됐다. 가장 규모가 큰 곳은 9조6065억원인 삼성이었다. 내부거래에는 대여·매도·수취·매출 등이 포함됐다. 유가증권 매도 실적을 제외하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삼성생명(9944억원)이었다. 삼성생명은 유가증권 매도와 관련한 5441억원을 제외하고도 삼성카드와 삼성전자서비스에 대한 상품용역매출이 각각 1358억원, 1864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로 내부거래 액수가 큰 미래에셋은 4조8560억원 중 96%인 4조7030억원이 유가증권 매도와 관련 있었다. 반면 현대차는 1929억8000만원으로 내부거래 금액 자체는 6개 그룹 중 가장 적었지만, 비금융사 대상 용역 매출이 1222억6600만원으로 63%를 차지했다.

금융당국은 현재 법적 강제성·안정성이 없는 가이드라인 '모범규준'으로 금융그룹을 감독하고 있지만 '금융그룹의 감독에 관한 법률'을 법제화해 정식 규제한다는 방침이다. 관리가 미흡할 경우엔 금융위원회가 경영개선계획 제출·이행을 요구하는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정주원 기자 / 이새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