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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공무원 피격에 재조명되는 12년 전 '박왕자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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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방비 상태였던 금강산 관광객 피격
남북의 입장차 되풀이...금강산 관광 전격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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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에서 북한군에 피격된 고 박왕자씨의 아들 방재정씨가 2008년 7월 15일 서울 풍납동 아산병원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어머니의 영정을 붙잡고 울먹이고 있다. 오른쪽은 남편 방영민씨.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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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이 큰 파장을 일으킨 가운데 2008년 고(故) 박왕자씨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번처럼 당시 북한군이 무방비 상태에 있던 남측 민간인을 향해 총을 발사했기 때문이다.

박씨 사건은 금강산 관광을 간 박씨가 2008년 7월 11일 오전 5시쯤 해안가를 산책하다가 북한군 해안초소에서 발사된 총탄에 맞아 숨진 사건이다. 우측 등에서 가슴을 관통하는 부분과 왼쪽 엉덩이 부근에 각각 한 발씩, 두 발의 총상을 입었다. 북한은 당시 박씨가 민간인 출입이 금지된 구역에 들어왔다가 북한군 경계 지역에 진입, 초병의 정지 요구에 불응하고 도주하는 과정에서 발포했다고 밝혔다.

MB "관광객 피격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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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11일 금강산 피살사건 목격자가 촬영해 제공한 현장 부근 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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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은 같은날 오후 1시 박씨의 시신을 한국에 인계했고, 통일부는 오후 4시 피살 사실을 공개했다. 박씨의 남편인 방모씨는 당시 박씨의 시신을 인계받으면서 "아내가 키가 작은데 (군통제선에 있던 철조망을 넘어갔다는 건)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사망 경위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명박 정부는 당시 '관계부처합동대책반'을 구성해 진상 조사에 나섰다. 그러면서 금강산 관광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금강산 관광의 길은 막혀 지금까지 재개되지 않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사건 발생 이튿날인 12일에 열린 긴급장관회의에서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한 시간대에 저항 능력도 없는 민간인 관광객에게 총격을 가해 소중한 생명이 희생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북측을 강하게 규탄했다. 그러면서 "정부 위기 대응시스템에 중대한 문제가 있음이 확인됐으니, 개선 방안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북측 "유감스럽지만 사고 책임은 남측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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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25일 금강산 피격사건 정부 합동조사단장인 황기부 통일부 황부기 회담연락지원부장이 서울 도렴동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고 박왕자씨의 피격 장소 사진을 보며 브리핑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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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이날 오후 7시 북한은 사건 발생 38시간 만에 유감을 표명했다. 다만 '우발적 사고'였다는 점을 강조하며 책임을 남측에 돌렸다.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남조선 관광객이 우리 군인의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사망 사고는 유감이지만, 책임은 전적으로 남측에 있다"며 "남측은 우리 측에 명백히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자신들은 책임을 질 일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어 "남측의 진상조사는 불허하며 대책을 세울 때까지 금강산 관광객은 받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공동조사 등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관광객 신변 안전 보장 △재발 방지 등 정부의 '3대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당시 금강산 관광 사업을 운영했던 현대아산이 북측에 머물며 자체 조사를 벌이는 등 나름의 현장 조사가 가능했다.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은 12일 피격 사고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방북해 진상조사를 벌였다. 당시 금강산에 머물고 있던 1,300여명의 관광객은 일정을 앞당겨 13일까지 모두 돌아왔다.

합조단 "사망 지점, 북측 주장과 100m 차이"


당시 박씨의 사망 지점을 두고 남측과 북측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큰 쟁점이 됐다. 일각에선 북측이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합동조사단은 25일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현대아산이 시신 수습 때 찍은 사진과 사망 현장이 포함된 관광객의 당시 사진 등을 정밀 감정한 결과 박씨가 해수욕장 경계에서 군통제 구역으로 200m 들어간 지점에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북측은 현대아산 측에 사건 발생 당일 해수욕장 경계선 울타리에서 200m 떨어진 곳에서 박씨가 사망했다고 했지만,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이 방북했을 때 300m 떨어진 지점이라고 100m를 수정했다. 이를 두고 북한이 말 바꾸기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박씨 사망 시간도 북측은 11일 오전 4시55분에서 5시 사이라고 했지만, 합조단은 오전 5시16분 이전에 사망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남북 관계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남북 사이의 사건 원인 등을 두고 공방이 이어지자 정부는 같은달 18일 금감상ㆍ개성공단 사업 관계부처 합동 점검 평가단을 꾸려 남북교류 사업 자체를 다시 검토 했다.

정부는 22일과 24일에 열린 '아세안+3' 외교장관회의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박씨 사건을 제기하며 북측에 합동진상조사단 수용을 촉구했다. 그러나 북한은 정부의 거듭된 합동 조사 요구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박서영 데이터분석가 solu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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