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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북 진술” vs “단속 명령에 함구”…남북 발표 차이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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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오늘(25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 명의로 청와대에 통지문을 보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사과했다고 청와대가 밝혔습니다. 통일전선부는 남측의 국정원에 해당하는 기관으로 대남 업무를 관장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통지문에서 “지난 22일 저녁 황해남도 강령군 금동리 연안 수역에서 정체불명의 인원 1명이 우리 측 영해 깊이 불법 침입했다가 우리 군인들에 의해 사살(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했다”라고 알렸습니다. 북한이 설명한 내용을 보면 우리 군이 어제(24일) 밝힌 내용과 큰 줄기는 일치합니다. 공무원 이 씨가 북측 영해에 들어갔고, 북한 군인의 총격에 의해 숨졌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 씨가 월북 관련 진술을 했는지, 총격은 누구 지시로 이뤄진 건지, 북한군이 이 씨의 시신을 훼손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설명이 다릅니다. 우리 군이 발표한 사건 경위와 북한이 보내온 조사 결과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주요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월북 의사: ‘월북 진술’ 첩보 vs 단속명령에 함구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 씨가 북한 해역에 이르게 된 경위에 대해 우리 군 당국과 해양경찰은 “자진해 월북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조사가 더 필요하긴 하지만, 현재까지 확인된 정황으로는 월북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 근거로는 이 씨가 배에 신발을 벗어둔 데다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고 부유물을 타고 있었던 점을 제시했습니다. 이 씨가 평소 채무 등으로 힘들어하고 있었고 해당 해역 사정에 밝은 사람이라는 설명도 있었습니다.

그보다 결정적으로 제시된 증거는 군이 확보한 첩보입니다. 이 씨가 실종된 다음 날인 지난 22일 오후 북측 선박과 접촉한 뒤에 월북 진술을 한 정황을 파악했다는 내용입니다.

이에 대해 북한 측은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북측은 통지문에서 “부유물을 타고 불법 침입한 자에게 80m까지 접근해 신분 확인을 요구했으나 처음에는 한두 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우리 측 군인들이 단속명령에 계속 함구무언하고 불응하기에 더 접근하면서 2발의 공탄을 쏘자 놀라 엎드리면서 정체불명의 대상이 도주할 듯한 상황이 조성되었다”는 설명이 이어집니다.

우리 군의 설명과는 달리 이 씨 월북 의사를 밝힌 정황은 북측 통지문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오히려 이 씨가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지 않았고 도주하려고까지 했다며, 월북 의사가 있는 사람이라고 보기 어려운 정황만을 설명했습니다.

총격 결정: 상부 지시 vs 정장 결심

북한군의 총격 관련 설명도 다릅니다. 우리 군 당국은 다양한 첩보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 22일 오후 3시 30분쯤 북한 선박이 이 씨와 처음 접촉했고, 6시간 뒤인 오후 9시 40분쯤 단속정에 탄 북한군이 해상의 이 씨를 향해 총격을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북한군의 상부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오후 9시쯤 북한 해군 계통의 지시가 내려왔고 이에 따라 사살이 진행됐다는 것입니다. 상부 지시인 것은 맞지만, 최종 결정을 누가 했는지에 대한 정보는 없다는 게 군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또, 이 같은 지시는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국경에 무단으로 접근하는 자에 대한 사살 명령이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습니다.

사용된 총기의 종류와 구체적인 발수, 총격 지점과 이 씨와의 거리 등은 설명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북한은 총격 상황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먼저 공탄 2발을 쐈고, 이어서 “‘정장’의 결심 밑에 해상경계근무 규정이 승인한 행동준칙에 따라 불법 침입자를 향해 사격했다”는 것입니다. 정장이라고 하면 해당 단속정의 정장을 말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상부 지시가 아닌 단속정 차원의 판단이었다는 설명으로 해석됩니다.

총격에 관해 ‘코로나19’ 또는 ‘방역’등을 말하지 않고 해상경계근무 규정이라는 일반적 지침을 행동 근거로 든 것 역시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북한은 또, 총탄은 10여 발이었고 이 씨와의 거리는 40~50m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시신 훼손: 기름 붓고 불태웠다 vs 부유물만 있었다

시신 처리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까? 먼저 우리 군은 북한군이 이 씨에게 총격을 가한 뒤에 해상의 시신에 기름을 붓고 불을 붙여 태웠다고 발표했습니다. 북한군이 방독면과 방호복을 착용한 상태였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최소한의 장례 절차도 없었다고 봤는데, 군 당국은 ‘화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거부했습니다. 질의응답 자리에서 기자가 ‘화장’을 한 것이냐고 물으면 군 관계자 “화장이 아니고 불태운 것”이라고 매번 정정할 정도였습니다. 시신을 훼손했다고 본 겁니다.

북한의 설명은 많이 다릅니다. 북한은 통지문에서 “사격 후 아무런 움직임도 소리도 없어 10여 미터까지 접근해 확인 수색했으나 정체불명의 침입자는 부유물 위에 없었으며, 많은 양의 혈흔이 확인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우리 군인들은 불법 침입자가 사살된 것으로 판단했으며, 침입자가 타고 있던 부유물은 국가비상방역 규정에 따라 해상 현지에서 소각했다”고 밝혔습니다.

즉, 사살한 것으로 추정은 되지만 시신은 사라졌고, 불태운 건 시신이 아니라 이 씨가 타고 있던 부유물이었다는 것입니다.

경위 파악: 유엔사 통해 전통문 vs 해명 요구도 없었다

엇갈리는 주장은 또 있습니다. 우리 군은 이 씨가 숨진 다음 날인 23일 오후 4시 35분쯤 유엔군사령부를 통해 북한에 전통문을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북측에 이 씨의 실종 사실을 통보하고 이와 관련한 사실을 조속히 통보해달라고 촉구했는데 답이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오늘 보내온 통지문에는 다른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우리 군이 북한에 “불법 침입자 단속과 단속 과정 해명에 대한 요구도 없이 일방적인 억측”을 했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그러면서, “‘만행’, ‘응분의 대가’ 등과 같은 불경스럽고 대결적 색채가 깊은 표현들을 골라 쓰는지 커다란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 군은 전통문을 보내 사실을 파악해달라고 요구했다는 주장이고, 북측은 그런 요구도 받은 바 없다며 서로 비난하는 모양새가 됐습니다.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

군 당국은 우선 지금까지 확보한 첩보와 정보를 돌아보면서 놓친 것은 없는지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 군의 기본 입장은 다양한 출처의 첩보를 종합해 분석해 발표했고, 여전히 분석 중이라는 것입니다. 오늘 북측의 발표에 대해 당장 반박에 나설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월북 추정’ 관련 내용은 충분한 조사 없이 서둘러 발표한 것 아닌지 비판이 제기돼 왔던 만큼, 이번 통지문을 계기로 의혹이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군뿐만 아니라 해경 등 관계 당국 모두 월북 정황과 관련해 더욱 면밀한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우리 군과 정부의 발표가 정확했는지 당연히 짚어봐야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북한의 설명을 무조건 믿을 수도 없습니다. 북측이 자신에게 유리한 정황만을 선별해 공개했거나 설명을 왜곡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씨가 신분 확인에 답변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총격은 ‘상부 지시’가 아닌 정장의 결심이었다, 부유물은 불태웠지만, 시신은 없었다는 내용 모두 북측에 유리한 내용입니다.

북측 해역에서 일어난 일인 만큼 사건 경위에 대한 우리 군 판단이 일부 잘못됐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단속 과정 해명에 대한 요구도 없었다”는 북측의 설명만큼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유엔사를 통해 보낸 전통문이 북측에 닿지 않았다는 것일까요?

일단 남북이 이 사건과 관련해 ‘소통’을 시작한 만큼 앞으로 관련 경위가 더욱 명확히 드러날 수 있을지가 관심입니다. 남북 당국 차원의 신속한 합동 조사가 절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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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봄이 기자 (springyo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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