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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부부 돈빼앗고 불태워죽인 사형수 “거듭났다”며 선처 호소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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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올들어 흉악범 7번째 사형 집행

재판과정에서 “흑인으로 인종차별 불이익 당했다" 주장도

1999년 미 아이오와주에 사는 교회목사 목사 토드 베이글리와 부인 스테이시 베이글리는 텍사스를 방문해 교회 예배에 참석한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이들이 편의점에 잠시 들렀을 때 10대 청소년 몇 명이 와서 목적지까지 태워달라고 부탁했다.

이들을 태우고 운전을 하던 목사 부부를 향해 무리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열아홉살의 크리토퍼 비알바가 총을 꺼내 겨눴다. 차를 얻어탄 무리들은 순식간에 강도로 돌변했다. 이들은 목사 부부를 트렁크 안에 가두고 현금카드와 보석을 빼앗았다.

조선일보

목사 부부를 납치살해한 주범 크리스토퍼 비알바가 사형 집행 사흘전 남긴 동영상 메시지에서 흑인으로서 부당한 대우를 당했다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여섯 시간동안 차를 타니고 돌아다니며 현금을 인출했고, 부인 스테이시의 결혼반지를 맡기기 위해 전당포를 찾아다녔다. 부부는 트렁크에서 살려달라고 애원하며 소리쳤다. 이들은 미군 기지 인근 한적한 곳에 차를 세웠고, 목사 부부가 갇힌 트렁크를 열고 경유를 붓기 시작했다. 목사 부부는 “예수님은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찬송가를 불렀다.

우두머리인 비알바가 총을 겨누고 목사 부부의 머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고, 차는 불길에 휩싸였다. 이들은 경찰과 추격전 끝에 체포됐다. 처참하게 훼손된 부부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남편의 사인은 총상, 아내는 연기 흡입으로 밝혀졌다. 남편은 즉사했지만, 트렁크가 화염에 휩싸일때까지 아내는 살아있었던 것이다.

주범 비알바에 대한 사형이 21년만인 24일(현지시각) 집행됐다. 비알바의 어머니 리사 브라운이 사형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형을 앞둔 날 오전 “가족을 잃은 스테이시 부부에게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여느 흉악범에 대한 형 집행과 다르게, 비알바에 대한 사형 집행을 두고 인종 차별 논란도 일고 있다. 비알바는 흑인이었고, 피해자인 목사 부부는 백인이었다. 비알바는 올해 하반기에 형이 집행된 흉악범 7명 중 유일한 흑인이다. 앞서 형이 집행된 5명은 백인, 1명은 원주민 나바호족이다.

비알바의 변호인인 수잔 오토 변호사는 “2000년 유죄가 평결될 때 배심원 12명 중 11명이 백인이었다”며 “검찰은 사건을 애초부터 위험한 흑인 폭력배가 선량하고 사랑스러운 백인들을 살해한 것으로 그렸다”고 주장했다.

비알바는 형 집행 사흘 전인 21일 시민단체 미국자유인권협회(ACLU) 트위터를 통해 옥중 구명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어렸을 때 범죄를 저질러 소중한 인명의 목숨을 빼앗았고 이를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으며, 이제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탈바꿈했다”며 구명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전체 미국 인구 중 흑인은 13%에 불과하지만, 사형수는 흑인이 전체 절반에 가깝다”며 사법처리과정에서 흑인이 부당하게 대우받는다고 주장했다. ACLU는 그의 동영상을 게시하면서 “어느 누구도 미성년 시절에 저지른 범죄로 처형당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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