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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靑, 北통지문 사과에 '신중 모드' 속 관계전환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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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입장 요구한지 하루만에 北 통지문…김정은 직접 사과까지

靑 '통지문·친서' 공개 속 남북대화 재개 주목

뉴스1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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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현 기자,최은지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북한군이 연평도 인근에서 실종된 공무원 A씨를 총격 살해한 것과 관련해 사과의 뜻을 담은 통지문을 보내오면서 차갑게 얼어붙고 있던 남북관계에 변화의 모멘텀이 만들어질지 주목된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최근 친서를 교환하고 두터운 신뢰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다시 한 번 추동력을 얻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청와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통지문을 보내 A씨 사살 경위에 대한 설명과 사건 발생에 대한 유감표명,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 등을 밝혔다.

특히 김 위원장은 "가뜩이나 악성비루스 병마의 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여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 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이번 사안에 대해 직접 사과를 한 것으로, 남북간 사안에 있어 사실상 북한 최고 지도자가 공개적으로 사과한 최초의 사례가 될 전망이다. 이러한 사과를 우리 측이 직접 발표할 수 있게 된 것 역시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의 통지문이 전날(24일)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정부 입장문을 통해 Δ진상규명 Δ책임자 처벌 Δ사과 Δ재발방지 조치 등 4가지를 요구한 지 하루 만에 온 것도 눈길을 끄는 지점이다. 특히 통지문 내용에는 사실상 우리 정부가 요구했던 내용이 대부분 담겨 있다.

통지문을 발표한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북한의) 통지문은 우리가 북에 공식적으로 요구한 사항에 대해 신속하게 답신을 보내온 것으로서 사태 발생 경위에 대한 북측의 설명, 우리 국민들에 대한 사과와 유감 표명, 재발 방지 내용 등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통지문 전문을 공개하긴 했지만, 통지문 자체에 대한 평가에 있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통지문에 우리 측의 요구가 다 충족이 된 것으로 판단하느냐'는 질문에 "통지문에 대해서 정부가 아직 어떤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은 예단하지 말아 달라"며 "그래서 전문을 다 읽어드린 것이기 때문에 문자 그대로 봐주시고 판단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을 아꼈다.

김 위원장까지 직접 나서 사과하면서 이번 사건으로 인해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가는 상황은 면했지만, 북한의 반인륜적 행위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여전한 만큼 신중한 대응 기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읽힌다.

여권의 한 관계자도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일단 북한이 우리 정부가 요구한지 하루만에 통지문을 보내 남북관계가 파국으로 가는 상황은 차단됐지만, 여전히 북한군이 우리 국민을 무참히 살해한 데 대한 거부감이 많기 때문에 (청와대가)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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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5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고받은 친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2020.9.25/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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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안팎에선 북한이 신속하게 응답을 하긴 했지만, 우리 정부가 요구했던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책 마련 등을 확실하게 담보하기 위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향후 조치 등과 관련해 "앞으로 필요한 부분과 정부가 추가적으로 어떤 조치와 대책들을 취해야 될지 그런 것들은 저희가 계속 검토를 해 나가겠다"고 향후 추가적인 대응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에 따라 이를 계기로 멈춰있던 남북 대화가 재개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남북간 대화가 재개돼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덜 수 있는 합의가 만들어진다면, 이후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도 재가동 될 수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됐든 어쨌든 남북간 대화나 만남이 이뤄진다면 서로간의 오해도 풀고, 남북관계를 진척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남북 정상이 지난 3월 이후 6개월 만에 친서 교환을 통해 두터운 신뢰를 재확인했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친서 내용까지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태풍 피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위로하며 "부디 국무위원장께서 뜻하시는 대로 하루빨리 북녘 동포들의 모든 어려움이 극복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친서를 보내 문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한 뒤 "대통령께서 얼마나 힘드실지, 어떤 중압을 받고 계실지, 얼마나 이 시련을 넘기 위해 무진애를 쓰고 계실지, 누구보다 잘 알 것만 같다"며 "나는 대통령께서 지니고 있는 국가와 자기 인민에 대한 남다른 정성과 강인한 의지와 능력이라면 반드시 이 위기를 이겨내실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굳게 믿는다"고 밝혔다.

또 하나는 남북간 소통 채널이 확인됐다는 점이다. 지난 6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전후 남북간 핫라인은 모두 단절됐다는 게 우리 정부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이날 북한의 통지문을 수령하고, 최근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친서를 교환한 것은 남북간 소통 채널이 살아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정부 안팎에선 이번 통지문 수령은 국가정보원과 북한의 통일전선부 채널을 통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점상으로 보면 문 대통령이 지난 23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언급한 것도 해당 채널을 거쳐 남북간 물밑 조율 속에서 이뤄진 게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다만, 청와대는 남북관계 전망과 관련해서도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고위관계자는 향후 특사 파견이나 추가 친서 교환 여부에 대해 "현재의 상황에서 남북 관계에 대한 기대나 앞으로 계획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은 때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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