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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의 입] 북 만행, 문 대통령이 TV앞에서 직접 설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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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판문점 미루나무 도끼 만행사건, 2008년 금강산 박왕자 총격 피살사건 못지않게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지난 9월22일 소연평도 부근 완충 해역에서 북한군이 비무장 민간인인 우리 국민을 총격으로 살해했고, 기름을 끼얹어 불살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오후5시15분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어떤 이유로든 용납될 수 없다. 북한 당국은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국민들은 우리 대통령에게 할 말 있다. 먼저 대통령이 TV생중계로 직접 설명하라. 무슨 대변인을 통하거나 청와대 고위 관계자 등을 통해서 국민들께 아뢰지 말라. 이것은 무슨 부동산 문제 같은 정부 정책 설명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이 가장 참혹하고 치욕적인 방식으로 살해된 중대 사건이다. 게다가 그 유해까지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비인도적인 방식으로 처참하게 처리됐다. 대통령이 국민께 직접 보고해야할 사건으로서 국민 생명보다 더 중한 것이 어디 있는가. 당장 TV앞에 나와 국민들께 직접 보고하라.

시신이나 부유물이 소각됐어도 잔해는 남아 있을 수 있다. 대통령이 직접 가서 우리 국민의 불에 탄 유해를 찾아오라. 불에 탄 시신의 잔해가 있는지 알아보고 찾아서 갖고 오라. 만약 유실됐으면 인근 해역 바닷물이라도 떠서 갖고 오라. 그게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다.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은 해수부 공무원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있은 지 47시간 만에, 그리고 사살됐다는 첫 대면 보고를 받은 지 33시간 만에 나왔다. 실종 신고 이후 47시간, 이틀 동안 대통령은 도대체 뭘 했는지 분 단위로 밝혀야 한다. 대면 보고를 받은 지 33시간 동안, 하루하고도 9시간 동안 뭘 했는지 분 단위로 밝혀야 한다. 젊은 네티즌들과 야당은 “문 대통령의 행적을 초 단위로 해명하라”며 분노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 때는 박 대통령의 7시간을 갖고 그 난리를 쳤던 문재인 정권이 아니던가. 소상하게 밝혀라.

우리 국민이 서해 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사살되고 불태워졌다는 사실은 국방장관이 22일 밤10시30분에 청와대에 보고했다. 이것을 문 대통령에게 직접 대면 보고한 시간은 이튿날인 23일 오전8시30분이라고 했다. 무려 10시간 동안 대통령은 몰랐다고 해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우리 국민이 적국인 북한군에 의해 사살되고 불태워졌는데, 대통령에게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 말도 안 되는, 하나마나한 무슨 무슨 회의 좀 하지 말라. ‘북한군의 도발로 볼 것인지 말 것인지’, ‘9·19 군사합의 위반으로 볼 것인지 말 것인지’ 회의하는데 몇 시간, ‘대통령에게 보고할 것인지 말 것인지’ 참모들끼리 결정하는 데 또 몇 시간,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냈다는 것인가. 청와대는 “첩보 단계였을 뿐 대통령에게 보고할 정보 수준이 되지 못했다”는 식으로 말했다. ‘첩보였다 정보가 아니었다’는 식으로 말장난 하지 말라. 청와대가 무슨 무슨 회의를 거듭하고 말장난을 꾸며내고 있을 때 우리 국민이 생명을 잃고 처참하게 소각되고 있었던 것이다. 국민 생명이 촌각에 달렸을 때는 ‘그 망할 놈의 회의’ 좀 하지 말라.

우리 군은 북한 만행을 6시간 동안 지켜보기만 했다고 한다. 군은 22일 오후 3시30분 실종된 우리 해수부 공무원이 북한 선박에 의해 접촉됐다는 것을 파악했다. 그로부터 6시간 뒤 우리 국민은 사살됐다. 군은 6시간 동안 지켜보기만 했다. 북한에 연락을 취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해군 함정을 보내 무력시위를 하지도 않았다. 김정은의 심기를 보호하는 군인지 우리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군인지 따지고 싶다. 그래놓고 내놓은 변명이 “설마 그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 같지 않은가. 설마 네가 그럴 줄은 몰랐다, 이것은 연인이 헤어질 때 딴 사람이 생긴 상대방에게 하는 말이 아니던가. 설마 그럴 줄 몰랐다, 우리 군은 북한군과 연애라도 하는 줄 알았다는 말인가.

군은 우리 국민이 사살 당하는 시점에 북한군과 북한 선박을 향해 왜 즉각적이고 보복적인 원점 타격을 하지 않았는지 답변하라. 시신 혹은 부유물이 불태워지고 있던 시간만 40분 동안이다. 군은 그 불빛을 관측하고 있었다. 아무리 정권이 바뀌었어도 ‘선(先) 조치 후(後) 보고’라는 교전 수칙은 그대로 있는 것이다. 대통령도, 청와대도, 국방부도, 제발 ‘용납하지 않겠다’는 식의 미래형 동사로 보고하거나 하나마나한 유감 표명 따위는 국민들께 필요 없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현장 사령관은 우리 국민이 피살됐다는 것을 확인한 시점에 즉각 보복 조치에 나서서 ‘북한 선박을 침몰·수장시키고 북한군 수십 명을 사살했다’고 과거형 동사로 보고해야 한다. 그게 군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처음에는 이번 일을 “사고”라고 했다가 나중에 “반인륜적 행위”라고 고쳐서 말했다고 한다. 국민들이 봤을 때는 그 정도가 아니다. “천인공노할 만행”이다. 처음에는 북한군이 시신을 “화장(火葬)했다”는 식의 설명도 있었다. 이런 사람은 국어의 뜻을 모르는 것인지 무작정 북한 심기를 살피는 것인지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나중에 “훼손”이라고 고쳐서 표현했다는데, 정확하게 말하면 “불태워 소각한 것”이다. 시신이나 유해 물건을 해상에서 소각하는 행위는 전쟁 중에도 볼 수 없었던 모멸적 만행이다. 철천지원수처럼 지내는 중동의 적대국끼리도 이런 만행은 저지르지 않는다. 심지어 테러범을 총살했을 때도 시신만큼은 묻어주거나 가족에게 송환했다. 시신에 기름을 끼얹어 불태웠다면 미사일 발사보다 몇 십 배 치욕적인 야만스러운 도발이다.

문 대통령은 23일 새벽1시26분 종전선언을 제안한 유엔연설을 취소했어야 옳다. 제 나라 국민이 총살당하고 소각 당했는데 그로부터 3시간쯤 뒤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온 세계에 공개되는 유엔연설을 통해 자국 국민을 총살한 적국을 향해 엎드리듯 종전선언을 제안했으니 이는 대한민국 국격과 국민의 자존감과 군사적 전략과 원칙을 통째로 무너뜨린 중대한 실수였다. 게다가 문 대통령 연설에는 남북이 코로나에 공동방역을 하자는 내용까지 담겼다는데, 바로 그 시각에 북한은 코로나를 막는다며 우리 국민을 사살하고 있었던 셈이다. 지금 제정신이냐는 말을 들을 만큼 망신살이 뻗친 것이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유엔연설 영상이 지난15일 제작됐고, 18일 유엔으로 보내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것처럼 해명하고 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국제 외교에도 자국 국민의 생명이 달려 있을 때는 ‘어쩔 수 없는 일’이란 없는 것이다. 유엔 주재 한국 대사를 통해 문 대통령의 영상 연설을 즉각 보류하거나 취소했어야 옳다.

그런데 청와대와 군은 이번 북한 만행이 9·19 군사합의 위반은 아니라고 했다. 포병이 하는 포격은 합의 위반이지만 총격은 위반 아니라는 것이다. 또 한 번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다. 청와대와 국방부는 김정은의 심기만 살피고 있는가.

이번 일은 누가 지시했을까. 북한 통전부가 밝힌 것처럼 현지 북한 정장(艇長)의 결정일까. 평양의 결정일까. 김정은이 직접 지시한 내용일까. 말하지 않아도 여러분은 다 알고 계실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북한이 이런 만행을 서슴없이 저지른 것은 문 대통령과 문 정권을 얕잡아보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전직 고위 당국자는 “사살 결정은 최고 정점인 평양의 지침인 것이고, 남한과 상종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라고 했다는데, 이것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상종은 하지 않더라도 두려워 할 수는 있는데, 북한은 문 대통령과 문 정권을 정말 하찮게 보고 업신여기고 있는 것이며, 문 정권의 보복 의지와 실행 능력을 제로(zero)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 이유는 문 정권이 ‘대북 아첨 외교’로 일관해온 결과인 것이며, ‘네가 이럴 줄 몰랐다’는 식으로 북한의 선의(善意)에만 기댔던 결과인 것이다. 문 정권을 얕잡아보거나 우습게보지 않는다면 절대 이런 만행을 저지르지 못 한다. 더 간명하게 말한다면 핵 무장을 갖춘 적국이 핵무기가 없는 우리 국민을 아무렇게나 처단한 것이다./

[김광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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