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Science] 기름 없는 자동차·기차 달린다…꿈을 현실로 만드는 `수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구를 포함한 우주 구성물질의 70%를 차지하는 수소(H2). 수소가 산소를 만나면 물(H2O)이 된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가 방출되는데 이 에너지로 자동차를 움직인다. 자동차가 주행할 때마다 배기통에서는 온실가스 대신 '물'이 나온다. 차세대 친환경차로 불리는 수소자동차의 작동원리는 이처럼 간단하다. 하지만 이 같은 주행력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핵심 부품인 '수소연료전지'가 없으면 수소차는 한발도 나아갈 수 없다. 이처럼 수소연료전지는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수소전기차에서 내연기관차의 '엔진' 역할을 한다. 수소전기차 가격의 50%를 차지하는 값비싼 부품이기도 하다. 수소전기차뿐만 아니라 전기를 동력으로 모터를 구동하는 열차·선박·드론·건설기계 등에도 적용이 가능한 친환경 발전기나 마찬가지다.

수소 기체(수소분자·H2)가 에너지를 생산하려면 수소연료전지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수소연료전지에는 건전지의 '음극(-)' 역할을 하는 연료극과 양극(+) 역할을 하는 공기극이 있다. 수소분자가 연료전지에 있는 '연료극'을 만나면 전자를 잃어버리고 수소 이온(H+)이 된다. 수소분자가 이온으로 바뀌며 발생한 전자(e)는 공기극으로 이동해 공기 중의 산소(O2)를 만난다. 이 과정에서 산소분자는 전자를 얻어 산소 이온(O2-)이 된다. 전자가 이동하는 과정에서 전기가 발생하고, 수소 이온(H+)은 산소 이온(O)과 만나 물(H2O)이 된다.

수소연료전지는 다른 발전 방식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효율성을 자랑한다. 원자력이나 화력 등 기존 발전 방식은 물을 가열해 증기를 만들고 이 증기의 힘으로 터빈을 돌려 발전기를 가동한다. 여러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전기 효율이 약 30~35%에 불과하다. 하지만 수소연료전지는 물을 가열하는 등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전기 효율이 47%로 높다.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수소연료전지 역사는 상당히 오래된 편이다. 처음에는 1960년대 미국에서 우주선에 적용됐다. 이후 가정용 연료로 범위가 확장되고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자동차업체들이 연료전지를 소형화해 차량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기차와 비행기 등 활용 분야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수소연료전지가 트램과 철도에 2025년, 여객선은 2030년, 화물선과 비행기에는 2050년께 적용될 전망이다.

다만 수소연료전지가 보편화하려면 가격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수소연료전지 가격은 일반 승용차 한 대 값과 맞먹는다. 아직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한 점도 있지만 수소연료전지에 귀금속 등 고가 원료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값이 비쌀 수밖에 없다. 수소와 산소가 물이 되는 반응은 높은 온도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연료전지 온도를 높이면 그만큼 에너지 소비가 많아지기 때문에 상온에서도 반응이 일어나도록 하는 촉매를 넣어준다. 이때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촉매가 바로 귀금속인 '백금'이다. 과거에는 연료전지차 한 대에 약 70~80g의 백금이 사용됐고 현재는 30g 정도가 쓰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싸고 생산량이 적은 백금을 다른 촉매로 대체하는 것은 연료전지 개발에 있어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다. 유성종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수소연료전지연구단 책임연구원은 "연간 백금 생산량을 모두 수소연료전지 제조에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약 1000만대도 만들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수소가 주요 연료가 되는 수소경제가 오기 위해서는 벡금을 대체할 촉매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수소전기차가 처음 출시됐을 때부터 지금까지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오해 중 하나는 폭발 위험이다. 수소 기체는 수소충전소 내 수소 연료 탱크에서 700기압 이상 고압을 가한 상태로 차량에 주입된다. 이 과정에서 고압의 기체가 누출되면 폭발하지 않느냐는 불안감이 적지 않다. 윤창원 KIST 박사는 "이미 수소는 20년 이상 산업에서 사용돼 왔기 때문에 수소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상당히 축적돼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소가 일상에서 사용되기 위해서는 훨씬 더 엄격한 안전 기준과 안전 기술이 추가적으로 있어야 하는 건 분명하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수소연료전지를 처음 수출한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모델인 넥쏘는 외피가 700bar의 높은 압력까지 견디는 탄소섬유 강화 복합재로 제작됐다. 내부는 수소 투과를 최소화하는 얇은 폴리이미드(나일론 소재) 라이너가 적용됐다. 수소 연료 탱크에 적용된 탄소섬유 강화 복합재는 압력에 강할 뿐만 아니라 같은 무게의 강철과 비교했을 때 강도는 6배, 강성은 4배나 높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소는 공기보다 가벼워 저장장치에서 유출되더라도 급속도로 확산되고, 점화 온도가 약 500도로 높은 편이라 자연적으로 발화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산업안전공단과 미국화학공학회의 자료에 따르면 수소의 상대적 위험도는 1로 액화천연가스(LNG) 1.03, 액화석유가스(LPG) 1.22, 가솔린 1.44보다 낮다.

폭발에 대한 걱정은 엄청난 위력의 '수소폭탄'에서 비롯된 선입견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수소폭탄에 쓰이는 수소와 수소전기차 연료로 사용하는 수소는 완전히 다르다. 핵폭탄보다 파괴력이 세다고 알려진 수소폭탄은 일반적인 수소 구조와 다른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사용한다. 자연 상태에서 존재하기 힘든 수소인 까닭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중수소와 삼중수소는 1억도 이상 온도와 높은 기압에 노출돼야만 폭발력이 발생한다. 자연에 존재하는 수소를 사용하는 수소전기차가 수소폭탄처럼 터지는 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수소의 역설' 역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다. 수소의 역설이란 친환경 연료인 수소를 얻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내는 모순적인 현상을 말한다. 수소는 우주 구성물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자연 상태에서 순수한 수소를 얻는 것은 쉽지 않다. 자연 상태의 수소는 산소와 결합한 상태인 물(H2O)이나 탄소와 결합한 탄화수소, 질소와 결합한 암모니아(NH3) 등으로 존재한다.

현재 전 세계 수소 생산량의 약 50%가 천연가스에서 나오는데 30%는 정유·화학 부문의 부생수소, 18%는 석탄가스 등 화석연료에서 나온다.

[이새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