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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행'이냐 '사고'냐…北 '월북·상부지시·시신소각'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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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the300]軍 "만행 확인"-北 "대결적 표현 쓴 것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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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승현 기자


"북한이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우리 국민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 실종자는 자진 월북 가능성이 높다." (대한민국 국방부)

"일방적인 억측으로 ‘만행’, ‘응분의 대가’ 등과 같은 불경스럽고 대결적 색채가 깊은 표현들을 골라 쓰는지 커다란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통지문을 통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새로운 논란이 불거졌다. 통지문에 담긴 북측 해명이 우리 군의 사건 분석과 다른 점이 많아서다.

우리 당국이 발표했던 △실종자의 월북 의사 표명에도 총격, 시신까지 불태우는 비인륜적 만행 △상부 지시에 따른 의도적인 사살 등 우리 군의 설명을 사실상 북측은 모두 부인했다. 경계근무 와중에 신원을 제대로 밝히지 않은 '불법 침입자'를 사살한 사고로 의도적인 '만행'이 아니라는 게 북측의 주장이다.


南 "월북 의사 표명" vs 北 "아무 말도 안해"

군은 24일 북측의 '만행' 사실을 알리면서 실종자 A씨와 관련해 "자진 월북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북측이 월북 진술을 들은 정황을 입수했다"고까지 말했다.

국방부는 A씨가 △신발을 두고 어업관리선에서 이탈한 점 △구명조끼를 착용한 점 △소형 부유물을 탔었던 점 △직접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점 등을 들어 월북 시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A씨의 가족이 부인했지만 입장에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북측의 설명은 다르다. 북측은 지난 22일 A씨를 황해남도 강령군 금동리 연안 수역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신분 확인을 요구했는데 A씨가 한 두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답만하고 이후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북측은 A씨와 관련해 "우리 측 군인들의 단속명령에 계속 함구무언하고 불응했다"고 설명했다. '월북 의사'는커녕 아예 입 자체를 열지 않았다는 것이다.


南 "상부 지시" vs 北 "경계병 판단"



군은 상부의 지시로 A씨 사살이 결정됐다고 판단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 단속정이 상부 지시로 실종자에게 사격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측이 A씨를 발견하고 6시간 이상 대치하다가 사살한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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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뉴시스]최진석 기자 = 남북 관계가 급랭하며 접경지역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19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바라본 북쪽 해안에 북한군 경비정이 보이고 있다. 2020.06.19. myj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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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으로부터 비공개 보고를 받은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북한군 상부의 결단이나 결정"을 언급하면서 "해군사령관보다 더 윗선으로 (결정권이) 올라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역시 북측의 설명은 다르다. 북측은 통제에 따르던 실종자 A씨에게 최초 공포탄 2발을 쐈다고 주장한다. 그러자 놀란 A씨가 도주할 듯한 모습을 보였고 부유물 위에 엎드리면서 '무엇인가 몸에 뒤집어쓰려는 듯한 행동'을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수상한 움직임을 보였다는 것이다.

북측은 "우리 군인들은 (경비정)정장의 결심 밑에 해상경계근무 규정이 승인한 행동준칙에 따라 10여 발의 총탄으로 불법 침입자를 향해 사격했다"며 "이때 (A씨와) 거리는 40~50m였다고 한다"고 밝혔다. 상부 지시가 아닌 현장 지휘관 차원에서 판단해 사격했다는 얘기다.


南 "시신 태웠다" vs 北 "부유물 태웠다"

우리 군은 북측이 부유물을 타고 물 위에 떠 있던 A씨를 사살한 후 시신을 불에 태웠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사격 이후 방호복과 방독면을 착용한 인원이 접근해 시신에 기름을 뿌렸고 불에 태웠다"고 했다. 그리고 시신을 태우면서 나온 불빛을 보고 A씨의 사망 지점을 포착했었다고 공개했다.

사살 후 시신을 불에 태운 것을 미뤄 봤을 때 코로나19(COVID-19) 방역 차원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군 관계자는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무단으로 접근하는 인원에 대해 '무조건 사격하라'는 반인륜적 행위가 이뤄지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북측은 이같은 분석을 부인했다. 북측은 "사격 후 아무런 움직임도, 소리도 없어 10여m까지 접근해 확인 수색하였으나 정체불명의 침입자는 부유물 위에 없었다"며 "많은 양의 혈흔이 확인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법 침입자가 사살된 것으로 판단했고 침입자가 타고 있던 부유물은 국가비상방역 규정에 따라 해상 현지에서 소각했다"고 설명했다. 즉 사살한 것은 맞지만 시신을 찾지 못했고 불에 태운 것은 시신이 아니라 부유물이라는 것이다.


향후 갈등 불씨, 논란 가능성 커져

남북이 이같이 '만행'와 '경계 중 사고'라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는 것은 향후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북측이 만약 조사결과를 조작한 것이라면 '만행'을 저지르고도 '거짓말'로 상황을 무마시키려는 시도가 된다.

반면 북측의 발표가 맞다면 우리 정부와 군의 신뢰도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미 A씨를 두고 군이 '월북 시도'를 거론한 것의 적절성 여부가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사건을 '선량한 국민의 피해'가 아닌 '월북하려다가 북에서 사살된 상황' 정도로 몰고가려는게 아니냐는 의혹이 존재한다. 유족들도 '월북 시도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우리군의 첩보를 종합한 판단과 일부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조사와 파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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