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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LG화학 주총서 분할 막자”는 개미들… 국민연금·기관, 누구 손 들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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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의 기습적인 배터리사업부 분사 결정에 대해 분노한 소액주주들이 다음달 열릴 주주총회에서 분할을 저지하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 LG화학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 등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LG화학(051910)은 다음달 3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배터리사업부 물적분할을 최종 승인할 계획이다. 주총 안건이 통과되면 오는 12월 전지사업을 전담하는 LG에너지솔루션이 출범한다. 물적분할 안건이 주주총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주총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 3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조선비즈

/조선DB



LG화학 최대 주주는 그룹 지주사인 ㈜LG로 33.3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10.51%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이 36.5%의 지분을 갖고 있고, 국내 기관투자자는 12~13%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또 개인투자자들의 지분율이 10% 안팎이다.

LG그룹 지분으로는 발행 주식수 3분의 1 이상 동의에 문제가 없으나, 개인투자자들을 비롯해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가 주총장에서 반대표를 던지면 참석 주주 의결권 3분의 2 이상 요건을 채우지 못한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의 결정을 따를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장기적으로 주주가치 증대에 기여하는지 여부와 기업지배구조 등을 고려해 의결권을 행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회사분할에 대해서는 주주가치의 훼손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반대표를 행사한다.

국민연금은 LG화학 분할에 대해 주주가치 침해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이번 안건의 경우 공단에서 직접 의결권을 행사할지 외부위원들로 구성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에 상정할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면서도 "어떤 쪽이든 사안을 면밀히 따져 장기적으로 주주가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기업 분할에 대해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이유로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진 사례는 적지 않다. 지난 24일 국민연금 수탁위는 OCI그룹 계열인 삼광글라스(005090)의 분할 및 합병에 반대 의견을 냈다. 2013년에는 동아제약이 회사를 쪼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려는 분할 계획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당시 동아제약의 주력 제품인 박카스가 비상장 기업으로 넘어가 기존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전문가들은 LG그룹의 지분율을 토대로 볼 때 분할이 부결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대부분 주주는 의결권 행사와 같은 주주행동에는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 상당수 개인 투자자는 이미 LG화학 주식을 판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변수는 전자투표제 도입이다. 꼭 주총장에 나타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주주총회 때도 출석률이 85% 안팎을 기록한 적이 있다"면서 "많은 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한다고 전제 하면 최대주주 측 지분율 30%는 아주 낙관할 수는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기존 주주의 이익 훼손 가능성이 커지자 기관투자자들도 LG화학 분할과 관련해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검토하고 나섰다. LG화학 지분 약 0.5%를 보유한 NH아문디자산운용은 "주주가치 증대 가능성에 대한 주주서한을 LG화학에 보낼 예정이었으나 일단 발송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분할 결정이 주주 가치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했다.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가 투자한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하는 의결권 행사 지침)를 행사할 수 있는 다른 운용사들 또한 외부 의결권 자문기관의 보고서를 받아 본 후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 대형 운용사 관계자는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회사로서 LG화학의 배터리 부문 물적분할 이벤트는 주주가치 제고 여부를 반드시 검토해야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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