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30 (토)

이슈 종교계 이모저모

[김한수의 오마이갓] 예배가 뭐길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조선일보에서 종교를 담당하는 김한수기자입니다. 오늘 드리는 첫 편지 주제는 ‘예배’로 시작할까 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이슈 중의 하나가 예배입니다. 그동안 개신교에 대한 반감과 혐오는 여러 계기로 표출돼 왔습니다. ‘공격적 전도·선교’ ‘배타적 태도’ ‘세습 등 교회 비리’ 등으로 비판받다가 2007년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로 폭발했지요. 그럼에도 그동안 ‘예배’ 자체가 공격 대상이 된 적은 없었습니다. 올해는 개신교가 한국 선교 이후 처음으로 본질적 신앙 행위에 대해 도전을 받는 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모여서 예배 드리는 행위

초기 기독교에서 ‘교회’는 건물이 아니었습니다. 초기 신자들이 만나 함께 예배를 드리는 행위 자체가 교회였습니다. 박해를 피해 숨어들었던 소아시아 지역 바위굴, 로마의 지하 무덤 카타콤베 유적 등은 건물이라기보다 예배를 드리기 위해 모였던 장소이지요. 기독교인에게 모임과 예배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유적입니다.

130여년 전 개신교 선교 이후 한국의 예배 풍경도 다르지 않습니다. 일제 때에도, 6·25전쟁 중에도 예배는 멈추지 않았다고 합니다. 공산화 이후 북한 지역의 크리스천들은 신앙의 자유, 예배의 자유를 찾아 대거 월남했지요. ‘예배는 목숨보다 소중하다’는 말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습니다.

그랬던 예배가 이젠 ‘동네북’이 되다시피 했습니다. 목회자들이 연이어 “죄송하다”고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죄송합니다’라고 적은 대형 현수막이 교회 외벽에 붙기도 합니다. 다른 종교에 비해 확진자가 확연히 많이 나왔기 때문이지요. 일반 국민들은 “왜 하지 말라는 대면 예배를 드려서 자꾸 확진자가 나오느냐”고 교회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봅니다. 교계 내부에서도 ‘대면 예배’를 두고 논란이 벌어질 정도입니다.

조선일보

작년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 개신교계 부활절 연합예배. 코로나시대에 다시 이런 대규모 예배는 어려울지 모른다. /오종찬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코로나는 교회 발(發)? 예배 발(發)?

여기서 드는 의문이 있습니다. 코로나가 ‘교회 발(發)’인지 ‘예배 발(發)’인지 입니다. 즉, 예배 때문인지 아니면 예배 외의 교회 내 여러 활동 때문인지입니다.

예배가 문제였다면 왜 대형교회에선 확진자가 거의 나오지 않았을까요? 한국엔 세계 최대의 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비롯해 등록교인 수 1만명 이상인 대형 교회가 수두룩합니다. 그런데 지난 2월 대구 신천지발 코로나 확산 이후 대형교회의 예배를 통해서 바이러스가 확산된 예가 거의 없었습니다. 명성교회, 소망교회, 사랑의교회 등 대형교회에서 확진자가 나와 개신교 전체를 떨게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교회 확진자는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각각 1명씩이었습니다.

조선일보

지난 2월 이후 교회의 방역은 일상이 됐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등록교인 56만명에 이르는 여의도순복음교회는 40명의 교인 확진자와 관련 확진자 16명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또한 교인이 외부에서 감염됐지만, 교회 예배를 통해 확산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군 입대를 앞둔 청년 교인 환송회를 하던 또래 청년들과 교인 장례식 참석자 등이었습니다.

대형교회들은 지난 2월부터 초긴장 상태입니다. 입구부터 낯선 풍경이 펼쳐집니다. 열화상 카메라, 손소독제, QR코드 인식기 등은 기본입니다. 과거엔 기본 6명이 꽉꽉 채워앉던 장(長)의자엔 스티커 주루룩 붙어있어 1~2명만 앉도록 돼있습니다. 교회 시설을 20~30% 정도나 이용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조선일보

전국 교회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자 교계에선 사과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월 1일 광주광역시 충광교회 앞에 등장한 '교회가 진심으로 미안합니다' 현수막. /김영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럼 왜 중소형 교회에선 확진자가 수십~1천여명까지 나왔을까요? 1000명 이상 확진자가 나온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 케이스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교회는 신천지 사태가 한창일 때에도 야외 예배를 강행해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첫 확진자가 나온 것은 7월 중순 이후였습니다. 지난주 전광훈 목사는 한 TV프로그램에서 눈에 띄는 발언을 했습니다. “철거를 막기 위해 교회에 모여서 잠자는 일이 일어났어요. 그것 때문에 바이러스가 굉장히 확산된 것으로 보입니다.”(9월 5일 ‘그것이 알고싶다’) 사랑제일교회는 인근 지역이 재개발 지구로 지정됐습니다.

조선일보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는 TV에 출연해 "재개발로 인한 교회 철거를 막기 위해 교인들이 농성하는 중에 바이러스가 확산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화면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랑제일교회는 재개발 조합, 서울시와 보상금 액수를 둘러싼 갈등이 있습니다. 전 목사는 강제 철거를 막기 위해 교인들이 농성하면서 바이러스가 확산됐을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수십명씩 확진자가 발생한 중소형 교회들의 경우도 ‘성경공부’ ‘점심식사’ ‘성가대연습’ 등 방역에 소홀했던 틈새가 확산의 원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결국 ‘예배’나 ‘예배의 규모’가 아니라 방역지침을 얼마나 잘 지켰느냐가 교회발 코로나 확산의 원인이 됐다는 얘기겠지요.

◇ 코로나 시대 ‘예수쟁이다움’은 무엇일까?

그러나 이제 와서 코로나 확산 원인이 ‘교회냐 예배냐’를 따지는 것은 부질없어 보입니다. 이미 대다수 교회는 대면예배를 온라인으로 전환했습니다. 이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돼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선 방역에 소홀했던 일부 교회 문제를 전체 교회와 예배 자체를 문제 삼아 강제력을 동원하는 정부의 태도에 대한 거부감도 여전합니다. ‘프렌차이즈 커피숍 출입과 교회 예배 출석을 같이 취급하느냐’는 불만이지요.

이 지점에서 앞에서 말씀 드린 ‘교회의 본질’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모여서 예배드리는 행위가 교회’라는 말씀 말입니다. 얼마전 인터뷰한 서울 영락교회 김운성 담임목사님은 코로나 시대의 ‘만남’의 의미 변화를 지적했습니다. 과거의 ‘만남’은 곧 ‘대면’이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세계가 연결된 이 시대의 만남은 ‘온라인’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이죠. ‘교회 간다’가 크리스천의 기준이 아니라 ‘오직 믿음’을 더욱 충실히 가꿀 때 진정한 크리스천이 되는 길임을 깨달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포스트 코로나’가 아니라 ‘위드(With) 코로나’ 즉 ‘코로나와 함께 살아야 하는 시대’가 시작됐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이미 세상 사람들은 ‘2단계’ ‘2.5단계’에 맞춰 일상의 피해를 감수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개신교는 한국 선교 이후 교인 개개인의 일상생활부터 바뀌었고, 학교와 병원, 고아원을 지으며 소외된 이웃을 돌보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예수쟁이는 다르다”는 말은 배타성에 대한 비판인 동시에 크리스천들의 모범적 삶에 대한 칭찬이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시대 예수쟁이다움’은 무엇인지 크리스천들이 깊이 고민해야할 때인 듯 합니다. 개신교는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깊숙히 들어온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첫 편지가 다소 길어졌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0년 9월 9일 아침 김한수 올림

‘종교’라는 단어를 들으면 먼저 딱딱한 느낌이 드시죠? 그러나 딱딱한 겉모습 뒤엔 재미있고 감동적인 스토리도 많습니다. 종교가 가진 천(千)의 얼굴을 찾아가는 여행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뉴스레터 ‘김한수의 오마이갓’ 구독하기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80904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